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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제일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에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잘 몰랐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속에 그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을 깨달았다. 땅에서는 보잘 것 없는 개인의 존재를 죽음과 도전 속에 몰아넣음으로써 손톱만한 게기관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곧 죽음으로 떨어지는 허공 속에서 그는 인간이 존엄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파비앙을 폭풍우 속으로 넣음으로써 기다리는 자들의 희망을 져버리게 했지만, 그를 실종시킴으로써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용기를 보여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부여하는 의도는 바로 이 점이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일까? 재미나는 점이 있다면 생떽쥐베리가 상상 속의 인물을 현실로 이루어지게 한 것이다. 전쟁은 그에게 모험의 터전이었으며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야간 비행의 파비앙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상상을 행동으로 실현시킨 그의 발상적인 의식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주인공 리비에르가 여론과 부하의 희생 속에서도 내적 갈등을 극복하고 누구나 중지하리라 생각했던 야간 비행을 겉으로는 태연히 출발시킨 그의 정신에 놀라웠다. 그의 집요한 결단력은 나약함을 허락하지 않고 작은 과실에도 벌을 주는 비인간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자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받아들이는 그 속에 있다는 진리를 그가 보여 주었다.

참다운 용기, 진정한 용기는 겉으로 보여지고 내세움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조종사들의 끊임없는 죽음 앞에서 생명을 던지는 그 일에 책임을 하며 그 속에 희망을 얻는 그들이야말로 진정 용기라 하겠다.

생떽쥐베리의 작품들을 보면 처음 읽을 땐 그의 참된 의도를 느낄 수 없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커지는 교훈을 알고 느낌으로써 내 자신에게도 만족한다. 그 어떤 모험, 전쟁 이야기와는 차별되는 체험적인 모험 정신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것 같다.


by no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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