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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평민사, 1999)을 읽다.



<전국 문예 창작 학과 학생들이 가려 뽑은 ´99 우리 시대의 화제 소설>이라는 긴 제목의 책 속에 담긴 단편 소설 <경찰서여, 안녕>이 수록된 작품집을 과감하게 구입하게 되었다. 김종광은 중앙대학교 문창과 출신인데, ´전국 문예 창작 학과 학생들´ 속에 중앙대학교 문창과 학생들이 속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선정된 것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기간 쉽지 않지만,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한 듯.



제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란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소시민적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순응하느냐, 떠나느냐의 문제가 중요할 뿐. (그러나 이런 이분법은 극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남아있는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면서, 남아 있음이 곧 현실에 대한 투항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여, 안녕>의 뛰어난 점은, 탈주의 욕망을 가진 인간이 정작 탈주의 순간에 느끼는 안주의 욕망을 잘 드러내었다는 것이다. 억압이라 느꼈던 것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당혹감과 그 이율배반적 정서를 형상화한 모습은 30페이지에 잘 드러나 있다.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었다. 방으로 되돌아가 유 형사의 말대로 좋은 꿈을 꾸며 편히 잠들고 싶었다. 그 유혹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이 짜릿해서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어두운 식당에서 카운터 전화기를 매만지며 방 쪽과 문을 쉴 새 없이 번갈아 보았다. 그렇게 한 동안 떨었다.´



기실, 이러한 정서는 남자들의 술자리에 꼭 끼게 되는 군대 얘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제에 대한 그리움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시절 얘길 하면서 느끼게 되는 아련함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이를 어찌 설명해야 하는지. 극한 상황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살내음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현실이 너무 고달파서 그런 걸까? 도피하고 싶어서? 과연 억압에 대한 향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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