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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통신 |  | |
| 고종석의 <유럽통신>(문학동네 산문선)을 읽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을 읽고, 난 고종석을 향한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은 ´사랑´에 관련된 어휘만 뽑아서 고종석의 재치와 우리말을 향한 애정과 지식을 결부시켜 정리한 작은 사전이다.
고종석이 한겨레 신문 기자였을 때 부터, 그의 기사를 시작으로 고종석을 좋아하게 된 사람도 많이 있다.유감스럽게도 난 그 당시 고종석이 쓴 한겨레 신문 기사를 읽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신문기사를 읽고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어 반박하거나,또는 기자의 시각에 박수를 보내며,
˝OOO 기자님, 책은 언제 나와요?˝ 하는 적극적인 독자는 아니다.(사실 바쁠 때 신문 안 보고 지나가는 날도 있다.)
특정한 기자의 글들을 좋아하고,그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나는 부럽다.
<유럽통신>은 고종석이 파리에 거주하면서 국내 지면을 통해 발표한 편지형식의 글묶음이다.94~95년 사이에.수신인은 조선희,안정숙,이윤림을 비롯 문단 친구,가족들이다.16편의 편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공통점은,수신인의 안부 묻기에 인색하다는 것이다.하긴 지면에 발표될 공식적인 편지에서 사적인 사항은 최대한 배제했겠지만...
난 16편의 글중에 <불순함에 대한 옹호>,<세계어에 대한 몽상>,
<노벨 문학상에 대한 단상>을 재미있게 읽었다.특히, 오에 겐자부로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일본인 기자 친구에게 쓴 편지는 흥미롭다.
고종석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견해보다 재미있는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사를 읽고 오에 겐자부로를 처음 알게되었다는 고종석의 고백이다.한 때,문학 담당 기자였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출판사 보도 자료만 보고 안 읽은 책 리뷰도 척척 쓸 수 있는게 기자들인데 말이다.
이런 고백을 들으면 잠시나마 ´지적 열등감´에서 해방되며 기분이 좋아진다.
장정일이 영화 평론가들의 영화 리뷰는 같은 영화를 대여섯 번씩 보고, 영화 촬영 현장을 몇 달 전부터 견학하고 쓴 것이니, ´왜 나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놓친게 많을까?´하는 생각은 불필요하다고 했을 때도 매우 기뻤었다.
고종석은 저자 후기에서 그의 책이 김병익,복거일 선생의 책장 구석에나마 꽂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스승으로서의 두 사람을 피력한다.´여태까지 읽어 온 모든 책의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는 모호한 저자후기 보다, 자신의 지적 자양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밝히는 고종석이 cool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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