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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모와 집착의 역사 |  | |
| <음모와 집착의 역사>(이마고.이종인 옮김)을 읽다.
(원제 : Great Feuds in History)
번역할 때 제목을 <음모와 집착의 역사> 보다 원제에 더 가깝게
<역사의 위대한 맞수> 정도로 했다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인문학 책들을 보면 제목이 의역 수준을 떠나 별로 내용과 관계없이 설정된 경우가 많은데 아쉽다.뭐 <와사비>가 <레옹 2>가 된 판이니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
´참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 1세 vs 메리 스튜어트
심프슨 부인 vs 퀸 마더
에드거 후버 vs 마틴 루터 킹
이렇게 역사상 ´맞수´ ´라이벌´ 이었던 두 사람씩을 설정하여,
그들의 어마어마했던 ´경쟁´ ´증오´ ´상대방 죽이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총 10꼭지의 이야기가 있다.
서점에서 이 책의 차례를 봤을 때, 가장 흥미를 끈 꼭지가
심프슨 부인 vs 퀸 마더 였다.
어렸을 때 Simpson 얘기가 TV에 나오면,
엄마가 영국의 왕이 한 여자를 위해 왕관을 포기한 ´세기의 로맨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뭐 TV에도 그렇게 나왔을 테고...
책에서 우연히 Simpson의 이름을 다시 보자, 흥미가 생겼다.
왕비가 되고 싶었던 미국 여인과 왕비기 되기 싫었던 영국 여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문장이다.
제목에서 처럼 이 글의 촛점은 ´왕´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왕비´가 되려 했던 2번 이혼한 미국여자와, 이 미국여자 덕분에 왕비가 된 영국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여자의 증오와 경쟁이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얼마나 사실에 충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Simpson은 참 대단한 여자였다.
1924년에 별 희망 없는 결혼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 중국으로 떠난 여자.1924년에.
대단한 미모에, 대단한 야심가에, 대단한 여우였던 여자.
사실 퀸 마더(Eliznbeth Windsor) 보다는 시대를 앞서갔던, 꿈 바로 앞에서 좌절한 Simpson에게 훨씬 끌린다.
영국의 국왕이 영국여자도 아닌 미국 여자와, 그것도 한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유부녀 미국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그 오만한 영국인들이 얼마나 난리를 쳤을지는 상상이 된다.
그것은 왕의 ´배신행위´ 였으며, 국가의 자존심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었다.
항상 드라마의 제목이 왕이름이 아니라 <장록수>나 <장희빈>인 것 처럼, <여인천하>에서 모든 음모는 정난정이 혼자 벌인 것 처럼,
영국 대중의 증오는 유혹에 빠진 불쌍한 왕에게가 아니라,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한,
왕비가 되려고 왕을 꼬신,
2번이나 이혼을 한 문제 있는,
국가를 위협하는 외국인
Simpson에게 쏠렸다.
영국의 왕 에드워드는 온갖 반대를 무릎쓰고, 심지어 왕위를 동생에게 양위하며 Simpson과 결혼했다. Simpson은 행복했을까?
Simpson은 왕과 결혼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왕관을 포기하는 ´순정적인 남자´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왕위를 지켜 자신을 ´왕비´로 만들어 주는 카리스마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Simpson은 오래도 살았는데(90살까지) 내내 영국인들의 질시를 받았고,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Simpson 덕분에 왕비가 된 퀸 마더는 Simpson을 왕궁에 오지도 못하게 했으며, 만나 주지도 않았다.
정난정에게, 장희빈에게, Simpson에게 쏟아졌던 질시와 증오, 끝없는 원망. 이 여자들을 사랑했던 왕들은 ´무뇌증´이란 얘긴가?
증오의 표적이 되었던 여자들을 보면, 어쩐지 짠하다. 돌 던지기가 더 쉽고 그 반응이 재미있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악녀´ 아닐까?
<음모와 집착의 역사>는 재미있다.
애드거 후버 vs 마틴 루터 킹
로얄 아문센 vs 로버트 F.스콧
도 재미있게 읽었다.
Collins Evans는 한국의 이덕일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
외롭게 떠나간 Simpson을 기억하며.
by 수선의 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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