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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들개는 버려진 빵 조각보다는 쥐를 사냥한다˝ 즉, 들개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가 비인간적인 물질 문명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 앞에서야 하는 현실. 무엇을 위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운명이라는 덮개로 자신의 본체를 덮어버리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의 미래일까. 그러나 들개는 규율을 거부하고, 자신의 세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구하면서 쓸쓸한 빈들에서 죽어간다. 여기 인간 들개가 있으니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외수의 들개라는 소설을 올 가을에 다시 읽게 된 것은 최근 나에게 던져진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고 고심한 때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나`는 여대생 2학년으로 자퇴한 24세의 문학 지망생이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우등생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업에 실패한 그녀의 아버지와의 작은 말다툼으로 집을 나가고, 얼마 후 그녀의 아버지도 죽게 된다. 그녀는 숙부 밑에서 자라나지만 숙부조차도 이민을 가고 혼자 남는다. 그녀는 맥주홀에 다니면서 힘들게 2년을 마치지만 더 이상의 대학생활은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자퇴하고, 외딴 폐가에서 소설을 쓰고자 한다. 내외로 철저하게 단절된 그녀의 생활에 한 남자가 뛰어든다. 사회가 빼앗아가 버린 자신의 실체를 찾고자 회사에 사표를 던진 서른 살 가량의 화가이다. 그 화가는 폐허가 된 도시를 그림으로써 기계 문명의 삭막함과 비인간성을 나타내며 그러한 배경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들개의 두 눈을 그림으로써 거부하며 자신을 결코 그러한 것들과 섞일 수 없는 자신과의 세계를 찾고자 한다. 그녀와 이 화가는 세상이 무의미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기계, 시멘트, 아스팔트, 가스, 형식, 이기주의, 문명 이러한 것들에 길들여져야 한다는 자신들의 문명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다. 그녀는 모든 일에 있어서 무력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과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극도의 외로움과 배고픔을 느낀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호수 속에서 죽어 하얀 배를 보이며 뒤집혀 있는 붕어나 혹은 빛의 강약만을 간신히 느끼는 지렁이와 자신을 일치시킨다. 그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세계와 자신이 하나가 됨으로써 이러한 미물들로부터 그녀 자신만의 의미로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글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그 화가가 들개를 그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들은 이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육체적인 관계
를 갖는 중에도 서로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사
회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유일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해 가
는 사람은 영원히 혼자이어야 하는가. 그들이 지금껏 느껴왔던 이러한 배고픔과 외로움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녀는 그 화가가 그리는 들개 속에서 그녀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화가의 내면세계에서 그와 그녀는 비로소 일치하게 된다. 죽, 세상에 대한 혐오감으로 자신만의 삶을 고집했던 그들이 함께 공감했던 부분은 예술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부조리가 있다.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물감이 떨어졌다. 그들은 수중에 돈이 없었다. 바깥 세상과 모든 인연을 끊겠다던 그도 그녀가 자신의 몸을 팔아 사들인 도구들을 사용하며 그녀의 세상과의 타협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규정지어져야 되는가.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는 그것이 세상과의 타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그림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떳떳한 이유가 있었다. 그 그림을 배경으로 이 세상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자연, 즉 바다를 접해본 후에 대 전환기를 갖는다. 신선한 바다
의 충격은 모든 것을 가리웠고, 또한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그녀의 세포들은 다시 하나씩 하나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녀는 의미를 체험한다. 한편 화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밀폐된 혼자만의 공간에서 그림에 몰두한다. 그의 모든 감각은 들개와 함께 살아있고 그와 함께 죽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화폭에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면서 자신의 실체를 체험한다. 마침내 그는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고 들개와 함께 자살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에 숭고함을 부여한다. 그녀는 그의 시체를 안고 오열을 터뜨린다. 그녀의 눈물은 더 이상의 무의미가 아니다. ˝사람은 완전히 혼자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는가?˝ 라는 질문에 또 다른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집착하게 된다. 이때 그는 완전히 혼자만의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이러한 물질이나 문명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것은 정신세계, 예술세계, 종교까지도 포함한다. 이러한 사람들도 역시 자신들만의 내면세계를 추구하지만 역시 이것도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진정한 예술의 세계는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도 함께, 심지어는 생물에까지도 확대되어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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