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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송경아, 문학동네, 1998)를 읽다.


송경아를 읽게 된 것은 전적으로 단편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전에도 <메멘토 모리>라는 작품을 읽었으나, 전자가 더욱 강렬히 뇌리를 때렸다. 한두 평 남짓한 공간의 확장을 통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에 충실했던 작품. 상상력이 아주 뛰어났던 작품이다.


이 작품집에는 모두 13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책의 두께에 비하면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송경아는 동년배의 다른 작가들과 (그녀는 71년 생이다) 확연히 다르다. 그는 감각적인 이미지 차용을 자제하고 순전히 치밀한 언어 구성으로 승부하는 작가다. (하재봉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 흔한 노래 제목이나, 록그룹, 영화 이야기도 없다.) 그리고 그녀는 폭 넓은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 아니, 사실 주제의 폭이 그리 넓은 것은 아니지만 단편으로 담기에는 매우 심오하다, 고 할 수 있는 주제를 소화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투명인간>, <가까운 곳>, <정열>, <이학기>,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는 현대인의 개인 및 집단으
로서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고, <집>, <호랑이>는 지독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로, 각각 닫힌 세계에서의 희번덕거리는 욕망과 인간의 부채와도 같은 원죄를 다루고 있다. <우리 세계의 ´아니´>, <바리-불꽃>, <바리-동자>, <바리-돌아오다>는 신화를 차용해서 세계의 생성과 인류의 존재와 시온의 세계 등을 설명한다.


송경아의 상상력은 곧 내겐 낯설음이었고, 경이감이었으며, 극도의 놀라움으로 이어졌다. 다방면에 두루걸친 상상력과 깊은 성찰력은 작가의 너무나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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