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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팡세 |  | |
| 파스칼의
´팡 세´를 읽고
´팡세´라...!
한참 오래 전부터 말로만 들어왔던 그 유명한 「파스칼」의 ´팡세´를 직접 읽게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인데도 이제서야 손에 들게 되었다는 게 너무도 한심스러운 한편,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이 ´팡세´의 내용을 그나마 지금에서라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다행스럽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이 책을 잡으면서 뭔가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은 ´두려움과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 책을 지금에서야 잡게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를 밝힌다면 이 책이 우리가 흔히 즐겨 읽는 소설이나 에세이와는 다르다는 점, 그래서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고, 유명한 철학자인 「파스칼」의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먼저 어렵겠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내 생애에 있어 얼마만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오만방자한 생각이 뇌리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또 「파스칼」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단지 이 두 가지만이라도 알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하여 첫 페이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펼치게 되었다.
먼저 너무나도 유명한 저서 ´팡세´의 내용을 알기 전에 이 ´팡세´를 낳은 「파스칼」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파스칼」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철학자이다.
학교교육은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세무관리인 아버지의 교육과 집에 모여드는 일류 과학자들의 논쟁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 16세 때 ´원추 곡선시론´을 써서 「데카르트」를 놀라게 했고, 19세 때에는 계산기를 발명하기도 했다.
물론 아주 원시적인 톱니바퀴식 계산기이지만 그의 발명은 21세기 과학문명의 총아(寵兒)인 컴퓨터의 시초이기도 하다.
그는 ´수 삼각형론´ 및 그에 따른 ´부대논문(附帶論文)´을 썼고,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그는 기독교적 변증론에 의해 신의 은총을 증명하려고 한 고전적인 명저 ´팡세´를 저술하기도 했다.
「파스칼」의 ´팡세´는 인간에게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 즉 신앙에 대한 것이 「파스칼」에 의해 이 ´팡세´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神)이 없는 인간의 비참함과 신(神)이 있는 인간의 축복을 밝힌 것이 바로 이 ´팡세´이다.
「파스칼」의 ´팡세´는 완성된 저술이 아니라 저술을 위한 메모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 즉 신앙에 관한 이성적인 근거를 철학적으로 논술할 심산으로 그 초고(草稿)를 메모형식으로 기록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팡세´에는 여러종류의 판이 있는데, 그것은 해석하는 역자(譯者)에 의해 어떤 판을 대본으로 했는지에 따라 ´팡세´의 구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읽은 ´팡세´는 「최현」씨가 번역한 것으로써 그는 ´팡세´의 여러 종류의 판 중에서 「브랑슈 바큐판」을 대본으로 사용하였다.
그는 ´팡세´를 몇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14편으로 정리했다.
이 14편의 단편 속에는 아주 많은 단장이 있다.
제1편은 ´기하학의 정신과 섬세의 정신´이다.
´기하학의 정신과 섬세의 정신´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기하학의 정신´에 있어서 그 원리는 명확하지만 보통은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즉 추리능력을 말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쪽에 얼굴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반면 ´섬세의 정신´은 그 원리가 모든 사람의 눈앞에 있다.
즉 직관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이 두 가지 정신이 모두다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원리의 결론을 활발하게 깊이 간파하는 것인데 이것은 「정확의 정신」이라 하며, 또 하나는 다수의 원리를 혼동하지 않고 파악하는 것인데 이것은 「기하학적 정신」이다.
「정확의 정신」은 정신의 힘과 정확성을 나타내고, 「기하학적 정신」은 정신의 넓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정신이 함께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간이 사물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신 모두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편은 ´인간의 인식´이라는 단편이다.
여기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이 서술되어 있다.
인간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따라 행동이나 말이 표현되며, 그것을 받아들인다.
「파스칼」, 그는 이 인간의 인식에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세계, 그리고 인간의 인식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오류로 가득 찬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이 오류는 자연적인 것이고, 은총이 없이는 지워지기 어려운 것이다.
어떠한 것도 인간에게 진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인간을 매혹시킨다. 그러니 ´인간의 정신적 영역은 신에 의해 진실해 질 수 있고, 그렇게함으로써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제3편은 ´불신앙의 사람들에게´라는 단편으로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충고와 신앙을 갖지 않은 어리석음에 대한 개탄인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신(神)을 모르고서는 행복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신에게 가까이 갈수록 행복해진다.
최대의 행복은 신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불행하게 된다´라고 「파스칼」, 그는 말하고 있다.
그는 불신앙의 사람들을 동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4편은 ´신앙의 방법´이다.
