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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병감(東國兵鑑)´을 읽고 |  | |
| 김혜경(번역)의
...................´동국병감(東國兵鑑)´을 읽고
한 나라의 역사에는 반드시 그 나라만의 독특한 역사적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한반도와 만주를 삶의 터전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곳은 대륙과 해양의 다리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어서 주위의 민족세력이 교체될 때마다 그 풍파에 휩싸여 그야말로 수난의 역사를 되풀이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사는 국난의 연속적인 기록만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난 시 마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토는 물론, 민족문화를 수호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상 그 유래가 드문 특징이라고 하겠다.
´동국병감(東國兵鑑)´은 이러한 국난의 사실과 이를 극복한 역사적인 교훈이 소상하게 적혀있다.
´동국병감(東國兵鑑)´은 조선 5대 임금인 문종이 왕위에 오른 해(서기 1450년) 3월 11일에 의정부에 명하여 편찬한 국난의 역사서이다.
조선왕조 실록의 문종 즉위년 3월 조(條)에 의하면 이 책을 편찬한 경위가 적혀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의정부에서 건의하기를 ´중국에서는 위급한 병란을 당하면 과거의 역사를 상고하여 그 대비책을 마련하오나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사책이 없으므로 일단 유사시에 변방방위에 염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원컨대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외적이 내침한 사실과 그때마다 적을 막아낸 전략과 경과와 결과 등에 따르는 이해득실을 자세히 살펴 이를 책으로 만들어서 국민들이 많이 읽어 사실을 알도록 마련하소서 !´라고 하였다.
왕은 그 생각이 매우 좋다고 하시면서 ´그런 책을 속히 만들어 세상에 널리 펴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 책을 편찬하여 간행하고 책 이름을 ´동국병감(東國兵鑑)´이라고 하였다.」
이 기록으로 보아 ´동국병감(東國兵鑑)´을 마련하게된 경위를 알 수 있는데, 이 책이 어느 날 완성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고 또 지은이는 문종이 즉위한 해 3월 의정부에 속하는 신하라는 것만 알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책을 살피다보니 문종 때 이룩한 여러 책, 즉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등, 역사서의 편찬과 ´동국병감(東國兵鑑)´ 편찬의 특수성으로 보아 이 책도 김종서의 주관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리고 이 책을 마련하게 한 문종은 학문에 조예가 깊어 온갖 학술에 능통하였으며, 특히 국방에 유의하여 ´동국병감(東國兵鑑)´을 비롯하여 ´양계지도´와 ´오위진법´과 ´역대병요´ 등을 마련하였는데,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책의 편찬에 있어서도 왕이 직접 지휘하여 마련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국병감(東國兵鑑)´을 편찬한 취지는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겪은 국난의 사실과 이를 극복한 선조들의 거룩한 얼을 전 국민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전략적인 면은 물론, 실전적 면에서도 충실한 실력을 길러두었다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때면 만전의 방비책을 마련하는데 있었다고 본다.
이 책에는 고조선 시대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비롯한 대륙호족들의 침입으로 인하여 겪은 국난사를 상·하 2권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엮은 것인데 상권(上卷)에는 한나라 무제가 조선을 평정하고 사군을 설치함을 첫머리로 하여 거란이 세 번째로 고려를 침범함까지 20번의 큰 국난을 기록하였고, 하권(下卷)에는 고려의 여진정벌을 비롯한 17번의 국난을 수록하고 있다.
한민족이 북방 이민족과 벌였던 수십차례의 전쟁을 기록한 이 책 ´동국병감(東國兵鑑)´은 불세출의 영웅이 아닌, 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던져야 했던 가난한 목숨들..., 즉 민초들의 결의를 보여주는 글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숱한 패배와 그 패배의 와중에서 드러난 지배층의 치부를 구차스런 변명 한 마디없이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사서(史書)의 기록이 아무리 진실을 기초로 기록되어진다고는 하나 그래도 대부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나라의 치부는 감추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에서는 아무런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기록했다는데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북으로 4군 6진을 개척하고 남으로는 왜적의 침입을 막으며 건국을 위해 활기가 넘쳤던 시기..., 패배를 패배가 아닌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그 시기의 자신감을 ´동국병감(東國兵鑑)´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기피하는 자신감이 참된 승리자의 자부임을 떠올린다면 ´동국병감(東國兵鑑)´이야말로 승리의 병서요 승리의 역사서라 할만하다.
위만조선 기부터 고려 말까지의 이민족과의 전쟁을 계통적으로 정리한 전쟁사로는 아마 이 책이 최초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이민족과의 전쟁이나 전략을 연구하는데 이 책 ´동국병감(東國兵鑑)´은 귀중한 사료(史料)로써 그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동국병감(東國兵鑑)´의 원본은 민제호님이 간직한 목판 대본 상·하 2권을 서기 1911년 육당 최남선이 주관한 조선 광문회에서 활자본으로 종간하였는데 이 새로 마련한 ´동국병감(東國兵鑑)´은 목판 상하권을 합친 것으로써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중요한 책이다.
고전이라면 오랜 세월과 시간을 통해 전해온 문화유산으로써 우리 선조들의 얼과 피가 흐르고 있는 문헌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늘 날 우리가 처하여 있는 실정으로 보아 국토통일과 국토방위상 귀중한 책이라고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국난사의 근본을 제공하고 있다.
문종은 국방을 위하여 이 책과 ´오위진법´을 편찬하였는데, ´동국병감(東國兵鑑)´은 전사와 전략의 기록이 되는 책이고, ´오위진법´은 군대의 훈련과 용병술의 교범이 되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국방을 위한 전략의 기본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국토의 방위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고 이에 따르는 전략은 군사의 바른 기운을 나타내는 힘이다.
이 책은 지난 날 우리 선조들이 외침 때마다 어떻게 싸워 이겼는가를 세세하게 보여주는 교훈서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국토가 양분되고 민족이 분열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온 국민이 통일된 나라, 평화로운 나라가 이룩되기를 기원하고 있는 이런 때에 우리 모두는 이 책을 통해 지난 날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앞으로 닥쳐올 미래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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