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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 촌 장 기 행´을 읽 고 |  | |
| 김주영의
´외 촌 장 기 행´을 읽 고
작가 「김주영」씨는 1937년 경북 청송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1972년 소설 ´휴면기´로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객주(1981)´, ´아들의 겨울(1982)´, ´천둥소리(1986)´, ´활빈도(1987)´,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1978)´, ´화척(1991)´, ´외촌장 기행(1982)´, 단편으로 ´겨울새(1983)´, ´새를 찾아서(1987)´등의 장·단편을 지속적으로 발표함으로써 ´70년대에 있어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인 작가의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흔히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사랑이란 말과 함께 이 아름답다는 말도 흔하디 흔한 상투적인 말이되어 이젠 우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말로써는 그 의미마저 희미해져 가는 듯 하다.
그런데 곰곰이 새겨보건데 사랑을 말함에 사랑한다는 말 이상의 깔끔하게 정선된 말이 없듯이 아름다움을 말함에 아름답다는 말 이상으로 정화된 언어란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사랑´이나 ´아름답다´는 이 상투적인 의미의 언어가 사람들의 입에 흔하게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순간이나마 이 언어들에서 쓰레기 더미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듯한 청량감 내지는 세척감을 느낀다.
이 소설은 단편적이나마 그런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추구함에 우리는 흔히 원래부터 깨끗한 것, 비 내린 뒤의 개울가 산모퉁이에 걸려있는 무지개와 같은 것, 추하거나 사납지 않은 것, 혹은 산기슭 돌무더기 위에 호젓하게 피어있는 이슬먹은 한 떨기의 들 꽃, 산새소리 그리고 달 밝은 밤에 고즈넉하게 들려오는 현악기의 선율에서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좀 더 깨끗한 여관을 찾다가 결국에는 초라하고 허름한 낡은 여관 앞에서 방을 쓸까 말까를 고민하는 남자는 우연찮게도 야바위 짓으로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애인인 듯한 여자의 대화를 엿듣게 되고 장난스런 남자의 호기심으로 그들을 관찰하고자 방을 잡기로 결심한다.
남자의 꼼꼼하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여자의 삶을 예측하고 원시적 체취만을 가진 여자는 오히려 지식과 지성으로 무장된 듯한 남자의 말투나 그 여관과 어울리지 않은 모습을 하고있는 남자를 압도해 버린다.
뻔뻔스럽고 거짓말을 잘하는 여자는 자신의 동거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술자리를 하기로 요청하고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남자에게는 새로운 충격과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술을 마신 후 낯선 여자와 야바위꾼인 그녀의 일행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을 제치고 모종의 계약관계와 같은 그들만의 정사를 갖는다.
잠시 후 여자의 서방이라고 자칭하는 야바위꾼이 들어와 남자는 내쫓기고 다음 날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장터에서 마주친다.
야바위꾼의 행패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남자를 거덜내기 위해서가 아닌 상식선을 넘어선 행동을 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
야바위꾼의 멱살에서 풀려난 남자는 방으로 돌아왔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한 일을 겪고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선다.
버스시간이 남았기에 트럭을 얻어 타기를 청하는데 곧장 가지 않고 서너 시간 쉬었다가 간다는 트럭 운전사의 모습 뒤에 그녀가 보였다.
서너 시간 뒤면 피곤에 지쳐 낮잠을 자는 야바위꾼이 잠에서 깰 시간이다.
과연 추하고 사나운 곳, 세상의 밑바닥을 혓바닥으로 핥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애나 언어에서는 아름다움이란 없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지탄받거나 얕잡아 보아도 좋은 그런 사람들의 언어와 생활에서는 과연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지순한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없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쓰여진 소설로 여겨져도 좋겠다.
젊은 나이에 이미 칠십 늙은이처럼 세상을 다 살아버린 듯한 몸짓을 가진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헤집고 보면 그것은 자기 과장(誇張)일 뿐 그 순진스러움과 철없음에 놀랄 때도 많을 것이다.
자기의 주관이 뚜렷한 것처럼 자신을 과장하고 있는 한 여자의 심성에서, 아니, 오히려 여리고 가냘픈 아름다움과 쓰레기더미 한 켠에 잘못 자리잡고 있는 초가을의 코스모스처럼 청순한 심성을 가진 그런 사람에게는 우리는 아름답다는 언어로써 말하면 안 되는 것일까.
흔히 말하는 밑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정한 거처도 없고 잠자리에 누우면 이불깃을 당겨 덮어 줄 가족도 없는 사람들, 흙더미를 베게삼고 거적을 덮고 한데 잠을 잔다해도 측은하게 생각해 줄 사람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런 사람들의 심성이 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을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다.
어떻게 보면 세상살이에서 낙오되어 충분히 얕잡아 보아도 좋은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정녕 지순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들과 더불어 이곳에서 살고있다는 다행스러움에 가슴 뿌듯한 팽만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들과 함께 있으므로 나 또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BY http://www.13oo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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