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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스 |  | |
| 에릭 시걸의
“닥 터 스”를 읽고
늦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려는 듯 연 이틀간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8월의 하순이다.
말이 가을이지 아직은 여름의 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더위와 빗줄기는 아직도 씽씽하다.
하지만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 곁에 다가서 있다.
황금빛 물결이 온 들녘 가득한 결실의 계절이 오면..., 우리는 너 나 할것없이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평소 읽고 싶었던 한 권의 책이라도 읽으려 할것이다.
나 역시 가을을 맞아 조금은 색다른 메디탈 소설을 찾아 그 마지막 책장을 덮고 소감을 남긴다.
글을 읽고 무언가 느낀 사항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퍼즐게임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심혈을 기울여 짜내어 맞춘 퍼즐, 우리의 삶도 퍼즐을 맞추어 가듯이 이것저것 맞추어 보고서야
“아 ! 이게 아니었구나 !”하며 고쳐가는 그런 것이란 느낌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시걸”은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러브 스토리”,“올리버 스토리”, “클래인”, “닥터스”등의 작품으로 우리와는 무척 친숙한 작가로 이름이 알려졌으며,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러브 스토리”, “올리버 스토리”등은 모두 영화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소설보다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 대열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의 문장은 관념적인 단어의 사용을 절제함으로써 재치와 정감이 넘쳐 독자들에게 상쾌하고 새로운 삶을 맛보게 해준다.
특히 그의 네 번째 소설인 “클래스”는 하버드 동창생 다섯 명의 25년 간 인생 여정을 그려내어
뉴욕타임즈 그 해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으며,
“닥터스”를 통해 의대생들의 고된 수련과 인턴이나 레지던트 생활의 피 말리는 괴로움, 그 속에서 상처받는 인간의 모습은 물론,
의학에 우선하는 사랑의 가치를 설파하는 등, 하버드 의대생들이 겪는 그들만의 고통과 번뇌를 그려내고 있다.
정말 어렵게 들어온 하버드 대학의 의과생들, 입학하고 나서부터 더욱 힘들어진 그들의 생활에 수많은 학생들이 좌절한다.
각 학교에서 수재로 인정받았던 그들이었기에 남에게 뒤쳐진다는 것은 차라리 죽기보다 싫은 일일 것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인간형을 엿볼 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서로 격려하면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애를 키우며 생활해 나가는 인간형과
오로지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쉴새없이 전진하는 미래지향적인 인간형이 바로 그것이다.
삶의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적절하게 선택하였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듯이 그들의 인생도 “결정할 시기”가 있는 것이다.
“어떤 분야를 선택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그들의 두 번째 선택이다.
이 선택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대학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일생일대의 크나큰 결정이다.
따라서 대학진학 여부를 선택한 이후에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두 사람의 의사를 예로 들어 인간의 유형을 묘사하고 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자기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갖가지 비열한 짓을 일삼는 사람이며,
또 한 사람은 진실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인간애 넘치는 의사이다.
전자(前者)는 내과분야의 일인자로서 그의 수술은 100%의 성공율을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크나큰 비밀은 수술 도중 죽은 환자를 마치 살아있는 양 위장하여 일단 회복실로 옮긴 후
간호사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게 함으로써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는 회복 도중 사망”이라는 기가 막힌 결론을 만들어 낸다.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잃어 버린다.
자기 자신만의 명예를 추구하기 위해 이런 위장수법을 쓴다는 것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비열하고도 악랄한 행위로써 정말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렇듯 자신의 명예욕 때문에 죄를 짓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깊은 인간애를 가진 나머지 오히려 죄 아닌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한 의사는 자신의 환자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회복될 수 없는 환자의 고통을 그냥 볼 수가 없어
결국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동의 하에 “안락사”를 선택함으로써 환자의 죽음을 돕게된다.
인간이므로 그도 역시 괴로워했지만, 그렇다고 그 일을 멈출 수는 더더욱 없었다.
엇갈린 갈등 속에서도 그 일을 계속하였고, 결국 그 의사는 법정에 설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과연 판결은 어떻게 내려졌을까 ?
살인 ? 아니면 회복할 수 없었던 가련한 인간을 구제해준 구세주...?
어떤 이는 말한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생사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흔히들 아무리 사랑의 이름으로 저지른 행위라고 할지라도 살인은 살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꼭 그렇게 외통수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삶을 몸서리치도록 싫어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즉 삶에 대해 갈망하는 사람이 있듯이 죽음을 갈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어느 누구도 이것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그 의사는 삶이 너무도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의사로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며,
더군다나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도 동의한 상황이기에 그것을 완전한 살인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
이 정도면 판결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락사(安樂死)”는 요즈음 한창 찬반논란과 함께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정되지 않은 처방으로 살인 아닌 살인으로 처벌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갖가지 경이로운 사건들을 접하는 순간 새삼 의사들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되었다.
철저한 직업의식과 사랑 사이에서 겪는 그들만의 고통을 새삼 느끼며
어려운 과정을 힘겹게 이겨온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나름대로의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애독자들의 일독(一讀)을 권한다.
BY http://www.13oo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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