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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가족 이야기 |  | |
| ˝생생한 현장감으로 노동자계급 가족문제를 파헤치다˝
여성학을 전공하는 5년차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아내가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 가족을 분석한 책이다. ´현재 진행중인´ 가족중심성 가족문제에 대해서 저자는 메쓰를 들이민다. 시원한 해결책을 내겠다는 사생결단보단 체증처럼 가슴을 짓눌렀던 가족문제를 여성의 목소리로 평가해보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따라서 이 책은 편파적이지 않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남성)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며(그건 가당치도 않다. ´1가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에서 생계부양자 남편은 4인 가족을 지탱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 여성들의 인적 네트워킹과 공동체가 가부장제를 타파하는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쉽게 낙관하지도 않는다. 현실은 냉혹하고, 판단은 감당할 수 없는 사치다.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자임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현대 가족 이야기>의 성과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계급적.가족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고찰한 점이다. 그동안 한국 노동자 계급 가족생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노동자 가족 인터뷰를 통해 생활의 풍부한 면을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그 하청업체로 이루어진 울산 공업도시의 특수성을 노동자가족 분석의 발판으로 삼은 예도 없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아래 다섯 가지 면에서 선구적이다.
첫째, 실재하는 노동자가족 연구라는 점에서 현장성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남편이 ´현대자동차´ 생산직에 근무하고 있는 18명 여성을 인터뷰 한 자료와, 같은 처지로 5년간 울산에서 살아온 경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둘째, 여성학자의 관점에서 노동자가족의 ´가족중심성´ 문제에 천착하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서술체계(구성)를 보여준다. 저자는 기혼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담기 위해 그들의 결혼 전 직장과 가정생활(노동계급 여성들의 소비패턴, 이성과 결혼에 대한 태도)에도 관심을 가지고, 여성의 생활기반이 변화함에 따라 사회 노동/가사 노동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세심하게 살폈다.
셋째, ´현대자동차´가 그 회사원 가족에게 제공하는 갖가지 문화적.교육적 혜택이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부계 가족질서를 확고히 하는 한편, 더 큰 부계 권력인 회사에 대해서도 복종심과 충성심을 유발시키고 있음을 포착한다. 그 예로 현대자동차가 실시하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넷째, ´현대자동차 남성 노동자´ 역시 아내와 가족에게 성별분업을 강요하고, 그 전체로서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남성 노동자를 가족 생계 부양자로 내세워--여성을 피부양자로 위치짓고--단체 협상 요구안을 마련해 온 점을 지적한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해야 할 노동조합이 거꾸로 가부장제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투쟁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이 비판은 노조간부를 남편으로 둔 저자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무척 용기있는 발언이다.
다섯째, 집단 노동자 거주지역의 전체주의(천편일률적인 취향 및 생활스타일)를 보여준 점이다. 인터뷰와 5년간 회사 임대 주택에서 살아본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현대자동차 노동자 부부가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지며 총 자녀 수는 2명이고, 남편의 건강(아침 챙기기)이 주요 화제거리임을 밝혀낸다. 실내 건축 구조, 인테리어에서부터 먹는 반찬까지 똑같은 삶, 알뜰한 가계 살림이 이들 공동체에서 최고의 덕이 되는 생활상의 전체주의는 회사 유니폼 처럼 기성화된 노동자의 삶을 보여준다. (알고 나면, 좀 께르칙하다.)
이 책은 대단히 혁신적인 사회문화 연구서다. 연구 대상 선택이 연구결과에도 영향을 끼쳐 내용이 통일성 있다. 다만, 편집의 허술함이 흠이다. 글형식은 ´논문 준비를 위한 보고서´ 형식이지만, 인터뷰 ´인용´을 통해 위의 사실을 분석,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한국 대기업 노동자계급의 가족중심성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떠받치고 있는가 생생하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by 알라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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