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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나를 보낸다 |  | |
| <너에게 나를 보낸다>(장정일, 미학사, 1992>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문학동네, 1996)를 읽다.
99년 1월 26일이나 27일자 한겨레 신문에 다음 세기 남한의 문학을 이끌 작가로 장정일과 신경숙을 꼽고 있었다. 그 외에도 김영하 외 몇 명을 더 꼽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윤대녕은 없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읽기 전까지 읽었던 장정일의 작품은 단편 <펠리컨 이야기> 정도였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감방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갔었다는 것 정도. 노상 방뇨도 몇 만원에 해결되는 판에 그보다 몇 배는 가벼운 일(실은 결코 죄가 아니다)로..
장정일은 단순하게 기발한 상상력만으로 보수 문단 질서를 문란케하는 작가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안타깝다. 우선 그의 엄청난 독서량을 보아서라도 그의 소설 쓰기는 이미 충분한 연마와 훈련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타 작가가 어느 정도의 책을 읽었으며 또한 지금도 읽고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독서일기1, 2, 3>으로 출판된 장정일의 독서 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라는 직함으로 막연히 추정할 수밖에 없는 다른 작가의 독서량 보다는, 검증된 장정일의 그것이 훨씬 신뢰가 가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
영화평을 먼저 읽는 것이 영화 보기에 오히려 해악이 되듯,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치명적 실수. 작가의 ´후기´와 ´보유´, 그리고 문형렬(작가)의 발문-´강제된 세계´에서 ´강제되지 않음´의 상상력-까지 모두 읽고 난 후, 나의 개인적 감상은 거의 숨 쉴 공간이 없다. 도사들이 이미 찜을 쪄 먹고, 회 쳐 먹고, 매운탕까지 끓여 먹은 뒤에 남은 잔해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여러모로 보아 장정일의 분신이라고 사료되는 -사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에서 주인공을 작가와 동일시하는 것은 너무나 치명적 오류이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장정일 본인이 투영되었을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나´와 ´바지 입은 여자´의 말에서, 장정일과도 같은 신출내기-내가 보기에 그는 세월의 무게와는 상관없는 천재다-는 그런 말을 해서도 안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런 생각을 피력했다는 사실에서 장정일의 자긍심 혹은 자신감을 본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일고 연이어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다. 이로써 김영하의 작품 거의 전작을 다 읽은 셈이 된다. 김영하를 처음 본 것은 <호출>이라는 단편이었다. 구성이 아주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의 반전은 독자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함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상상을 통한 가상 공간이 다시 현실을 복제해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시나리오로 전환해서 단편 영화로 제작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아울러 <호출>의 결말에서의 전율은 아주 어렸을 적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과 감히 견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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