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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나에게는 지금도 저 먼먼 북소리가 들린다. 고즈넉한 오후에 귀를 기울이면, 그 울림을 귀로 느낄 수 있다. 까닭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일도 있다.˝(본문 중에서)

하루키만 그런 건 아니다. 보잘 것 없는 샐러리맨인 나 역시 가끔은 ´´까닭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건 뭐랄까, 마치 오랜 꿈처럼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공연히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개 그 강렬한 유혹을 견뎌내야만 했다. 학생일 적이라면 또 몰라도,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나는 철저하게 그 유혹을 짓눌러야만 했다. 요컨대 나에게 저 ´´먼먼 북소리´´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나는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키는 떠났다. ´´먼먼 북소리´´에 그만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서른 일곱 나이에 겨우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그 에게 ´´먼 북소리´´가 그저 반갑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도 갈등했을 것이고, 숱한 밤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하루키는 유럽을 향해 떠났고, 3년이나 저 매혹적인 대륙을 떠돌았다. 이 책 ´´먼 북소리´´는 바로 그 유랑의 기록이다. 로마, 아테네, 지중해의 작은 섬들, 심지어 헬싱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너머 알프스까지!

처음에 나는 그저 하루키가 훌훌 떨치고 먼 여행을 떠났던 것에 부러움을 보냈다. 그런데 하루키가 유럽의 현지인들과 알콩달콩 놀고 웃고 먹고 마시고 다투었던 이 진솔한 기록을 읽고서는 문득 질투를 일으키고 말았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게 살 수가 있을까? 나는 이렇게 따분한데. -.-;;

지금 나는 또 다른 질투와 부러움을 느낀다. 바로 이 책 ´´먼 북소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선 이제 막 첫 장을 넘기려는 어느 독자, 그 혹은 그녀가 무척 부럽다.

by http://www.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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