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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담이 눈뜰 때 |  | |
|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를 읽고
발정기 없이도 성교를 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한다. 신은 인간에게 종족보존을 위한 출산의 기능만이 아니라 유희의 기능으로서의 성교도 허락한 것이다. 과연 왜 그랬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정신의 동물이라는 게 그 대답이다. 발정기가 오면 주변의 이성 아무에게나 다가가 ´작업´을 행하는 것은 철저히 육체의 지시에만 따르는, 말 그대로 본능적 행위이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 다른 존재로 창조된 듯하다. 본능만이 아니라 이성과 감정도 지닌 동물로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육체의 본능에 앞서 마음으로 먼저 상대를 그리워하고, 선택하고, 이윽고 성교하고, 마침내 출산한다.
그래서 인간에겐 별도의 발정기라는 게 없다. 인간이 특별히 예뻐서 섹스라는 쾌락 하나를 더 준 게 아니라 인간 존재의 특성에 맞도록 출산으로의 진행 과정이 좀 달라진 것뿐이라고 이해된다. 그런데 이 점이 중요하다. 인간의 성교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출산에 종속되는 행위라는 말 아닌가. 섹스의 쾌락은 유희를 위해 인간에게만 특별히 하사된 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장정일은 정반대로 말한다.
˝사랑과 출산을 위해 쓰여지는 섹스란, 섹스 그 자체엔 이미 불순한 것이다.˝
오로지 섹스 자체를 위해 행하는 섹스만이 순수하고, 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섹스는 불순한 섹스라는 것이다.
<아담이 눈뜰 때>에 나오는 이와 같은 말은 인간의 성교를 출산에서 독립된, 별개의 쾌락기능으로 이해하는 장정일의 섹스관을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제각기 다른 성관념은 모두 이 지점에서 갈라지는 것 아닐까. 사실 성교를 별개의 쾌락기능으로 이해할 때, 출산이라는 특정 목적을 제거할 때, 섹스는 한없이 자유로워진다. 섹스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그때그때의 목적에만 종속된다. 대학에 떨어지면 한번 하고, 턴테이블이 필요하면 한번 하고, 그림이 잘 안 그려지면 또 한번 한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장정일이라는 작가는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장정일의 섹스엔 준열한 고뇌가 없다. 아름다움도 없다. 출산과 관련된 문제는 아무래도 좋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섹스는 좀더 고통스럽고 좀더 아름다운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장정일의 포르노그라피는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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