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그리스인 조르바 |  | |
| <조선대학교 개교 54주년 기념>
중앙도서관 사이버 독후감 현상 공모 수상작
<그리스인 조르바> 국어국문학과 4학년 강명원(우수상 수상작)
내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났던 때는...
난, 에어컨 바람의 끈적한 애무를 받으며, 사각의 작은 책상 틀에 파묻혀 취직이란 대명분 아래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열람실 밖 여기저기에서는 무식한 햇빛과 날카로운 매미 울음소리가 살벌한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가장 왕성한 식욕을 보여야 할 머리의 식욕부진으로 온몸이 축 쳐지고 있었다. 마음 같에선 도서관에서 될 수 있는 한 멀리멀리 벗어나 머리에 얼음 같은 별미를 선사하고 싶었지만, ´4학년´이라는 강력 본드가 내 엉덩이와 나무의자를 징하게 접착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머리는 새로운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에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갈색의 두꺼운 책이 내 시야에 들어 왔다. 며칠 전에 문학잡지에 소개돼 있기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빌려 놓았던 책이었다. 너무 두껍다는 생각을 한 동시에 손은 이미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처음 몇 장에는 그리스 크레타섬 주위의 바다가 묘사되고 있었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그리스 주변의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 때 열람실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갑작스레 친구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내게 바다를 보러 가자며 제안을 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친구는 계획을 세워 언제 가자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떠나자는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미친소리 마라며 거절했을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친구를 따라 나섰다. 믿어지지 않게 의자 위의 접착제는 아무런 효능이 없었다. 도서관 앞의 친구 차에 오른 뒤에 나는 손에 책 한 권이 쥐어져 있는 것을 알았다. 그 책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올 여름, 휴가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내게 여행의 동반자가 둘이나 생겼다. 친구 하나는 나를 태우고 경남 거제도로 차를 몰았고, 또 하나의 친구는 나를 그리스 크레타섬 해안으로 한두 걸음 안내하고 있었다. 두 곳은 모두 푸른 하늘과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작가 카잔차키스(그리스인)가 실제로 만났던´조르바´라는 별난 인물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전체 줄거리는 간단하다. 화자(두목)와 조르바가 우연히 만나, 함께 갈탄광 사업과 목재 운반 사업을 하다가 결국 망한다는 구조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업현장인 크레타섬 주변 이야기들이 그 뼈대에 살을 부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업이야기, 크레타섬의 배경과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다. 화자(두목)와 조르바가 나누는 대화 중에서도 조르바의 말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고로, 이 책의 주인공은 조르바이고, 담고 있는 철학은 조르바의 인생철학인 것이다. 어찌 보면, 조르바라는 별난 그리스의 실제 인물이 우리 같은 우매한 자들에게 책을 통해서 직접 ´人生의 道´를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소설의 중간쯤 읽었을 때, 우리는 거제도 장승포항에 닿아있었다. 친구가 부지런히 운전하는 동안 나는 ´조르바´를 빠르게 만날 수 있었다. 장승포항은 안으로 깊게 구부러진 활같은 형상으로 누어있었다. 푸른색을 잔뜩 머금은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시야 멀리 자리하고 있었다. 여객선들이 드나들며 하얀 포말을 들이부어, 물위에 또다른 흰구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깨끗했다. 나는 오래도록 황홀한 풍경 속에서 물장구를 쳤다. 나는 ´매직아이´를 보는 것처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여기는 한국의 거제도가 아니다. 여기는 그리스의 작은섬 크레타섬이다. 그리고, 내 옆에는 깡마른 체구, 큰 키, 거칠고 짧은 수염, 검게 탄 얼굴빛의 늙은 조르바와 함께 서있다. ...´ 이렇게 주문을 외자, 책속의 단어들이 걸죽한 막걸리 음성이 되어 귀속을 헤집는 느낌이 들었다. 조르바는 보통의 시각에서 보면, 역시 별난 종자였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유인´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우리들이 영원히 갈망하는, 그리고 세속의 그물을 완전히 벗어난 ´자유인´.
