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조선의 뒷골목 풍경 |  | |
| 이 책은 저자의 노력이 깃든 역작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문제의식이나 발상 및 구성도 꽉 짜여진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집필과정에서 일어난 심대한 오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무차별적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태도이다. 동일한 명칭이라도 조선시대에는 소속 관청에 따라 직무와 신분이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시기별로도 사회상에 많은 차이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은 완전히 무시하고 동일한 명칭은 동일한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오렌지족´으로 표현한 별감의 경우, 저자는 ´궁중의 액정서 별감을 살펴본다고 전제하면서 법전을 통해 별감의 직무와 정원을 서술하고 난 후 각종 자료에 나타난 조선후기 서울에서 벌어졌던 별감의 생활상을 적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액정서 별감이란 내시들이며, 서울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는 별감들은 대부분 의금부 등의 행정관서 소속의 별감, 즉 중인 신분의 서리들의 모습이란 점이다. 이들은 별감이란 호칭만 같을 뿐이지 실상은 전혀 다른 존재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전혀 그런 언급이 없다. 나머지 부분도 정도의 차이일 뿐, 당시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무시한 채 현재적 관점만을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역사서에 필수불가결한 2가지를 결여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 맥락의 정확한 이해´와 ´엄밀한 사료비판´이다. 이 기준에 의거한다면 이 책은 산문모음집일 뿐이다.
물론 이 책은 연구/학술서가 아니다. 따라서 편집체계나 문장, 구성 등에서 융통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학술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오도, 왜곡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게다가 저자는 교수 신분으로 이 책을 썼으며 실제로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었던 분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어떤 저작을 참고했다는 언급은 거의 없으며, 권말의 주석을 살펴 보아도 그 학설을 제기한 사람의 저작은 모두 빠져 있고 개론적인 내용의 출처들 뿐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책 내용이 모두 저자의 창작이라고 보기 딱 알맞게 되어 있다. 아무리 학술서가 아니라지만 적어도 교수라면 다른 학자의 시각을 서술할 때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인용 여부를 밝히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게다가 이 책은 절대 소설책이 아니다. 일반 독자들 대부분은 교수가 쓴 책이며, 현란하게 이어지는 각종 고전자료에 압도되어 이 책의 오류를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실제로 이전에 등록된 리뷰들을 살펴보니 본인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로마인 이야기˝가 고교생이 읽은 가장 감동적인 역사서이며, 역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탤런트 유모씨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을 다니는 세상 아닌가?
일반인 및 문화콘텐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도움이 될 책이며, 대중서를 집필하고자 하는 학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내용상 범하고 있는 오류 및 저자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고장난 타임머신´으로 평할 수 있겠다. 앞으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진정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의 뒷골목을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by http://www.yes24.com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