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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러시 |  | |
| 유미리 : <골드러시>
역자 : 김난주 / 출판사 : 솔 / 출판일 : 1999년 5월 1일 / 페이지수 : 350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은밀히 살인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일부러 세상의 관심 을 집중시킨 것은 투명한 존재인 나를 적어도 당신들 공상 속에서나마 실존하는 인간으로서 인 정받고 싶어서이다.´
범행을 저지른 소년이 대담하게도 신문사에 보낸 성명서를 읽어 내려가던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柳美里·31)는 가슴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 듯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소년은 97년 5월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베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범인. 14세인 그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죽인데 이어 다른 초등학교 남학생을 산으로 유인해 살해한 후 목을 잘라 교문 앞에 갖다놓는 흉악범.
유미리는 성명서를 읽어가면서 자신의 ´어둠´을 들켜버린 느낌이었다. 자살미수 정신병원통원 약물복용 등…. 자신의 14세 역시 이 소년처럼 ´투명하고 텅 비어 있는´ 시기였다. 아직도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14세의 불안과 공포´를 떼어내기 위해서라도 작가는 14세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과거와의 싸움이기도 했던 어려운 집필과정 끝에 98년말 내놓은 ´골드 러시´는 출간 즉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사회의 악마성에 대한 보고서´ ´비인간적 인간성의 형해(形骸)를 그린 사실화´ 등의 평가를 받으며 98년 아사히신문이 뽑은 ´올해의 책 5권´에 들어가기도 했다.
작품 속의 아버지는 빠찡꼬 가게를 운영하면서 탈세를 통해 돈을 벌고 모든 것을 금전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인물. 어머니는 첫아들이 불치병에 걸리자 종교에 빠져 가정과 자식을 버린다. 형은 정신과 육체의 성장이 멈춘 불치병에 걸려 있고 누나는 생의 방향을 잃고 원조교제에 탐닉해 있다. 소년의 눈에 세계는 힘으로 자리매김돼 있고 그 힘의 원천은 돈으로 비쳐진다. 소년은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오로지 힘과 돈의 유무에 있다고 인식, 아버지의 힘과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빨리 어른이 되려고 아버지를 살해한다.
작가는 소년의 의식을 끔찍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그윽한 이해의 눈길로 그 의식의 밑뿌리에는 인간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 특유의 문학성이 배어나는 부분이다.
<물고기 축제> <풀하우스> 등 유미리의 기존 작품들이 암울하게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주인공이 구원의 희망을 느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년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빛바랜 가족사진을 꺼내 보면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는 것이다. -윤정국기자: [동아 일보](9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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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14세 소년은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
소설은 이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유복한 집안 하지만 뒤틀린 집안, 그 집안에는 모두 뒤틀린 인간들만이 있다. 그 곳에 유독히 일찍 어른이 돼버린 14세 소년..어른이 되려 애쓰는 소년이 있다.
자식이란 자신의 뒤를 이어주는 후계자로써만 생각하는 아버지와 역시 아버지란 돈을 쥐어주는 잘 구슬리기만 하면 되는 편한 존재로만 생각하는 14세 소년, 아이는 아버지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한다. 할까요 ?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존대에는 이상한 울림이 있다. 전혀 애정이 없는 메마른 울림, 마치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꼬박꼬박 존대하는 그런 어색한 울림이다.
존경심을 잃은 아버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다. 생판 남이 14세 소년에게 훈계하려 한다. 아버지라 생각지 않은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느낀 소년은 두려움을 느껴 살해해 버린다.
순진 무구, 어린아이들의 특징. 이 말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질까. 4살이 빠르냐고 반문하는 세상이다. 빨리 조숙해지라고 닥달들을 한다. 순진하다 착하다란 말이 욕으로 통용되는 세상이다.
빨리 어른이 되라고 한다. 빨리 약아지라 한다. 빨리 그 나이에 해결할 수 없는 고민거리들을 떠 앉으라 한다. 14세, 세상을 알고 돈을 알고, 추잡함을 알기에 충분한 나이.
그래서 소년은 아버지를 죽였다.
그런 소년에게 자수를 권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 14세 소년에게 양심에 호소해 자수를 권한다는 건 헛되었다. 소년에게 자수를 권하는 방법은 어른들을 구슬리는 방법, 협박 그뿐이다. 언젠가는 들통날거라는 것, 자수하지 않으면 너의 곁을 떠나겠다는 것, 거기에다 미성년자니까 자수하면 4년만 있다 나오면 될 거라는 것, 그 동안 재산을 관리해 주겠다는 현실적인 타협만이 소년에게 먹혀 들어갔다.
이 14세 소년에게는 형이 있다. 윌리암스병이란 정신질환에 걸린 18세의 형. 14세 소년은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반면 18세의 형은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정신질환으로 세상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정신박약자들을 동정한다. 14세 소년도 소설 안에서 형을 동정한다..그러나 누가 동정받을 대상일까 ? 그 대상이 바뀐 거 아닐까 ? 뭘 안다는 것, 조숙해서 일찍 세상을 알아버렸다는 것, 그것이 동정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알고 나서는 예전 같을 수 없다. 모든 게 그렇다.
