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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
나는 앤을 참 좋아한다.어릴 적 방학동안 이른 아치의 나의 단잠을 깨우던
만화영화 속은 애는 책 속에서도 다시 한번 나를 앤이 되고픈 욕구에 빠져
들게 했다. 주근깨 투성이의 빼빼마른 빨강머리의 소녀 앤은 그렇게 친구들
과의 장난으로 지붕에서 떨어져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걱정을 사는가 하면
항상 불만이던 빨강머리를 녹색으로 물들이려다 결국 짧게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감기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해서 케잌을 만드는데 바닐라 향료 대신
상처에 바르는 약을 넣어 초대한 목사님 부부를 당혹스럽게 하게도 한다. 하
지만 이런 앤의 행동들은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앤을 더욱 소중하고 없어
서는 안될 존재로 확인시켜 준다. 또 다이애나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도 처음 다이애나와
앤이 만나 서로의 우정이 영원하길 바라던 둘의 맹세부분이다.˝나 앤 셜리는
다이애나의 마음의 친구로서 다이애나에게 충실할 것을 맹세합니다˝ 만화영
화 속에서 가슴 설레며 그 장면을 봤고 그 감동을 잊지 못해 그날 밤 일기
한 귀퉁이에 적으면서 나도 내 친구들에게 앤처럼 대하리라 마음먹었던 다
지들이 책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져 왔다. 이렇게 앤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과 함께 고되고 힘들더라도 밝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성
숙한 앤이 결국에 선생님이 되는 자신을 꿈꾸며 내용은 끝을 맺게 된다.
내가 이런 앤을 좋아하고 앤처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앤이 내
가 갖고 싶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 힘
들어하고 스스로를 나약한 존재로 몰아 넣는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
대방의 기분을 맞추고 나를 꾸미고 아름답게 포장한다. 하지만 어렸을 적 만
화영화를 통해 지금보다 순수한 눈으로 바라 본 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스스로 이겨낼 줄 알았고 꾸밈없는 순수함을 지닌 사랑스
런 소녀였다. 난 그런 앤을 보면서 미래에 그렇게 살아갈 나를 꿈꾸곤 했었
다. 작은 일에도 앤의 모습을 상상하려고 했다. 그래서 난 앤이 다이애나를
대하는 것처럼 친구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에 책을 통해
본 앤은 예전 그대로 였다. 이런 사랑스러운 앤이기에 이글을 쓰는 이순간에
도 만화영화의 주제가가 내 주변을 맴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자신이
없을 때 왠지 모르게 내 맘속에 한 겹의 머지가 쌓여감이 느껴질 때 그래서
내 자신을 바로 보고 싶을 때 난 나도 모르게 빨강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가 간절히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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