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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어 |  | |
| 공지영 : <고등어>
출판사 : 푸른숲 / 출판일 : 1999년 8월 25일 / 페이지수 : 276
바다를 가르쳐 주지 못한 고등어
우연히 들른 곳이 책방이었다.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 온 것이 ´고등어´라는 책이었다. 주위에서도 많이 들었고, 책제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집어들었다. 그 다지 크지도 두툼하지도 않아 읽게 되었다.
명우는 남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이혼남이다. 그에게 어느 날 남을 위해 산다고 믿었던 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나타난다. 너무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은림은 꺼지기 전의 병적인 밝음이 주는 위태로움을 나타내며, 안타깝게 꺼져 가는 촛불 같았다. 남들이 조심조심 자신의 열정을 소진해 갈 때 그녀는 주위를 밝히기 위해 열심히 타올랐다. 그런 7년이 지난 후에 이들은 만났다.
칠 년 전엔 은림에겐 투쟁에의 열정보다 사랑의 불꽃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외면했던 명우는 은림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그 당시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그녀와의 사랑을 접었다. 그런 명우의 칠 년 후의 삶은 자신이 불쾌하게 여기는 일로 돈을 벌고, 젊은 애인과의 섹스를 안락하게 여긴다. 자신을 위한 삶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아니, 적응해가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은림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그녀가 너무 어리석어 보이기만 한다. 은림에겐 감옥에 있는 남편과 정신병원에 있는 오빠, 미국에 있는 엄마가 있다. 자신은 폐병에 걸리고도 술, 담배만을 계속하는 절망적인 그녀이지만 그 모습에서 풋풋함이 느껴진다. 은림은 과학적인 명우 선배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던 명우 선배다.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던 후배들보다 오래 자리를 지켰다. 그것은 그녀가 공포심과 적개심이 생길 때도 인간에 대한 굳은 믿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토피아를 꿈꾸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그녀가 왜 자신의 건강은 그렇게 방치하고 죽음을 재촉했을까? 그녀는 지친 것 같다. 어떤 환경에서 은림을 매혹시켰던 일들이 어쩌면 우연한 경험에서 은림을 잡아주지 못했고, 그래서 은림은 지금까지 해 오던 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 지지 않았을까?
남을 위해 살기만 한 은림은 자신을 돌보고 보호하는 일에는 서투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쓸 줄은 모른다. 은림은 그런 여자였다, 은림은 배가 아파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집행부들이 너무 불쌍해서 계속 남아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아이를 사산했다. 죽어가는 은림은 아이처럼 웃는다.
지금까지 살아 헤엄치는 고등어를 본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자유라면 하늘을 나는 새만을 연상했었다. 소금에 찌든 고등어는 한때 유영하던 바다를 나에게 가르쳐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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