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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 |
|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난 재미있다고 하는 소설이나 영화 등에 별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영화는 극장을 나오는 순간, 소설은 책을 덮는 순간 이미 내게는 과거의 일이 되었고,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어떤 통쾌하고 슬픈 듯한 여운을 남겼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이 책의 주인공인 ´강민주´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강민주는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고 석사 학위를 딴 지성인이다. 죠지 윈스턴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애마(차)를 타고 질주하기를 좋아한 강민주는 너무나 매혹적이지만 역시 소설 속의 주인공답게 비현실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매혹적이고 매력적이다. 모든 남성들을 마치 벌레 보듯 대하고 또, 그런 남성들에게 매여 사는 여자 또한 경멸한다. 자신을 신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는 생각할 망정 이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 강민주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남자에 대해서 오만 불손하게 짝이 없는 것은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평생을 먹고도 남을만한 엄청난 유산과 지식, 학벌 그리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여러 호신술을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가 남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즉, 강민주의 아버지)에게서 수모를 받는 것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강민주가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월감에 젖어 사는 강한 개성의 소유자로서 성장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강민주는 커가면서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짓밟히며 사는 것을 쭉 보아왔고 그것에 대해 여자로서 분노를 느꼈으며 남자에 대한 불만을 키워나갔다. 그녀는 남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치사하고 비열한 존재인가를 여자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많은 여성들의 우상인 남자 인기 영화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 그러나 강민주는 납치라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너무나 태연했으며, 오히려 세상에서 더욱 크게 떠들어 주기를 바라며 대답하게 그걸 즐긴다. 그러나 그녀도 백승하와 함께 한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그의 남성적인 매력에 서서히 끌려들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다. 그녀는 백승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키며 따스한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책의 앞부분에 묘사되던 필요할 땐 주먹까지 휘두르고 자신의 충실한 신복인 ´황남기´를 마치 충견 대하듯 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강민주에게 그렇게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다운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보여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나는 여기에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강한 모습만을 보여 주었다면 나의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강민주의 그런 변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어떤 여자에게든지 모성애나 숨겨진 여성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민주와 백승하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을 안 황남기는 그 질투를 이기지 못해 극적인 순간에 강민주를 죽인다. 사실은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사회로부터 당할 비난으로부터 그녀를 구해내고자 하는 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황남기의 범행에 대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난 동감한다. 나 역시 강민주와 같은 세기적인 인물이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건 싫기 때문이다. 강민주는 `남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전한 파악을 못한 채, 남자를 짓밟아 주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결국은 이루지 못한 채 그렇게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영화 같은 소설 같은 소설이지만 실제로 이런 강민주 같은 여자가 있을 수도 있고, 모든 여자들 속에는 강민주라는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고, 자신에게는 간접적 체험인 남자를 멸시했지만 결국 그녀 또한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빠지고 마는 평범한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였다. 아마 이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나 역시 내 맘속에는 강민주가 살아 숨쉬는걸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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