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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울속의 너 |  | |
| 김원우 - <거울 속의 너>
무의미한 의미화 작업
책을 바르게 읽는다는 것은 어떻게 읽는다는 것일까.
작가 김원우의 글을 읽으면서 책읽기에 대한 그 동안의 편협함을 되돌아보게 된 지금도 마땅히 할 말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시대의 산물인 문학 작품을 바르게 쓰고 바르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김원우는 <장애물 경주>, <짐승의 시간>, <세 자매 이야기> 등의 작품집으로 소설가라는 뚜렷한 자리에 앉아 있다. 그 중 <세 자매 이야기>는 ´세 자매 이야기´, ´그림 밖의 풍경´, ´임지로 가는 길´로 묶여 있는데, ´세 자매 이야기´는 요설, 풍자조의 서술로 중산층의 무의미한 삶에서의 의미 찾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보여 준다.
주인공 상기는 회사원으로 일정한 지위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흔 살의 가장이다. 결혼 전 선생을 하다 그만 둔 아내의 새벽 기도, 젊은 시절 산골 학교에서 눈 덮인 산을 보고 도망(?)은 친구 민석, 돈벌이에 능란하며 적당히 쓸 줄 아는 일융, 배 다른 동생의 구애를 받는 주희.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사는 모습은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술로 건강을 해친 40세의 남자가 몸 걱정을 하고, 남편에게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아내의 종교에의 몰입. 상기, 일융, 민석으로 이루어진 개풍회에서 상기는 주희를 다시 보게 된다.
제목에서 보이는 ´거울´은 처음 민석에게서 드러난다. 산골에 묻혀 있으면 그 곳 문제에 흥분하게 되고 막상 무언가 하려면 엄두도 못 내는 민석은 도망치듯 서울로 오게 되지만, 대학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도 자부도 아닌 말투로 거울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탄한다. 거울이 없는 세상, 즉 스승다운 스승이 없다는 것이다. 거울은 그대로 투영한다. 그것은 보이는 대로 보게 한다. 상기가 마지막 부분에서 주희를 가리켜 ´거울과 같은 허상´이라고 한다. 왜 작가는 두 가지 다른 말을 하는 것일까. 꿈을 꾸지 못한다 해서 꿈이 없는 것이 아니듯 꿈을 꾸지 말아야 함이 아니라 우리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 이 글은 ´사랑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불륜까지 몰고 올 남녀의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상기와 주희의 꿈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복잡한 관계나 이복동생의 구애로 인해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상기의 말처럼 주희는 자기 세계에 살고 있고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상기에게는 더 이상의 도전이나 목표가 의미가 없다. 앞으로 그에게 다가올 것은 체계적인 승진과 아파트 평수 넓히기, 건강 유지하기 정도일 뿐 치열한 삶의 의지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세 자매 이야기´에서 명혜, 명미, 지혜를 두고 작가가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여성 문제가 ´거울 속의 너´에서도 보여진다. 결손 가정 출신인 명혜 자매의 이야기가 결손 가정 출신인 주희에게 그대로 대치된다. ´세 자매 이야기´와 ´거울 속의 너´를 비교해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 부모의 불화 ; 주희 부모님, 명혜 부모님
2.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주희와 명혜 ; 사실은 둘 다 결혼에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음
3. 기독교에의 집착 ; 상기 아내의 새벽 기도, 명혜 친구 영애의 새벽 기도
4. 물신주의 ; 일융의 돈 잘 벌기, 잘 쓰기. 명혜 어머니의 허영
5. 생활에의 권태 ; 상기의 무력감. 영애의 회의
6. 부부관계에서 느끼는 치욕적인 감정 ; ´세 자매 이야기´에서는 명혜, ´거울 속의 너´에서는 영애
7. 세상을 다르게 보기 ; 주희의 버스에서 뒤돌아 앉는 취미
8. 여성의 자리 지키기 ; 명혜의 낙태
이상으로 두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 보았다. 본질적인 주제는 무의미한 삶에서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거울 속의 너´에서는 잃어버린 그 무엇에 대한 상기의 담담한 회의적 서술로 이어지고, ´세 자매 이야기´에서는 여자의 심리를 바탕으로 <여성 문제의 본질>로까지 끌어올린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이 소설에서도 다루고 있다. 대충 이 소설이 출간된 연도를 비추어 보면 작가 스스로의 지나온 삶 돌아보기와 주인공 상기의 자기 연민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거울 속의 너´에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주희의 자리 못 찾음은 상기의 몫이 아닐 것이다. ´세 자매 이야기´에서 명혜를 통한 영애의 어떤 확신 같은 다짐은 없지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주희의 의미 찾기는 이루어지리라 믿고 싶다.
작가 김원우가 보여 주는 도시인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배척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한 보여주기의 소설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의 삶에서 나온 자각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점은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끝으로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 느낀 여성 문제와 <거울 속의 너>에서 보여 주는 여성 문제를 비교해 보면 여성 문제이기 이전에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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