믿는데는 ´이성, 습관, 영감´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성을 지닌 유일한 종교인 기독교는 영감(靈感)없이 믿는 사람들을 기독교의 참된 자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독교가 이성과 습관을 배격한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마음을 열어 그 모든 증거에 향하게 하고 습관에 의해 자연스럽게 믿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겸손한 자세로 영감(靈感)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신으로부터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외면이 내면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며, 신을 느끼는 것은 심정이지 이성은 아니다.
이것은 곧 신앙인 것이다.
제5편은 ´법률´이다.
법률은 법률일 뿐이지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과오를 바로 잡으려는 법률처럼 과오를 범하는 것은 없다.
법률이 옳기 때문에 따른다는 사람은 그가 상상하는 정의에 따르는 것이지 법률의 본질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법률은 그 자신이 주워 모은 것이지 법률이 참된 정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인간은 법률이 마치 최고의 정의인 양 법률에 복종한다.
그것은 단지 외적으로 나타나는 힘의 정의일 뿐 ´인간은 신을 존중하는 것이 참된 정의인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6편은 ´사고의 존엄´이다.
사고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그런데 사고(思考)란 무엇일까 ?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
사고(思考)란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고(思考)는 본성(本性)과는 분명히 다르다.
본성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지만 사고는 의식이 있을 때에서야 가능하다.
그래서 사고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만 자신을 위해서만 하려고 한다.
사고(思考)에 의해 회의(懷疑)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로서 반드시 회의(懷疑)를 하게 된다.
회의(懷疑)는 신앙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회의(懷疑)를 초월할 때 이상(理想)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회의(懷疑) 자체는 신앙의 대적(大敵)이다.
「파스칼」은 신앙으로 이 회의(懷疑)를 이겨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회의론(懷疑論)에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신앙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7편은 ´기독교의 교리´인데, 신앙이 없는 사람은 참된 행복을 알 수 없고 정의도 알 수 없다.
기독교의 교리는 ´사람을 사랑하고, 또 신을 믿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인간을 완전히 사랑스럽고 행복한 자가 되게 하는 것은 기독교뿐이다.
도덕에 의해서는 인간은 사랑스러운 동시에 행복한 자가 될 수 없다고 「파스칼」은 말하고 있다.
제8편은 ´기독교의 이중 기초´이다.
기독교는 ´타락과 속죄´, 이 두 가지 점에서 성립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간의 위대성과 비상함 중에 어느 한 쪽을 내세우면 다른 쪽을 부정하게 되는데 기독교는 인간의 이중성격을 모두 동시에 긍정하고 있다.
즉 신은 사람의 눈을 밝게도 하고 어둡게도 한다는 것이다.
제9편은 ´여러 종교´로써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에 대해 서술해 놓았고, 기독교와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제10편은 ´표징´이다.
기독교에서는 많은 예언이 있다.
그 예언에는 증명할 수 있는 ´표징´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신은 그를 믿는 자들에게 소멸되게 마련인 행복을 갖지 않게 했으며, 그것이 결코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유대민족을 만드셨다.
제11편은 ´예언´으로써 기독교의 많은 예언을 이 ´팡세´에 담았다.
제12편은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이다.
성서(聖書)에는 많은 예언이 있고, 또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제13편은 ´기적´이다.
기적은 교리를 분별하고, 교리는 기적을 분별한다.
이 말은 기적에 의해 교리의 진위를 식별할 수 있고, 교리에 의해 기적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으로써 기적은 무용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믿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만은 믿어야 될 것 아니냐 ?´
그는 가장 유력한 증거로써 자기의 기적을 듣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제14편은 ´교회의 분립´이다.
이 교회의 분립은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써 ´교회의 역사는 곧 진리의 역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라고 「파스칼」은 얘기한다.
이상으로 「파스칼」의 ´팡세´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14편을 요약했다.
내가 비록 기독교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독교의 깊이있는 부분까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전부 소화해 낼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세세한 내용파악보다는 아주 미흡하지만 전반적인 테두리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다행하게도 ´수박 겉핥기식´이나마 산재해있는 심오한 부분들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했던 바를 달성했다고 본다.
「파스칼」의 ´팡세´는 정말 우리에게 심오한 물음을 갖게 하고, 그에 못지 않은 심오한 답을 가르쳐 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문제, 그리고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인간본연의 문제인 신앙의 문제를 「파스칼」은 이 ´팡세´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팡세´를 읽고나서도 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지 못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파스칼」,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기란 아마 무척이나 힘든 일이겠지만 행여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 번쯤은 더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해 읽은 지금 결코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들기까지,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읽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르지만-이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 대해 자부 아닌 자부심을 가진다.
끝으로 ´팡세´를 저술한 「파스칼」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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