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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우리 시대의 화제 소설 |  | |
| <´99 우리 시대의 화제 소설> (평민사, 1999)을 읽다.
인상적인 몇 작품만 거론하는 것으로 총평을 갈음한다.
우선, <소설쓰는 인간>(성적제). 성석제의 어느 글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발군의 골계미가 눈에 확 들어오고, 이례적인 소재도 사줄 만하다. 춤으로 흥한 자, 춤으로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파하고 있는 이 글은 왕제비도 제비 잡는 꽃뱀에게 당한다는 평범하지 않은 진리마저도 전하고 있다. 어수룩한 놈이 당수 팔 단이란는, 프로 같지 않은 진짜 프로라는 교훈과 함께.
다음, <태풍이 오는 계절>(전성태). 실감나는 전라도 사투리 구사로 토속적 친근함은 얻었을지언정, 해독의 불가에서 오는 약간의 짜증도 안겨주는 <태풍이 오는 계절>은, 반정부 족속이라는 천한(!) 신분의 주인공이 허름한 초가에 기생하면서 태풍이 올 때 집을 무너뜨리고 보상금을 타려는 시도를 그리고 있다. 굉장히 절박한 기층민의 삻을 희극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은 우화적이지도 않고 마냥 재미있다. 집을 쓰러뜨리고 보니, 태풍은 우리 나라를 한참 빗겨간 상황이고, 간밤에는 이렇다 할 바람도 불지 않았다.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듯한 기분.
그 다음, <목요일의 저녁 식사>(배수아). 유아기에 당한 성적 학대의 기억을 힘겹게 짊어지고 사는 여성의 삶나기를 절제된 문체와 감정으로 드러낸다. 아픈 과거의 흔적은 결코 지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주인공의 몸에 그림자처럼 길게 누워 있다. 의미 심장한 글귀.
때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런 제이와의 환각을 흉내내려 해본 적이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알고 지내던 시간 동안 제이가 나에게는 절대적이거나 배타적인 섹스 파트너가 결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것은 절대로, 절대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너무 어려서 그걸 몰랐다. (중략) 제이와 나는 봄바람의 기억만을 가진 채 다시 안 보는 편을 택한 것이다. 미친 삶의 예감에 시달릴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대 진정 그러했는가? 봄바람, 봄바람뿐이었나? 산산이 찢어지는 고통과 피학도 결국은 같은 모습이었는데. (너무 신파로 흐르는 것 같아서 이만 하략)
그 다음의 다음, <빈 수레 끄는 언덕>(김한수). 동네 어디를 보아도 있을 법한 이야기. 시장통의 사람들의 희노애락애오욕을 묘사한다. 김한수의 시선은 세세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날카로움과 따뜻함이 모두 느껴진다. 억척스럽되 밉지 않은 사람 사는 이야기. 난장의 제의를 통해서 살이 풀어지는 전통적 정서에 상당한 부채를 지고 있다.
마지막의 바로 전, <밤의 나선형 계단>(전경린). 경제적인 문제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꼭 집어내는 힘. 누군가는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누가 감히 결혼을 사랑이라고 말하는가! 마치 KBS의 단막극을 연상케 하는 구조와 분위기.
마지막, <용늪 가는 길>(김하기). 80년대를 이십대로 보낸 작가들의 무거움과 암울함을 조금은 벗어난 작품. ´김교수´와 사진 작가인 ´해준´, 월남전 참전 용사(가짜)인 ´신무홍´, 그리고 그의 아내가 모두 한 자리에 있게 되는 장면에서는 달리 어떤 일관된 주제가 말로써 구술되지 못한다. 그저 아득하기만 한 그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와 긴 시간을 압축해서 풀어 놓은 듯한 분위기만 느끼면 될 뿐. 레이먼드 카버의 <숏컷> 중 <발밑에 흐르는 강>처럼 비쥬얼한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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