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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3 - 하노이에서 신촌까지 |  | |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3 - 하노이에서 신촌까지> (조한혜정, 또하나의문화, 1994)를 읽다.
지은이 조한혜정님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으로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이 땅에 꼭 필요한 학자이자, 생활인, 운동가임에 분명하다.
이 책에서 그는 일견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글을 싣고 있는데, 책을 통째로 구워 먹기 위해서는, 각 주제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지은이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성찰>, <자본주의 사회의 성과 사랑>, <입시 문화의 정치경제학>, <문화적 자생력 기르기>, <공간 읽기와 문화 만들기>, <함께 읽기-일본 기행과 하노이 기행>으로 구성된다. 모든 부분에서 드러나는 지은이의 관심사는 탈식민지 혹은 탈근대화로 불리는 시대에 대한 바른 인식과 삶의 방법, 그리고 여성학이라 불리는 여성의 생활에 대한 고찰이다. 현재 남한 사회의 풍토에 대한 견해, 입시 문화, 학생 운동과 시민 운동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일관되게 식민지성의 극복이라는 지점과 연결되어 있다.
여타의 이론서보다 훨씬 읽는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지은이의 식민지성에 대한 담론은 분명 뛰어난 것이다. 조한혜정은 근대성은 결국 중심에 관한 믿음과 다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탈근대는 결국 중심을 해체하는 작업임을 동시에 역설하고 있으며, 이는 곧 ´보편적 자아´이기를 포기하고 ´객관적 이성´이기를 포기하는 성찰의 자세를 뜻한다. 중심의 해체는 곧 중심의 다변화이며 다원화와도 맞물린다.
사실 이런 ´중심´에 대한 맹신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세계 몇 번째 운운하는 서열주의가 그렇고, 맹목적 경제 발전을 위해 지역성과 향토성을 상실한 것이 그렇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풍토가 그러하며, 오직 중앙 각료를 향한 입신주의가 또한 그렇다. 발 딛고 서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중심을 만드는 일에 서툴고, 기존의 중심에 기대는 태도에 익숙한 우리의 풍토와 반성에 대한 역설은 이 책의 너무나 큰 매력이다.
중심의 해체는 곧 지역화, 여성운동, 신사회운동, 시민운동 등 저자의 다른 관심 분야와도 호응한다. 일본의 오끼나와와 가나자와에서의 지역 문화 활성에 대한 글은 우리의 풍토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 잘 알게 해준다.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지방색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생활 문화인가. 인간다운 삶을 논의할 때 결코 경제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측면 -만족도와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들-을 살찌우는 것은 이런 자생적 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다시 문제는 내게로 돌아온다. 나는 지금 무엇을 참고 있는가? 억압된 가정? 안일한 학벌 위주의 사회? 공명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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