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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섬
라디오의 뉴스:미군도 수많은 전사자를 냈지만,
베트콩측도 115명이 전사했습니다.

여자:˝무명이란 참 무섭지요.˝
남자:˝뭐라고?˝
여자:˝게릴라가 115명이 전사했다는 것만 갖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않아? 한 사람 한 사람에
관한 일은 무엇 하나 아는 게 없는 상태지.
아내나 아이들이 있었는지? 연극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저 115
명 전사라는 것 말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이 구절을 장 뤽 고달의 ˝미치광이 피에로˝에서 인용했음을 밝히고 있는데 이 구절을 읽다보니 이문열씨의 ˝익명의 섬˝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위의 구절과 같은 내용을 짧은 단편 소설로 만들어내었던 그는 거기서 아주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익명의 시대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읽어도 그 소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지만 소설속에서의 상황이 그다지 친숙해지기는 어려운 것이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다시 그 소설을 읽는다해도 왠지 멀리하고 싶다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짧은 분량이고, 소설의 주제도 뚜렷한 편이며, 재미 또한 있는 것이기에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한 번쯤 읽어 볼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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