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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  | |
| 국도 한 가운데에서 히치하이크 신호를 보내는 소년 앞에 사내의 차가 멈추었다. 소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듯 되돌아서려고 하지만 그 사내의 차에 올라탔다. 소년의 이름은 니시자와 시즈오로 아버지는 도박으로 어머니는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였는데 어머니가 바람이 나고 다시 그의 아버지가 재혼을 하여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부모와 살고 있다. 이러한 유복한 환경 속에서 소년은 매주 일요일 가출을 시도한다. 사내는 혼다 에타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중학생인 아들을 잃은 중년남자이다. 오늘로서 사내와 소년은 두번째의 만남을 가졌다. 사내가 소년을 처음 태워다 준 것은 지난 일요일. 그 때 소년은 히메지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갔다가 고베의 다루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차를 몰던 사내가 입을 열자 소년은 쉴새 없이 말을 하였다. 휘파람을 불던 소년이 아무생각 없이 내뱉은 말.
˝아저씨, 아이 있어요?˝
순간 사내는 뜨끔하였다.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오랫동안 괴로워했던 사내에게 다시 그런 괴로움을 안겨주는 말이었다. 사내는 차가운 어조로 지금은 없다고 대답했다. 사내의 아이가 천국으로 갔다는 말에 소년이 장난치는 거냐고 묻자 사내는 불끈 화가 치솟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 아이의 상냥함이라고 생각한 사내는 이내 마음을 돌렸다. 차가 멈추자 소년은 내렸고 사내와 소년은 다음주 일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약속했던 일요일이 되자 사내는 차를 앞에 세워두고 소년을 기다렸다. 그러나 소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일요일, 사내가 소년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소년은 ˝난 약속은 반만 지키는 게 좋거든요.˝라고 말하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약속을 반만 지키는 게 좋다는 소년에게 사랑스러움을 느끼자 사내는 죽은 아이가 다시 생각났다. 죽은 아이는 고집이나 억지를 부린 적이 없었다. 성적도 친구사이도 나무랄 데 없었으며 성격 또한 온순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죽음을 택했다는 데에서 사내는 더욱 큰 괴로움을 겪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내와 소년은 또 다시 헤어졌다. 사내가 그 소년을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한달 뒤였다. 사내가 말을 꺼내자 소년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했다. 자신에게 요즘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년의 말을 들으며 소년이 야위어 보인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내는 일요일마다 소년과 약속한 장소에서 차를 세웠다. 사내는 소년과 세 번 만난 것뿐이었지만 일요일마다 가슴 설레며 기다리게 되었다. 소년은 사내에게 있어 묘한 존재감이었다. 두 달 정도가 지나도 소년이 나타나질 않자 사내는 소년이 일한다는 돈가스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에서 사내는 소년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란 것 외에 소년의 엄마도 친 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대로는 그 소년과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내는 학교를 찾아가서 소년의 집 주소를 알아내고 편지를 보냈다. 얼마 뒤 소년의 답장에는 학급 문집을 한 권 보내며 그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라고 한다. 학급문집에는 여러 아이들의 글이 실려 있었다. 그것을 읽은 사내는 고독한 사람일수록 연기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죽은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 소년이 수많은 삶을 살아 보려고 했듯이, 아들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라고 한 소년의 말은 서로가 인정하고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어른과 아이가 동시에 외톨이로부터 안녕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현대에 살아가면서 청소년은 때론 고독과 불안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땐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관심을 가져주어 서로가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by 북퀴즈글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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