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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 |  | |
| 현진건 - <고향>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다. 고향 하면 포근하고 아늑한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시작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 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격으로 일본옷을 둘렀고 그 안에 옥양목 저고리를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나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동석하게 된 기묘한 사나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동양 3국의 옷을 한 몸에 감은 듯한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본 옷과 옥양목 저고리와 중국식 바지를 입은 그는 3국 편력을 은근히 암시하며 일본말도 곧잘 하였고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 옆에는 각각 중국인, 일본인이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에 대하여 경멸적인 태도를 가졌으나 그의 찌든 모습에 동정적으로 변하고 호기심을 느껴 그의 지난 일들을 듣게 된다. 차갑게 바라보았던 나의 태도에 대하여 스스로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그는 고향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9년 전 일제의 착취로 농토를 빼앗기고, 일제의 핍박과 수탈에 못 이겨 서간도로 갔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는 비참한 생활 끝에 부모도 잃었다. 여기서 나는 그를 위로할 겸, 술을 권하며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러 곳에서 고생만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규슈 탄광에도 있어보고, 오사카 철공소에도 일하며 돈벌이를 하고자 하였으나 가난하게 귀국하여 고향에 들렀다. 고향은 이미 폐농이 되어 있었다. 고향을 둘러보고 나오던 그는 14살 때 고향에서 혼인 말이 있던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는 17 살 때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서 창녀촌으로 팔려 갔다가 몸값 20원을 10년 동안이나 갚고도 빚이 60원이나 남았는데 병들고 산송장이나 다름없이 되어, 쓸모가 없어지자 겨우 창녀촌에서 풀려나 고향에서 일본집의 식모살이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신세가 같음을 알고 술(정종)을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기가 싫어서 술을 마시고, 그는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소설은 1인칭 서술로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의 일제 수탈로 황폐해진 농촌의 실상을 역력히 보여 준다. 또 작품의 구성에서는 액자 소설적 형태를 보여 준다. 일제에 대해 철저히 저항적이었던 지은이의 저항 정신의 표출인 이 작품은 입체적 구성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과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달리 짜여 있는, 3단 구성의 유형을 지니고 있다. 비참한 유랑 생활을 한 그는 일제 치하의 식민 한국인의 전형으로 그려져 있으며, 그의 눈물은 곧 일제에게 짓밟힌 고국, 즉 조선의 얼굴로 요약 상징된다. 또 이 소설은 민족의 아픔을 소설의 구성에서 보여주지 않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준 점은 소설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독서시간을 통해서 접해보았던 현진건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고향´이라는 작품도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기억에 남게 읽은 작품은 ´운수좋은 날´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현진건의 다른 작품들도 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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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고향>은 불과 4장도 안돼는 짧은 소설이다. 직접적인 사건이라고는 기차 안에서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한국, 중국, 일본식의 옷을 여기저기 갖추고 앉은 앞사람을 나는 경멸한다. 그 사람은 자기의 말이 무시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주위에 앉은 일본인, 중국인,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사내이다. 일제시대에 그는 부모님이 소작하던 땅을 잃어 살만하던 생활을 잃어버리고, 간도로 이주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고향을 잃고 사랑도 잃어버린 불쌍한 사나이인 것이다. 모든 것을 잃는 동안 그는 중국에도 가고 일본에도 가보았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은 그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차림이 그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의 일생은 일제시대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겪은 억울한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 나라사람들이 일제 시대에 겪은 일들은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들었다. 이제 아무 반응이 없을 때도 되었건만 거기에 관련된 소설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여전히 화가 나고 주먹을 불끈불끈 쥐게 되는 것이 희한하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니지 않는가. 예전에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은 일제시대도 아니고 독립해서 잘 살고 있으면서도 자꾸 반응하는 것을 보면 민족애, 동포애 등에 관한 것이 다시금 느껴진다. 소설 속의 글쓴이도 그 이상한 옷차림의 남자와 같은 느낌에 술을 마시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 애쓰던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 소작료로 바치고 어떻게 사나 싶어서 간 간도에서도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병들어 죽고, 고생하다 죽어버리고 차라리 고향에서라도 자신의 뼈를 묻는 것이 좋을 텐데 말이다. 간도에 가면 잘 살수 있다는 헛소문에 이끌려 압록강을 넘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일제 시대에는 강제 이주도 있었다는데 그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에서 나온 부모님과 마찬가지고 고생만 하다가 타국에서 죽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기에 나중에는 백여호 살던 마을이 없어진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황폐해졌을 것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야만 굶지는 않고 살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 신경 써 주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당장 밥그릇이 적어지는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중간 소작인이 생기고 서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 치는 일이 생긴다. 넓게 생각해보면 이런 배경에서 사회주의 이론이 생기고 우리 나라가 갈라져 버린 것이다.
처녀가 팔려가는 것은 하나의 줄거리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땅을 잃은 아버지가 매일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술값도 떨어지고 자식을 시집보내려니 돈도 없고 술김에 딸을 팔아치웠다는 일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진짜 딸을 팔아버릴 정도로 나쁜 사람도 그 시대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줄거리는 생각해 보면서 소설을 읽는 것도 착잡한 기분을 잠시나마 전환시켰다. 그렇지만 이 줄거리를 짜다보면 처녀가 팔려 가게된 근본원인은 또다시 일본에 의한 것이기에 내 스스로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높여버린 결과가 되어버렸다.
이런 책 읽어 보았자 화만 나는 것, 비참했을 법한 과거만 떠오르는 것, 분발해서 일본을 이겨보자라는 생각만 드는 것이라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과거를 다시금 새겨 보게 만드는 것, 그 때 우리 할아버지들이 가지셨을 느낌을 우리도 한번 느껴볼 수 있는 것, 이제 직접적인 식민지니 뭐니 하는 일은 없겠지만 더 잘살게 노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란 좋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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