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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어사전 |  | |
| 어떤 시절부터 유난히 TV를 좋아하던 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행복어사전을 접
하게 되었다. 대게 TV드라마에서는 잘생긴 남자 배우와 어여쁜 여자 배우가 출현하여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도 또한 같았다. 이를 계기로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책으로 만나게 되었고, 내가 왜 책을 읽게 되었는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2시절에 몇 달 있으면 고3이란 꼬리표가 나에게 붙는다는 불행에 행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지 않았나 추측을 해본다. 그 당시 나에게 접근하여 오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나는 더욱 더 행복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幸福에 있어서 幸福語辭典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말재주꾼 이병주로 인해 서재필의 행동이 전개될 뿐이었다. 나의 이런 불만으로 끝을 맺지 못한 채 행복어사전은 도서관에 반납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시작한 독서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제목은 왠지 모르게 행복어사전이었다. 내가 다시 한번 행복을 갈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 서재필은 독립운동가 서재필(徐載弼)과는 전혀 다른 同名異人의 인물이다. 갑신정변을 일으키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서재필과는 달리 소설 속의 서재필은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사막에 떨어진 나폴레옹과 비슷한 존재이다. 이 점이 나를 다시 한번 책에 손이 가게 하였나 생각해 본다.
서재필이 430명의 경쟁자를 뚫고 A신문사 교정부원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교정부장의 우동규, 정차장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차성희, 사랑 받고자 하는 안민숙, 또한 서재필에게 많은 놀라움을 주는 교주 윤두명으로 교정부는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시나브로 서재필에게 첫사랑으로 차성희가 나타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차성희에게 절대적으로 사랑을 구원하는 서재필을 보며 딱한 심정도 들었다. 서재필에게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는 명제는 개울만 건너면 있는 사람을 두고 개울을 따라 걷기만 하게 된다. 그렇다고 서재필이 인가가 없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교정부원 동기인 안민숙이 그에게 사랑 받고자 하였으며, 구원의 실패에 낙담하던 서재필의 자포자기에 술집 여자인 김소영도 그에게 사랑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성희와 서재필은 서로가 좋아하면서도 상대방이 상대방을 믿고 이해하지 못한 점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으로 치닫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끝내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소설가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사건은 시작되고 책의 내용은 바뀌게 된다. 신문사에서 도서관의 직원으로 일하던 연상의 정명욱과 결혼한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의 다른 행복으로의 추구라 생각하던 서재필은 부인을 사랑하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변명하며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고 자책하면서도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결단을 맺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부인을 사랑하지만 임선희의 육체를 보면 성적 욕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삶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간다. 그 결과 간첩이라는 오해로 자신의 모든 생활이 밝혀지고, 서재필은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그런 성격에 대항하고 새로운 서재필로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헤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행복을 찾기 위해 읽기 시작한 소설이 인물의 성격 때문에 끝을 맺기는 하였지만 이 두 곳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었다. 우유부단하면서 사막을 헤매이는 나폴레옹, 목숨을 위해 헬리콥터를 기다리는 서재필과 보이지 않는 동료의식이 전해왔다. 그리고 이병주의 펜에 의한 해피엔딩의 결과는 나에게 동료의식의 배반으로 비춰지기도 하였다. 이런 까닭으로 행복의 해답을 갈구하는 나에게 책의 마지막장을 그냥 넘기게 하고 말았다.
행복은 수시로 변하고 범위도 굉장히 넓다고 본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이면
모두가 행복인 것과 같이 지금의 나는 생각, 마음의 자유를 어떤 이는 시험의 합격을 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가는 행복어사전 시작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
˝행복을 위한 모든 조건을 단연 거부한다˝ 그리고 사전은 완성시키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이렇듯 행복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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