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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바타이유

찬사를 붙이고 싶다는 마음 외에 다른 생각은 하나도 없이 프르스트를 읽고 나서, 바타이유는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 얼른 <문학과 악>을 꺼내든다. 위반, 금기, 악, 신성, 또 그 소리. 솔직히, 잠깐 지겨웠다.

하기야 바타이유는 단순한 독자일 수는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 모든 작품은 텍스트이며, 그는 그 텍스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어쨌거나, 바타이유가 한 편의 글 속에서 나보다 깊은 것을 보거나 말거나, 나는 우선 자신이 바타이유 같은 문학연구자가 아닌 것이 다행스럽다. 감동받았을 때, 아아 좋다! 하고 그냥 드러누워 몇 시간이고 천장만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이 다행스럽다.

바타이유가 너그러운 도덕과 인색한 도덕을 이야기하면서 ˝무언가 정열적이고 너그럽고 신성한 것, 지성의 표현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 우리 안에 있다˝라고 또다시 ´넘어서는´ 무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을 때, 이는 결코 특별히 심오한 이야기는 아니다.

기억의 현상학이라고 할 만한, 프르스트의 이 촘촘하고 끈기있는 인간 의식의 해부를 통해, 바타이유는 다시 한번 인간의 이중성, 욕망과 보편 도덕과의 끈질긴 갈등을 목도하는 것이다. 프르스트의 ´반항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바타이유는 ´분노와 지혜가 가까워지는 것´을 본다. 그리하여 감동받는다. 반항의 정신 없이는 진정한 자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확실히 바타이유식 인간 이해의 핵심인 듯하다.

잠깐 지겨웠지만, 바타이유의 그 이해에는 흔쾌히 공감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싸우며 좀더 자기에게 다가선다. 궁극에는 어차피 자기 기질을 따라 선쪽으로든 악쪽으로든 어느 한쪽으로 좀더 기울어 가겠지만, 고독한 반항이 있고나서의 행위란 그 기우는 방향이 어떠하든 이미 중용이다. 자각된 선택이며 스스로 책임지는 행위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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