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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의 새
<궁전의 새> (성석제, 하늘연못, 1998)를 읽다.



장편 소설 <궁전의 새>는,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와 <궁전의 새> 두 개의 부제를 갖고 있는 두 이야기가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동일한 배경에 동일한 등장 인물을 갖고 있으나, 발표했던 지면이 다른 탓인지 서두에 두 번씩 배경 설명을 하는 재미 없음도 범하고 있다.



성석제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궁전의 새> 역시, 소설이 주는 재미의 핵심은 향수이다.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삶의 땀과 냄새가 묻어 나오는, 30대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텔레비젼과 영화를 통해 얻은 온갖 장면들로 영화 세트처럼 구축되어 느껴지는 그런 향수. (물론 샤넬 N0 5 따위의 향수는 아니다)



갖가지 사건들을 재미있고 우습게 풀어 나가는, 재담을 푸는 능력은 물론 작가의 몫이려니와 그런 웃음과 재미와 익살을 가능케 하는 밑바탕에는 독자의 공통된 정서가 깔려있음 또한 분명하다. 연못의 밑바닥에 수염만 팔뚝만한 메기가 숨쉬고 있듯이. 그런 장치를 교묘히 이용할 줄 아는 것도 또한 작가의 능력임을 인정해야 한다. 근자에 쏟아져 나오는 신세대 문학이 헐리우드 영화와 MTV, Rock, Socialism을 적절히 섞은 소스로 맛을 내듯이, 향수와 그리움은 성석제의 주방 찬장에 늘 준비되어 있는 양념이다.



절대로 가벼운 웃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추호도 아니지만, 웬지 요즘 유행하는 <순풍산부인과>와 성석제의 소설이 주는 재미에 함몰되는 것을 늘 경계하는 내 뇌의 한 구성 성분이, 성석제를 읽다가도 가끔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담배 한 대 피울 것을 강권한다. 아직도 난 무거운 삶에서 허우적대고 있나 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이십 분에 한 번은 웃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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