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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제국의 발견 |  | |
| 최재천 : <개미제국의 발견>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출판년월(초판) : 1999년 01월 15일 / 면수 : 145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먼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목이 되었다. 이제까지 나는 개미에 대해서 그냥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형식적인 의식적 존재로밖에 여기지 않았었다. 그리고 역시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마냥 징그럽고 어쩌면 혐오스러운 존재로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무엇보다 많은 교훈을 얻었고, 개미라는 존재가 과연 어떤 곤충이나 동물보다도 가장 인간과 유사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 이 책을 폈을 때 나는 ´개미사회의 경제´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개미사회의 경제´, 그것은 어쩌면 내가 개미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이유일 것이다. 이제까지 나는 개미사회의 경제라는 낱말을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오로지 생존을 위란 개미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개미에게서 배우는 미래형 경제조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개미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저축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름 내내 식량을 비축하고 겨울에는 땅 속에서 미리 비축해두었던 식량을 먹으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개미가 가장 조직적인 생명체라는 근거 중의 하나가 모든 일이 컨베이어 벨트식 분업 공정이라는 것이다. 그냥 종족을 생산하는 여왕개미, 다른 개마가 자신의 영역에 못 들어오게 막고 싸우는 전투개미, 그리고 무조건 일만 하는 일개미, 이렇게 우왕좌왕하지 않고 완벽한 분업화가 팀으로써 개미의 번식력은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농경생활을 가장 먼저 시작한 생물은 인간이 아니라 일꾼개미라는 사실이었다. 일꾼개미는 개미과의 한 종류로써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나뭇잎을 물어다가 자신의 땅굴 속에 가지고 가서 그 나뭇잎에 버섯을 기르며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이렇게 먼저 개미의 조직적인 생활을 소개한 뒤 이 책에서는 여왕개미의 군락생성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여왕개미는 혼인비행이라는 교미의 과정을 마치고 자신이 살 곳을 정하면 자신의 날개를 부러뜨려 땅굴을 파고 들어가 알을 낳으며 군락을 확장시켜 나간다는 것이었다. 여왕개미가 처음에는 자기 혼자로 시작하여 그 큰 군락을 형성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인간 문명의 시작이 여왕개미에 비유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욱 안타깝고 특이한 것은 여왕개미가 될 수 있는 암컷개미들은 태어나자마자부터 일을 하지만 수컷개미들은 일은 하지도 않고 교미를 할 날만 기다리며 먹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컷개미는 혼인비행을 하고 난 직후 얼마 되지 않아 금방 하루살이처럼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런 수컷개미들이 사는 것이 삶인지 생존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이제까지 내가 알기로는 한 개미의 개미군락 안에는 오로지 하나의 여왕개미만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들이 한 군락 안에서 같이 산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인간이 혼자 사는 것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쳐 살아가는 것이 쉬운 것처럼 개미들도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다함께 살아가는 것이 유리하다.
인간이 파괴의 동물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인간이 전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괴롭히고 약탈하고 심지어는 해치기까지 한다. 그러나 개미가 이러는 것은 자신의 부나 야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기에 나는 그들의 행동을 그리 욕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개미는 어떻게 길을 찾는가 하는 게 우리에게 있어서는 가장 궁금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벌의 경우에는 꼬리춤을 추며 걷는 선과 중력각도 간의 각도로 먹이의 방향을 나타낸다. 그러나 개미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그 문제의 답은 바로 냄새였다. 바로 그 꼬리의 끝에서 냄새가 나는 물질을 땅에 묻히며 오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길을 다른 동료들에게 가르쳐주어도 정확한 그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신기한 것은 그 냄새가 나는 물질이 휘발성이 강해서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게 어떤 상관이 있나 했지만, 만약 그 냄새가 아주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는다면 개미들은 쓸데없이 먹이도 없는 곳을 계속 왔다갔다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계속 그 자리에 먹이가 많이 남아있다면 그 곳을 오가는 개미들은 계속 냄새가 나는 물질을 묻히며 다니게 될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개미사회를 이끌어가는 여왕개미, 우리도 실력 없는 지도자가 있으면 더 힘들어지고, 지도자의 권력이 약하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그 지도자를 몰아내고 자신이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일이 개미사회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들이 같이 군락을 번성해나가며 군락이 커지고 자신의 권력이 강해지면 다른 여왕개미들이 약한 한 마리의 여왕개미를 잡아 먹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확고시킨 여왕개미라 해도 한 순간이라도 약점을 보인다면 다른 개미에게 똑같은 일을 당하고 말 것이다. 정말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여왕개미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일개미들, 일개미라고 해서 전부 수컷개미일리는 없다. 개중에는 암컷도 있는데 우리는 보통 여왕개미만 알을 낳는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암컷개미들도 자신의 알을 낳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연 개미사회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어찌 보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지만 또 어찌 보면 인간보다 한 차원 더 발달된 문명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우리는 보통 게으른 사람보고는 베짱이 같다고 얘기하고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개미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개미는 그렇게 부지런한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개미는 보통 하루에 평균적으로 5시간정도를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냥 가만히 쉰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 군락 안에는 개미의 수가 엄청나므로 사람들이 다 같은 개미인 줄로 착각해서 일만 하는 줄 안 것 같다.
개미라는 존재는 과연 어디가 끝인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개미에 대한 견해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던 개미사회의 조직된 분업화, 이 조직성이야말로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가장 필요한 사회성인 것 같다. 개미는 우리인간보다 먼저 농경생활을 시작하였고 지금의 사회 역시 우리가 사는 사회보다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인간이 이런 개미사회를 더 연구하고 파헤친다면 우리가 몰랐던 사회운영의 새로운 방법도 찾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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