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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국지 |  | |
| 김구용의
...............................´열국지(列國誌)´를 읽고
작가 「김구용」 시인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서구문학을 이해하려면 희랍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동양문학에서는 열국지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즉 춘추전국시대는 천군만마의 혼전만이 아니라 지용변설 학술문장이 그 새로움을 다투고 모책불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반 동양문학에 나타나는 고사숙어나 인물 등, 그 출처의 거의 모든 것들을 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제각각의 재능을 펼치는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주나라 주선왕으로부터 시작해서 진나라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무려 550년의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
이것이 동양에서 말하는 춘추전국시대이니 세계사 상에 보기드믄 암흑기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지식보다는 자신이 직접 겪는 체험은 더욱 귀중하다. 소용돌이치는 난세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복잡한 경우와 어려운 입장, 그리고 그 판단이나 행동 및 결과를 등장인물과 함께 간접적이나마 체험해 보는 것도 과히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전들이 다루는 권선징악의 주제가 이 열국지에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약육강식(弱肉强食)이나 대자병소(大者竝小)라고나 할까...!
이런 암흑기인 춘추전국시대에 공자·맹자·장자·양자·묵자·순자를 비롯하여 법가·병가 등, 제자백가가 쏟아져 나와 동양사상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는 것은 누구나 유의할만하다 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370년 간이며, 오패시대(五覇時代)로써 그래도 그 당시 시조(時潮)는 존왕양이(尊王洋夷)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전국시대 180년 간은 소위 7웅시대(七雄時代)로서 각자 칭왕(稱王)하던 때였다.
처음 책을 넘기면 주나라가 기울고 제후들이 각자 세력을 키워 영토싸움을 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송나라와 정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뒤에 제환공과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여기서 관중과 포숙아는 각기 다른 주인을 섬겼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포숙아의 도움으로 관중을 한나라의 재상으로 올려 놓는다.
관중은 제환공을 도와 국가의 네 가지 근본을 두고 이 근본을 펴서 백성을 부리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국가위세를 떨쳐 제나라를 한 때 강성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진나라로 이야기가 옮겨가고 염소가죽 다섯 장으로 백리해를 데려오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여러 훌륭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데 열국지에서 가장 흥미있는 부분은 오왕 합려와 월왕 구천의 얘기인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위대한 병법가로 알려진 손무(손자)와 손빈, 오자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손무는 오나라 왕 합려에게 병법서를 바치고 등용된 후, 궁녀들을 대상으로 병법시범을 보일 때, 다른 궁녀들이 대장의 명령을 듣지 않자 그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대장의 지휘가 잘못된 데 좌·우희 두 궁녀를 참하는 장면은 남다른 인상을 받았던 대목이었다.
원래 오자서는 송나라 인물인데 모함으로 아버지와 형님을 잃고 오나라로 도망쳤으나 오나라에서 등용하여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고, 월나라를 굴복시키는데 활약하였으나 그 역시 개혁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다른 정적(政敵)들의 모함으로 죽게될 때 자기의 목을 길 한가운데에 걸어달라고 말하는데 이는 오나라가 언젠가는 월나라에 정복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무의 기막힌 병법과 오자서의 용맹으로 월나라를 멸하지만 구천은 충신 범여의 도움으로 다시 세력을 키우고 서시를 부차에게 바치는 미인계를 이용하여 다시 오나라를 멸한다.
그 밖에 아내를 죽이면서까지 장군에 오르는 오기장군의 비정함을 보다가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단락단락마다 나름대로의 흥미가 진진하다.
결국은 진나라 대장 왕전의 활약으로 초나라의 장수 향연의 저항을 막고 초나라를 물리친다.
이리하여 연·초·제·위·한·조 등, 6국이 모두 망하고 마침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면서 열국지의 대미를 이룬다.
이 책에 나오는 옛사람의 일을 읽고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고금이 다르지만 인간성은 고금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보면서 배울 점도 많았으나 고쳐갈 부분도 부지기수로 많음을 본다.
주나라가 천년을 지속한 것은 충성스런 신하들의 충성심에 힘입은 바 컸으나 모진 세상 물결에 휩쓸려 엎치락 뒤치락 했으며, 흥하고 망한 나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든 원인은 당시에 어진 신하를 등용했느냐 아니면 간신을 등용했느냐에 따라서 판가름이 났었음을 볼 때 ´일국이 일인흥 이일인망(一國以 一人興, 以一人亡)´, 즉 ´한 나라를 한 사람이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그 한 사람에 의해 망할 수도 있다´는 말을 재삼 곱씹어 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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