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애니깽 |  | |
| 김상렬의
´애 니 깽´을 읽고
작가「김상렬」씨는 극작 기법이 그 다양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큐멘터리극, 수사극, 추리극, 리얼리즘극, 서사극, 열린 형식의 연극, 우화극, 반 사실주의 연극 등 다양하다.
그가 어느 특정 양식에 얽메이지 않았던 것은 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안목이 다양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극기법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역사나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명쾌하게 밝혀내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읽어 볼 수 있다.
둘째, 병들고 무력한 현실 세태, 중립병에 걸린 현대적 자아에 경종과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해설자의 등장, 극중 연출자의 등장, 극중 극의 활용, Song 등을 도입하고 있다.
셋째,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역사가 변한다는 진리가 그의 연극 양식에 배어있다.
이 때문에 그의 연극은 역사물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재탕하려 들지 않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애니깽´, ´로미오 20´, ´제3스튜디오´, ´그대 말일 뿐´, ´언챙이 곡마단´, ´탈의 소리´, ´길´, 등이 있다.
「김상렬」의 연극성향을 가장 잘 대변한 작품으로 ´애니깽´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액자무대 위에 마당극의 형식, 즉 놀이무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관객은 광대들의 조정에 의해 연극이 진행되고 있음을 공연현장에서 확인하게 된다.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을 끝마친 이후에도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대신 무대의 후면이나 측면에 줄곧 앉아있게 된다.
마치 마당극의 원형공간을 연상케 하 듯 배우는 관객의 환상을 애초에 파괴한다.
극적인 환타지의 창출여부는 아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형식에 걸맞게 비역사적인 소재가 이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비역사적인 역사물이란 역사적 소재를 따오되 역사성이 철저히 배제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희곡이나 극본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상식을 배제하고 상상을 초월한 작가의 이러한 작품관을 한 번 체험해 보고 싶었고, 또한 지금까지 수필이나 소설작품을 주로 읽었던데 대한 지루감(?)으로 인해 희곡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역사의 주체 내지 변혁의 주체가 바로 기층 민중이라는 시각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살펴 볼 때 이 작품 역시 철저한 민중 역사관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구한말의 민중들 역시 황폐하고 처참한 상황으로 내던져져 버림받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헐벗고 굶주리며 가렴주구(苛斂誅求)의 폭정에 시달린다.
아울러 열강들의 식민정책은 극에 달한다.
조선 조정은 무력하기만 하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강압은 힘없는 민중들의 삶에까지 침투한다.
일본 상인과 멕시코계 영국인의 야합은 노예송출이라는 음모로 이어진다.
지상낙원이라는 감언이설은 힘없는 조선의 백성 1,033명으로 하여금 멕시코 행 배를 타도록 유도한다.
백성들이 불법으로 송출되었음을 확인했음에도 조선 조정의 태도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일본의 강압적 태도와 압력, 그리고 국제 열강들의 식민주의적 야욕은 ´애니깽 농장´에서 백성들이 겪는 참담한 노예생활을 그대로 방치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다.
강제노역과 악조건의 사막기후로 인해 수많은 동포들이 죽어간다.
´애니깽 가시´에 찔려 죽기도 하고 독사에 물려 죽기도 한다.
´애니깽 농장´을 탈출하여 고향인 조선에 가고자하는 염원이 서서히 영글어 간다.
탈출, 그리고 감금..., 또다시 탈출을 위한 갖가지 역경이 반복된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마지막 기사회생으로 인천항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한우와 민우는 밀항자·밀입국자라는 죄명을 쓰게 된다.
조선의 임금님을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이들의 기대는 조선이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포로 돌아간다.
삶의 한계선 밖으로 내던져진 버림받은 백성들, 그들은 계속 가혹한 노예상태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구해 줄 최후의 보루였던 조선의 임금은 더 이상 없었고 극도의 절망감과 암담함이 있을 뿐이다.
궁중의 삶은 권태롭고 무력하다.
임금은 권태로움을 쫓기 위해 일본산 녹차만을 먹으며 자하문 꽃놀이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사치와 나약함에 찌든 임금의 모습은 극한 점을 달리기엔 이미 역부족이다.
이 작품의 전반에 깔려있는 백성들의 처참한 실상과 조정의 무기력한 모습들...,
『왕실이나 지배계층의 몰가치적 상황이 줄곧 반복 변조되어 진다.
노예로 팔려간 백성들의 참상에 대해 조선 궁정은 속수무책이다.
식민주의 야욕에 물든 일본의 강압에 조선은 무력할 뿐이다.
국왕은 왜인(倭人) 자객에 의해 살해될까봐 공포에 떨고만 있다.
그리고 조선은 힘없이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배계층의 상황은 철저히 정상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의 몰가치적 상황과 그 반복은 강렬한 도발의 힘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의 비판적 성찰은 몰가치적 궁중의 상황이 민중들의 황폐하고 처절한 삶과 교차될 때 최대치를 기록한다.
교차의 기법을 통해 이 작품은 관객의 현재적 삶을 돌아보게 하는데 기여한다.
교차의 순간 강렬한 교훈적 메시지가 창출된다.
메시지의 창출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고 관객 각자의 인식과정에서 실현된다.』
이 작품은 그 예술적 효능이 상투적인 리얼리즘이나 그 갈등의 선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연극의 변증법적 구조를 바탕으로 실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황의 도발성을 향한 기법이나 대위법적 기교는 이 작품의 참신한 연극성을 일깨워 주는데 기여한다.
이상이 이 작품을 읽고 부족하나마 내가 느끼고 발견한 전부이다.
책을 덮으면서 작금의 우리나라 사정을 심사숙고하는 자세로 되돌아본다.
2000년대를 맞아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와 희망, 그리고 나름대로의 알찬 계획들을 수립하고 시행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는 있지만 지금의 우리의 처지가 이 작품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
국민소득 1만불 시대를 열었다고 떠벌리던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의 허세가 IMF의 풍상 속에서 떠벌이 되어 흩어지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가 등장하여 그 허장성쇠를 바로 잡겠다고 큰소리친 세월이 어느 덧 수년..., 비록 급한 불은 껐다고 거친 한숨을 내몰아 쉬며 새롭게 진일보 하려는 노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정치권의 민주화를 시작으로 대북 ´햇볕정책´ 추진의 미완성된 작품만을 남긴 채 부정적 요소만 남기고 다시 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고, 21세기를 열어가는 2,000대가 3년여 지난 지금, ´참여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홀연히 등장한 노무현 정권의 새롭게 시작하려는 노력들이 아직까지는 그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끝없이 돌출하는 화물연대의 노사분규와 공직자 부정 관련 수사, 그리고 남북관계와 붓핵관련 6자회담을 포함한 이런저런 해결되지 못한 산적한 현안과제들로 인해 한시도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없기 때문이리라.
비록 이 작품 ´애니깽´에서는 무력한 정부(조정) 때문에 백성들의 고통이 컸지만 지금은 그래도 그때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변화무쌍한 작금의 현실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심히 불안한 마음 지울 수 없다.
´무기력한 정부 밑에는 어리석은 백성이 있게 마련이고, 지혜로운 백성의 위에는 슬기로운 정부가 있기 마련이다´고 누군가 말했듯이 국가 흥망성쇠를 책임진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동반자 관계로 다시 서야만 할 것이며, 누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거나 국민이 정부를 욕하고 정부가 국민을 우롱할 때가 아님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 책을 통해 소설이나 수필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표한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