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포포의 세계 |  | |
| <포포의 세계> (윤경수, 문학과지성사, 1997)를 읽다.
´포포´란 ´Post-post modern´을 뜻한다. 한자어로는 ´超超´. ´후기-탈근대´ 정도.
소설 <포포의 세계>란 서른 일곱 명의 포포 세대가 세상과는 단절된, 강원도의 어느 한적한 산골에 그네들의 ´세계´를 만들어 실험적인 공동체를 건설하면서 생활을 하는 이야기이다. 혁명가로서 좌절을 맛보고 소설가가 된 주인공 ´N´이 겪는 ´포포월드´의 이야기.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면 어린 시절, 풀로 위장한 아이들의 아지트가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로 나도 만들어본 바가 있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는 은밀한 비밀은 간직하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이리라) 각종 헐리우드 어린이 영화의 탓도 있거니와, 다른 사람은 절대 모르는 자기만의, 혹은 그 또래 집단의 몇몇으로 구성된 ´우리들만의´ 공간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간은 어느날 누군가가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김으로써 닫힌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열린 공간이 되고야 만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즐거움은 산산조각 나면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도 깨닫게 될지 모른다. 애초에 세상은 고립된 공간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은밀한 모의를 꾀할 수 있는 공간의 여지가 없는 완전하게 개방된 사회. 작은 공간들에서부터 탈주는 시도되고, 변혁은 도모된다는 역사의 진리를 체득한 자본주의 사회가, 대안을 실험하는 암 덩어리같은 세포를 키울 리 만무하다.
치기어린 유아기적 발상에서 비롯한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공간인 포포월드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포포월드에 사는 주민들도 그걸 모르지 않는 눈치다. (그네들의 사는 모양을 보니,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그런 공간의 성원은 결국 누구나 종말을 예감하면서도 ´그냥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생활만이 가능할 뿐이다. 내가 아는 한, 그건 시간 보내기일 뿐, 적어도 생활은 아니다.
포포월드의 한계는 그 세계의 물질적 기반이 구성원의 집단적 노동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부르주아 계급에 속하는 한 성원이 모든 식량과 생필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포포월드가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나 피해를 끼치고자 하는 생각 없이 순진하게 모여 사는 집단이라고 해도, 세상의 간섭을 피할 여지가 없다. 외부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조달해서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로게 섹스와 음악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은 내가 볼 때 결코 혁명가도 아니고, 히피도 아니다. 오히려 철없는 어린애나 양아치로 매도되어도 변명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자본주의가 싫어서 건설한 포포월드가 그 외부에 널린 자본주의 사회에 기생해서 유지된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돈이 없다면 유지가 안 되는 반자본주의적 사회는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반자본주의 전선에 제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 짐 모리슨 등을 불러내는 소설은 신선하지 않다. 오히려 식상할 뿐이다. 그들은 이미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본주의에 포섭된 또 하나의 상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 범람하는 짐 모리슨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를 보면, 웬지 그가 무장해제를 당한 기분이다. 너무 편하게 그들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을 아닐까. 그들은 충분히 우려먹은 상품화된 기호일 뿐인데.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