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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중위의 여자 |  | |
| <프랑스 중위의 여자>(김석희 옮김, 프레스 21)을 읽다.
단언하건데,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여지껏 내가 읽은 소설 중 최고였다.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John Fowles가 앞에 있다면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John Fowles의 경이로운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알게된 건, 김영하의 산문집 <포스트 잇>에 있는 <19세기에 태어난 20세기의 여자>를 읽고서이다.김영하가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읽고 한 잡지에 기고한 글이다. 김영하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 사라를 19세기를 살고 있는 20세기의 여자, 그래서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여자를 얘기했고, 나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는 제목 자체에서 매력을 느꼈으며,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읽게 되기까지 오래 걸겼지만...)
´왜냐하면 그들은 ,괜찮은 여자라면 얌전하고 순종적이며 다소곳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p18)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보수적 기질을, 그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 짧고 적확한 표현이다. 이런 시대 조류에 갈등과 답답함을 느끼는 찰스는, 자신도 모르게 빅토리아 시대의 관점에서 보기에 외계인 같은, 야생마 같은 사라를 사랑하게 된다.
˝선생님은 여행을 많이 다녔으니까요.교육도 많이 받으셨고,또 신사이기도 하니까요.그리고.....글쎄요,뭐라고 말씀드리면 좋을지 모르겠군요.어쨌든 전 친절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답니다.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들은 가장 잔인한 야만인들보다도 잔인하고, 가장 어리석은 동물들보다도 어리석을 뿐이에요.그들에게서는 진실을 볼 수가 없어요.그들의 생활에는 이해심도 없고 동정심도 없어요.제가 무엇을 괴로워하고 있는지,또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관대한 사랑은 하나도 없어요.제가 무슨 죄를 지었든 간에,그토록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건 옳은 처사가 아니에요.˝ (p213)
김영하는 <19세기에 태어난 20세기의 여자>에서 사라를 향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증오, 선입견, 따돌림을 ´평균의 폭력´이란 말로 정의하고 있다. 한 가장이 자살했다는 한 줄 짜리 신문기사를 보면 ´실직´,´카드빚´, ´여자 관계´등으로 추정을 뛰어넘는 단정을 해 버리는 것 처럼, 사람들은 사회의 ´평균´으로 남을 판단하고, 그 사람을 단정해 버린다.그것은 사회적 폭력이다.
난 여기서 ´평균의 폭력´을 뛰어넘는 ´시대를 초월하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폭력´을 느낀다.슬프다.
130년 전의 빅토리아 시대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며, 관대한가?
130년 전의 영국인들은 프랑스 중위와 사랑한, 프랑스 놈팽이와 ´붙어 먹은´ 한 여자를 처참하게 매도했다.용서 받을 수 없는 인간으로 몰아 붙였다. 그 때는, TV도 컴퓨터도 없는 시대였다.
130년이 지난 한국, 우리는 ´사회의 평균´에서 이탈된 사람들에게 너그러운가? 130년이 지난 지금, 정보의 발달로 남의 사생활을 훔쳐서 보고, 훔쳐서 본 주제에 그 사람을 난도질하고,매장하고, 그 일련의 과정으로 돈까지 벌고 있다.
남자 친구랑 찍은 비디오 하나 때문에 2년동안 눈물 흘리면서 밤무대를 뛰고 있는 백지영은 무엇이며, 남자 친구 무릎에 앉아서 찍은 사진 하나 때문에 유진에게 연예활동, 연애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기획사는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교계에 데뷔하여 집안 좋은 남편감을 사냥하며 상대방 집안과 ´지참금´ 문제를 협의하는 ´결혼제도´ 또한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작품에서 소설쓰기의 모범을 배운 바 있다.´(´옮긴이의 덧붙임´ 중에서)
옮긴이 김석희의 말대로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소설이 행사할 수 있는 온갖 장치를 다 동원한다.이 책은 ´How to write´ 같은 과목의 교재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격정적인 연애소설이기도 하다.아무 생각없이 읽는다 해도 재미있는 책이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 ´하이틴 로맨스´ 읽을 때의 흥분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제러미 아이언스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1981년 영화인데 국내 비디오 출시는 2001년이다.??) 영화를 본 후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 대한 두번째 독후감을 쓰려 한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로 각기 다른 주제의 독후감 100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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