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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꺽정 |  | |
| 몇 년 전에 TV 드라마로 임꺽정을 봤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책으로 임꺽정을 만났다. 드라마의 장면들을 억지로 기억을 되살려가며 정말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이 책이 완성을 못 본 채 중도에서 끝나고 만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또한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너무 늦게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누군가는 정말 ˝똥줄이 타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말이 그렇게 공감이 가게 될 줄이야...
조선의 역사적인 사실들과 함께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생된 또 다른 역사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신문연재를 시작으로 잡지 연재까지 계속되었지만 이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와 함께 중도에 그치고 마는 비운을 겪게 된 것이었다. 이 시대의 작가들 중에도 남다른 ˝이야기꾼˝의 재질을 가진 작가들이 더러 있지만 벽초의 글쓰기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초기에 쓴 글이라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지만 역동적인 글읽기에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소설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중에도 임꺽정의 스승이신 갖바치(양주팔)와 일곱두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인물들 각각의 인생유전이 그대로 역사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사람들의 인생유전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이 소설의 얼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정에서 갖바치로 그리고 생불(生佛)로 변신한 양주팔부터 본다면, 백정의 딸인 봉단이 귀양 중 도망하던 이장곤과 혼인 후 복권되고 후에 정부인 칭호까지 얻게 되면서 한양으로 함께 올라오게 되는 봉단의 삼촌이다. 후에 전국을 유람하던 중 스승을 만나 세상이치며 도술까지 배우게 되고 갖바치가 된 후 조광조와 막역한 친구가 되면서 조정대신들을 친구로 두게 된다. 후에는 안성 칠장사에서 생불(병해대사)로 이름을 날리다 입적하게 되는 신분을 떠나서 인물로 존경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임꺽정과 이봉학 그리고 박유복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는 아들이 후에 임꺽정의 누이와 결혼하게 된다. 임꺽정은 봉단의 외사촌인 임돌이의 아들로서 역시 백정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기운이 장사인데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 칼쓰기를 배워 청석골패의 괴수가 된다. 양주팔과 함께 백두산 유람길에 나섰다가 운총을 만나서 결혼하고 백손이란 아들을 얻게 된다. 백정의 아들이지만 백정일에는 관심이 없고 천하를 주유하며 떠돌다가 후에 가족이 몰살당할 위험에 처하자 파옥을 하고 청석골로 들어가 화적들을 이끄는 괴수가 된 것이다. 여자들을 후리는 것도 타고난 것인지 기생, 양반집 규수, 양반집 과수댁 할 것 없이 죄다 처로 삼는 그야말로 영웅호색이란 말까지 듣는 인물이다. 전국 각처에 가짜 임꺽정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짜한 화적이며 가장 큰 화적패를 이끄는 인물이다. 이봉학은 서자라는 이유로 한을 품고 살다가 왜란시 세운 무공으로 벼슬길에 나서지만 청석골패를 돕다가 그대로 청석골로 도망을 하게 되면서 청석골의 두령이 된다. 봉학이 벼슬살이시 계향이란 기생을 만나 함께 청석골을 들어가게 되는데 귀신방에 얽힌 얘기는 그야말로 전설이 된다. 활쏘기의 명수이다.
박유복은 아비가 억울한 누명으로 죽고 어미의 몸에서 유복자로 태어난 설움을 안고 살다가 후에 아비의 원수를 갚고 도망하던 중 산신당에 바쳐진 처녀를 훔쳐서 함께 도망한다. 청석골에서 화적인 오가를 만나서 청석골에 눌러앉으며 최초의 정착자가 된다. 표창던지기가 특기이다. 황천왕동이는 임꺽정의 처 운총의 동생으로 백두산에서 나고 자라 사냥과 특히 빠른 발걸음으로 축지법을 하는 인물이다. 봉산에 놀러 갔다가 이방이 사위취재을 한다는 말을 듣고 응했다가 그야말로 우습게 천하일색이라는 아내를 얻게 되고 관청에서 일자리도 얻게 된다. 후에 배돌석의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도에 귀양갔다가 온 후에 그대로 청석골로 입산하고 청석골패의 연락책을 맡게 된다. 아내를 귀인으로 여기고 첩을 얻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해서 내 개인적으로 청석골패 중 인물로나 성품으로나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다. 배돌석은 여자를 좋아하는 인물로 왜란시 돌팔매로 유명짜하게 된다. 후에 역원으로 녹을 먹다가 세번째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질러서 체포되고 마는데 청석골패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청석골로 들어가게 된다. 돌팔매로 호랑이까지 잡는 인물이다.
곽오주는 양반집 머슴이었는데 젊은 주인이 보쌈해온 과수댁과 살다가 아이를 낳고 죽자 젖동냥을 다니다 못해서 부지불식간에 아이를 죽이고 난 후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서 날뛰게 되는데 쇠도리깨 도적으로 이름을 날린다. 어린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한다고 어른들이 얼르는 말인 ˝곽쥐온다˝라는 것이 그 인물에서 나왔다고 한다. 길막봉이는 소금장수였는데 안성에서 각시를 얻고 나중에 처 백부의 농간으로 관아에 잡혀 들어간다. 청석골패가 처 백부에게 복수를 하고 파옥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똥줄이 타는 듯한 긴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사건으로 안성에 머물게 된 꺽정과 두령들은 칠장사에서 의형제로서의 결의를 다지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서림이라는 인물은 청석골패의 흥망성쇠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사꾼이다. 봉물을 몰래 빼돌려 먹다 도망해서 청석골로 끌려온 뒤로 평양봉물을 탈취해 오는데 뛰어난 계략을 세우면서 청석골패의 머리가 되는 인물이다. 후에는 조정에 귀순을 하여 청석골패를 잡는 데에도 뛰어난 모략을 세우는데 소설이 채 끝을 맺지 못해서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임꺽정이 패가 구월산에서 최후를 마친다는 역사적인 사실로 볼 때 서림이의 계략이 작용했을 것을 짐작할 뿐이다.이외에도 청석골패의 원주인이자 터줏대감인 오가, 가짜 임꺽정 행세를 하다가 임꺽정의 부하가 되지만 나중에 배신을 하게 되는 노밤이, 장물아비이며 청석골패의 든든한 배경이 되다 후에 청석골에 입산하게 되는 한온이, 꺽정의 검도 스승의 조카이며 황천왕동이에 감화되어 살인을 저지른 후 입산하게 되는 김산 등 많은 인물들의 인생유전이 그야말로 할머니의 옛날 얘기처럼 구수하게 또는 처량하게 이어진다.관군과의 전투며 파옥하고 죄수를 꺼내오는 장면이며 송악산에서의 관군과의 대치상황들은 너무도 장쾌하면서도 긴박한 스릴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똥줄이 타는 느낌˝에 다름이 없었다. 조선조 신분사회에서 가장 하찮은 계급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조직을 만들고 관청을 노략질하고 벼슬아치들을 희롱하는 대목에서는 충분히 통쾌한 생각마저 들었다. 더군다나 벼슬아치들은 권력다툼으로 피를 뿌리고 치세를 하는 등 가난에 찌드는 백성들을 나몰라라하는 형편이었으니 누구라도 임꺽정을 의적이라고 부르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소설 속에만 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이 훌륭한 소설이 끝을 맺지 못하고 중도에 그친 것이 바로 현실에서의 비극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임꺽정의 주 활동무대였던 곳들이 모두 저 북쪽에 있어 우리들에게는 이름마저 낯설다는 것이 또 다른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by http://my.dreamwiz.com/pchorse/index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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