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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 |  | |
| 박경리의
´토 지(土地)´를 읽고
작가 「박경리」는 1926년 경남 충무에서 출생하여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1955년 단편 ´계산´, 1956년 단편 ´흑흑백백´이「현대문학」이란 잡지에 추천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후, 불치병인 암과 투병하며 26년 간 4부 16권에 달하는 장편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는 인간승리를 이루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장과 전장´, ´파시´, ´김약국의 딸들´, ´표류도´ 등이 있다.
이 작품 ´토지´의 개략적인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제1부에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최참판 가(家)´의 마지막 핏줄인 ´서희´가 ´조준구´라는 한 인간의 더럽고 비열한 행태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단지 할머니가 어려울 때 쓰라고 숨겨둔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득의 귀향할 것이라는 독심을 품고 간도로 이주하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제2부에서는 1부의 말미로부터 몇 년 후인 1910년대 중반을 시대배경으로 삼고, 경남 하동의 평사리에서 광막한 불모의 고토 간도로 무대가 옮겨진다.
´최참판´ 댁의 가명(家名)을 떠맡은 ´서희´는 고향에서 갖고 온 재물을 밑천으로 토지와 식량에 투기하여 대 부호가 된다.
부자가 된 ´서희´는 자기네 재산을 횡령한 ´조준구´에게 잃어버린 땅을 다시 사 들이기 시작한다.
´서희´는 양반이며 독립투사인 ´이상현´의 구애를 거절하고 하인과 다름없는 ´길상´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고 마침내 득의 귀향한다.
제3부는 3.1 운동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은 1919년 가을부터 광주 학생운동의 발발소식이 청년들을 흥분시키던 1929년의 가을까지를 시대배경으로 한다.
3부의 세계는 우리 민족이 겪게되는 일상생활적 가치관적 변화를 이 시대의 생동하는 사회상황 속에서 매우 풍요롭게 이야기한다.
무대는 평사리와 간도를 비롯 서울 부산 만주 진주 일본으로 확대되고 1,2부에서의 주요 인물들이 상당수 무대를 떠나고 그들의 2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또한 사회주의 운동과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새로운 지식인들과 동학혁명의 잔당이라고 할 수 있는 뜨거운 의식과 덕성을 갖춘 인물들이 등장,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키는 사건 속에서 당대의 윤리적 이념적 인생론적 진실을 흐르는 강처럼 열어간다.
결국 이러한 복잡하고 장구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다가 제4부에서 우리나라의 해방과 더불어 그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또 한번 ´작가´들에 대해, 아니, 특별히 ´박경리´란 작가에 대해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 말 그대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역사적 현실과 인물들의 미묘한 갈등관계, 그 속에서도 무언가 허구성과 개연성을 부가함으로써 하나의 소설로서, 때로는 역사서로서 ´토지(土地)´는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위대한 업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주 싫어할 정도의 작은 글자체를 사용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구성으로 독자들의 진부함을 깨끗이 해소하였고, 그래서 전혀 상업성에 찌들리지 않은 이 시대의 책, 진정한 책으로서의 가치가 영원할 것이며, 노벨 문학상의 반열에 올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으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만하다 여겨진다.
그 엄청난 언어의 다양성과 상황묘사가 어떻게 영어로 표현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박경리」 작가 의 ´토지´가 지닌 놀라운 힘은 가난과 억압 속에서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버티다가 죽어간 이름없는 무수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의 서술에 있다 할 것이다.
끊임없는 불화와 화합, 알력과 협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마을사람들과 하인들의 일상생활을 서술하는데 있어서 작가는 그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이들의 생활감각 속에 깊이 스며있는 공통적인 특성을 추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들의 일상적 생활 속에 들어있는 유머러스한 대화로 드러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른 바 유교적 가치체계인 ´도리´에서도 드러나며, 삶의 어떠한 순간에도 생존을 위해서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그들의 생활태도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구성면에 있어서도 무심코 한 번 스쳐 지난 듯한 장면이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러한 순간이 우연이 아닌 실제의 생활에서처럼 필연으로 느껴질 때, 작가는 이러한 사소한 것들에까지 필연성을 부여하고, 일제치하라는 뼈아픈 역사를 실제로 독자 자신이 한 번 살아 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지´ !
이 책은 정말 그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저작(著作)으로 높이 평가한다.
한때나마 문학청년으로서 작가의 꿈을 간직했던 나로서는 정말 너무너무 황홀함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26년이란 세월을 한 작품에 매어 달린, 그것도 ´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극복하면서 일구어낸 그 분의 인간승리에 진정한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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