내가 쉽게 이 크레타섬까지 따라 나선 것도 그에게서 자유인의 기질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통 지성의 소유자였다면, 나는 나무의자와 동일시되어 이미 엉덩이의 반쯤은 나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조르바가 내게 보여준 것은 그의 손이었다. 그의 왼손 집게손가락은 없었다. 그는 한때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그것에 미쳐있었다고 했다. 조르바는 손가락을 자른 연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게 녹로 돌리는데 자꾸 걸리적거리더란 말이지. 이게 끼어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어 놓지 뭔가. 그래서 어느날 손도끼를 들어...˝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말을 생각하면 뚜렷한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산 너머에 잠시 무언가 나타났다가 이내 숨어버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작은 항아리를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버리다니. 아무리, 항아리 만드는 일이 좋기로서니, 손가락이 잘리는 아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남들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조르바. 그가 만약 예술에 전념했다면, 그는 위대한 거장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잡시 조르바의 잘린 손가락을 바라보며, 내가 저렇게 손가락이 잘린다 해도 사랑할 그 무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르바는 그 나이와 덩치에 맞지 않게 세상의 모든 사물을 새로워했다. 큰 것, 작은 것, 귀중한 것, 하찮은 것에 관계없이, 심지어는 어제 본 것까지도 처음 본 것처럼 놀라워했다. 길을 걷다 도로 가에 피어있는 작은 수선화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냄새를 맡더니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는 수선화를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어이-,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부르고 있는지도, 우리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 거네. 자네, 언제면 우리 귀가 뚫릴 것 같나. 언제면 우리가 팔을 벌리고 만물을 안을 수 있겠는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갑작스런 조르바의 질문이었다. 그는 순수한 그리스인인데도 서양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사고를 소유하지 않고 있었다. ´만물의 주인은 인간´이다라는 인간 중심의 사상이 아닌, 자연의 모든 것에 생명이 스며들어 있다는 지극히 동양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몰란 것은 조르바의 나이라면, 특히 세상을 떠돌았던 그였다면, 나보다도 훨씬 넓은 세상과 자연을 보아왔을 것이다. 나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사물들을 조르바는 항상 가슴조이며 바라보고 흥분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눈물가지 흘린적도 있었다고 한다. 바다 위를 치솟는 돌고래를 보면서,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보면서... . 나는 조르바를 보면서 너무도 창피했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도록 백지처럼 간직하고 있는 그의 감수성이 부럽기까지 했다. 그는 너무도 넓고 따스한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조르바를 조금이라도 닮아보려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꼼꼼하게.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묵중한 콘크리트 삼각 덩어리들이 쌓여있는 주변으로 암초와 그 암초를 투명하게 감싼 물이 잘게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검게 그을린 어린 사내애 둘이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둘은 물안경을 쓰고서 열심히 자매질 하며, 물 속에서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그 평온함이 내 가슴까지 전해져 왔다.
오후에 출발을 해서인지 가볍게 날이 저물었다. 마침, 방파제 가장 자리에 낡은 스레트 지붕의 민박집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바로 어둠이 갈리었다. 방파제를 두드리는 파도 소리의 연주를 들으며, 우린 민박집 앞의 파라솔에 둘러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술이 쉽게 취하지 않았다. 보통 때이면 이미 취해서 누웠을 나였지만, 갈수록 힘이 솟았다. 조르바도 꽤나 술을 마신 것 같았다. 그의 검은 얼굴 표정으로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 리듬이 자꾸 빨라지고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조르바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산투리´를 켜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급히 산투리를 꺼내와 무릎 위에다 놓고 허리를 굽혀 현을 어루만졌다. 그는 꼭 산투리와 부를 노래를 의논하는 것 같기도 했고, 눈을 뜨라고 어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노래를 한 곡조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꾸만 산투리의 현은 노래할 생각이 없다는 듯, 아님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고르지 못 했다. 어느새 땀을 흘리고 있던 조르바는 겁을 먹은 얼굴로 산투리를 내려놓을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고 싶지 않다는구나, 하고 싶지 않대요.˝
나는 조르바와 산투리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어쩜 사람이 저리도 아름다워 보일 수가 있을까. 틀림없이, 조르바와 산투리는 전생에 부부였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산투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였다. 조르바는 산투리를 맥주광고가 새겨진 의자에 얌전히 앉게 하고서, 파라솔 옆의 작은 모래사장 위에 자리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어이, 나랑 춤을 추지 않겠나?˝
내가 맥주캔을 반쯤 들이키다가 놀래, 목에 걸려 콜록거렸다.
˝...그럼, 나 혼자 추겠네, 자넨, 가까이 오지 말게나. 내가 받아버리지 않게 말일세.˝
그리곤 그는 웃옷을 벗어 던지고, 바짓가랑이를 무릎까지 걸어 올리고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정구공처럼 한없이 땅을 치받고 튀어 올라 손뼉을 치며 허리를 틀었다. 흡사. 발정난 암캐 마냥 온 몸을 춤이란 율동에 맞기고 있었다. 그랬다. 언젠가 조르바는 아들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고 자식의 시체 앞에서 한정 없이 춤을 추었다고 했다. 나는 늙은 조르바가 공중으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급한 나머지 맥주캔을 들고서 그에게로 다가가 함께 널뛰기를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맥주를 조르바의 머리에 내머리에 바다에 하늘에 마구마구 부어댔다.