이 소설에서는 정신질환자의 형만이 가장 정상적으로 보인다..그만이 웃는. 웃음의 의미를 냉소, 비꼼같은 비정상적인 걸로 곡해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을 모른다. 그래서 웃을 수가 있었다.
´나의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소년은 자신이 믿고 있던 야쿠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배반하지 않는 어, 14세 소년이 바라는 건 그뿐이었다. 누구나 공기와 같이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의 존재, 사랑으로 여기는 존재이지만 그것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그만큼 괴로운 존재들도 없다. 사랑을 강요하지 말아라. 가족이란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도 있지만 가장 끔찍한 악연일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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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소년. 그는 끝까지 이 책에서 한 소년으로 정의 내려지고 있었다. 그에게도 ´유미나가 카즈키´라는 이름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내내 그를 소년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는 소년이다 .중학교 2학년의 아직은 가정과 학교에 둘러싸인 채 세상과 사회로부터 약간은 외떨어져 있어야 했던......
과연 그가 소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인가. 마치 무언가 외따로 노는 듯 하면서도.... 이 한 권에 책 속에 인물들은 너무나도 우리가 처한 현실과 섬뜩하리만큼이나 비슷했다. 그래서인가.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이것이 가상의 내용이라기보다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누군가 보고 적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세밀히 표현되어진 상황전개와 마치 내가 표류하고 있는 듯 내내 나를 어지럽게 만드는 소년의 심리상태를 보면서. 나는 어릴 적에 내가 느끼던 그 답답함과 굴욕감..내면 깊은 곳에 누구를 향해서도 규정되어지지 않던 그 광폭함들을 나는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듯한 그 규정들 속에서. 성인의 구별은 무엇일까. 소년이 그의 행동으로 소년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면서도 소년으로 보이길 원하는 작가의 심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소년과 구별되어 성인인 ´카나모토´는 야쿠자이다. 그는 살인도 해보았으며 여러 일을 겪어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소년의 살인에 대하여 느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왜 그는 그토록 소년의 모습에 충격 받고 아파하는가. 그가 알고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별로 갖고 있지 않는 소년에 대하여 왜 미래라는 것을 생각하고 싶어했던 것이었을까. 폭력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그가 단지 자그마한 소년의 모습에서 그가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요즘 우리 사회의 엄습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 대하여 그토록 느낀 것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크고 있는 다음세대의 암울한 현실과 함께 과연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들을 그들이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나와 같이 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여기서 소년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지 그에게 비추어진 기성 세대의 모습과 행동들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단지 흉내만 낸 것일까. 흔히 어디서나 규정되어지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되어지지 못한 사실하나만으로 우리의 나약하고 음울한 소년이 필연적으로 범죄자가 되어야만 했을까.
단지, 그저, 물질주의에 찌들린 아버지와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소년´으로 자라지 못한 것으로 생각을 한다면...글쎄....좀 우스운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결코 소년은 나약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나이로서 이미 하나의 이성적 개체였고 누이와 장애자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형을 돌보고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책임감도 있는 소년이었다.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난 뒤에도 행동했던 그 모든 것들 역시 보통의 성인들보다도 더 대담하고 현실적이었다. 상속에 대하여 생각하고 가족에 관하여 생각하고 그런 그가 어디서 잘못되어진 것이었을까. 어디서 소년은 고장이 나버린 것일까. 소년은 똑같은 존재이다. 인식되어지기는 아직 덜 성장한 인격체로 여겨질지라도 그는 성인들과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단지 그들보다 조금 더 세상에 태어난 세월이 오래되지 않았을 뿐이지 소년은 작은 성인이다. 소년은 아버지는 그에게 금이라는 상징물을 주었다. 그것으로 소년인 그가 아버지 그의 후계자임을 규정해 주었다..그러나. 번쩍이는 금을 보여주며..당신이 쌓아놓은 수많은 재산과 권력을 내세워서 소년에게 무엇을 요구했는가.
성인으로서의 아버지인 그는 소년이라는 아들을 더 이상 ´소년´일 수 없게 했다. 황폐한 가정에서 소년은 ´소년´이라는 존재로써도 충분히 인격체가 될 수 있었으나 성인이라고 하는 아버지가 그를 않으므로 인하여. 소년은 ´소년´ 될 수 없었고 그는 살인자가 되어 버렸다.
책을 읽으면 누구나 여러 관점에서 그 책에 관하여 판단하게 된다. 나는 나를 자꾸 ´소년´이게 하는 작가의 의도대로 계속해서 나의 그 소년을 만나고 체험했다. 그의 공포와 그의 좌절과 그의 범죄, 그의 외로움, 나약함...소년과 같이 했던 골든러시의 그 시간들을 모아서 나는 그를 느끼고 있었다. 그 시절, 나의 소년시절과 소년의 ´소년´시절을....
글세, 별 차이 없었던 것 같은데.....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취하지 않았던 것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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