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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수선화
공선옥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창작과 비평사)를 읽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나팔꽃도 아니고 채송화도 아니고 장미도 아닌,
´수선화´ 이기 때문에.

이 소설집에 있는 9편의 단편 중 3편을 읽었다.
한번 펼친 책은 다 읽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 내지 독서습관 때문에, 다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명상을 하며 정적으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모에게,
작년 말에 20권 정도의 책을 한꺼번에 선물했다.

이모는 신영복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몇번씩이나 다시 읽으며, 이런 좋은 책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연거푸 말했다.신영복의 문장 자체가 너무도 단아하며, 절제되어 있으며, 맑은 영혼이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김승희의 <산타페로 가는 길>은 단편 1~2개를 읽다가,
읽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너무 거칠다고.그 격함과 통한에 넘쳐나는 글이 이모의 코드에 맞지 않는 듯 했다. 늙어가고 있는 이모에게.
하긴 나도 작녀에 <33세의 팡세>를 읽고 뭔가에 휘둘린 듯한 느낌이었다. 내 감수성도 둔해 지고 있는지, 솔직히 <33세의 팡세>를 읽고 숨이 가팠다.

공선옥 소설집을 읽으니,<산타페로 가는 길>을 읽었을 때의 이모가 생각난다. <목포는 항구다>,<피어라 수선화>,<목숨> 이렇게 세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교실 뒤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벌을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무겁고 우울해지고...

92~93년에 쓴 소설을 지금 읽어서일까?
아님 내가 요즘 너무 가볍고 발랄한 글들을 읽었나?
공선옥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오늘의 미팅은 꽝이다.
뭔 말이냐면, 애프터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좀 골치 아픈 일로 넘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구로공단에서 쫓겨나 차장을 하다가 작부가 된
혜자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에,
기운이 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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