너무도 격정적이던 춤 때문에 심장이 휴전을 요청해 왔다. 조르바와 나는 방파제 끝머리에 드러누워 바다 위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숨을 고르던 조르바는 한참 말이 없더니. 스르르 입을 열었다.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네. 자네가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지. 나는 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지. 왜?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었지...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식이지. 그리스 인이든, 불가리아 인이든 터키 인이든 상관하지 않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이네. 나이가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 않겠지. 어차피, 모두 불쌍한 존재들이니깐... .˝
조금 뜸을 들인가 싶더니 조르바는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진한 어둠 속 아래로는 방파제을 핥는 파도가 자꾸 내 손까지 핥으려 했다. 그리고 위에는 그리스 티탄神의 크레이오스와 에오스의 자식들이 그들의 품에 안기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 아래에 숨쉬는 우리 인간을 생각했다. 우리가 그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투는 그 모든 것, 결국은 우주의 시각에서 보면 ´ 角之爭´이 아닐까. 어쩌면, 조르바는 우리가 수많은 스승과 책 접한다 해도 쉽게 터득할 수 없는 ´대자연의 道´를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맛보이기 위해 神께서 보낸 듯 싶었다. 나는 조르바의 짧고 거친 수염을 어루만지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우리는 어느 TV프로에서 맛있는 집으로 소개되었다는 길가의 허름한 식당에서 된장해물찌개를 먹었다. 밤새 마셨던 술 찌꺼기들이 시원스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작은 솥단지에 푹 삶아져 나온 갖가지 조개들을 까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시장이 바로 옆에 있어 해물 인심이 푸짐하였다. 포만감에 휩싸여 식당을 나섰다.
자판기 커피를 가지고 우리는 항구 끝에 앉아서 드나드는 배들을 구경하였다. 너무 평온한 탓이었을까. 불현듯 겨울에 있을 취직시험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어이, 내가 이야기 하나 할까?˝
조르바는 먼 수평선만을 보면서 말을 시작했다.
˝내 할아버지가 계셨네. 근데 이 늙은이가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왔지. 그러자, 고향에서 알아주는 염소 도둑인 옛 친구가 할아버지를 찾아와서는, 자기를 위해 선물을 가지고 왔냐고 물었지.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며, 귀한 선물이니 인도식을 해야한다고 말하였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밤에 포도주와 애저구이를 가지고, 신부님을 모셔올 것을 요구했지. 그날 밤 할아버지는 집으로 오셔서 벌레 먹은 문설주에서 나무 조각을 떼어 내어, 그것을 작은 천조각에 싸두시고는 그 친구와 신부를 맞이하였네. 그리곤 성스러운 인도식을 거행하였다네. 할아버지는 천조각에 쌓인 나무 조각을 내보이며, 거룩한 십자가 조각이라고 말했지. 할아버지가 포도주와 애저구이에 손이 갈 무렵, 그 친구는 이 귀한 나무 조각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그것을 실로 꿰매 목에 걸었지. 그리고는 그날로 영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지. 그는 터키군과 싸우는데 앞장섰으며, 겁없이 총탄 속을 누볐다네. 성지에서 가져온 거룩한 십자가 쪼가리를 턱하니 목에 걸고 있는데 그 어느 총알인들 그를 다치게 할 수 있겠는가?˝
조르바는 이쑤시개를 뱉어내고서 한입에 커피를 들어부었다.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이야. 믿음만 있다면,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무 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조르바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맞다. 조르바 말이 맞다. 바로 믿음인 것이다. 난 지금까지 내 자신을 너무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취직이란 커다란 명제 앞에 내 자신을 너무 초라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내가 그것에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공격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나는 남아있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넓은 바다 위에는 섬만한 배가 정박해 있었다.
친구가 어느새 부두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광주로 올라가자는 소리였다. 짧은 여행인지라, 시간은 모래알처럼 쉽게 흩어졌다. 나는 조르바를 보았다. 조르바는 넉넉한 푸른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젠, 크레타섬을 떠날 때가 된 것 같군.˝
˝그러네요. 너무 아쉬운데요.˝
˝어이, 너무 아쉬워말게나.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하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지.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네. 나는 자신에게 묻지.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 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난 조용히 내 자신에게 물었다. <어이,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