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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 박문수
신동일 : <어사 박문수>

출판사 : 지경사 / 출판일 : 1995년 1월 1일 / 페이지수 : 206

한 떼의 아이들이 어울려서 전쟁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쫓고 쫓기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입니다.
˝어, 상인의 자식이 나를 때렸어. 너 우리 아버지에게 일러 혼내 줄 테야.˝
상인집 아이에게 한 대 얻어맞은 양반집 아이가 화를 내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양반과 상인의 차별이 심해서, 아이들까지도 양반집 아이라면 기세가 등등했
습니다. 이쯤 되면 전쟁놀이도 어색해지고 맥이 빠졌습니다.
바로 이때였습니다.
˝야, 전쟁터에 양반과 상놈이 어디 있어. 너 같은 바보 양반은 우리 군대에 필요 없으니 집으로 가.˝
큰 소리로 양반집 아들을 꾸짖고 나선 아이는 박문수였습니다. 아이들은 문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전쟁놀이를 계속했습니다.
이렇게 문수는 이치가 밝고 용기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문수는 공부도 잘했습니다. 머리도 좋았지만 그보다도 문수는 매우 열심히 공부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자기 재주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노력하는 둔재보다 못하니라.˝
이런 아버지의 말씀을 명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열 두 살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문수는 가까운 친구 세 명과 함께 산수를 찾아서 산으로 떠났습니다. 글공부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면서 고적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맑았습니다. 산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고운 물감만 골라서 풀어놓은 것 같지?˝
˝응, 말 없는 자연은 인자하신 어버이와 같아.˝
아이들은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낮에는 가야산 중턱에서 싸 가지고 온 점심을 먹었습니다. 산은 높고 험했습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서 하늘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땀흘리며 힘들여서 오른 산꼭대기,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습니다.
´용감한 사람은 바다를 사랑하고, 마음이 어진 사람은 산을 사랑한다.´
문수는 이 말의 뜻을 알 것 같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늦어서 절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몸은 솜처럼 나른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문수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서 절의 구석구석을 깨끗이 쓸었습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스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자를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문수는 사리가 밝고 부지런했습니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문수가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부엌에서 눈물짓고 있었습니다.
´또, 관리들이 왔었구나.´
가난한 백성들을 괴롭히는 나쁜 관리들을 생각할 때마다, 문수의 가슴은 몹시 떨렸습니다.
˝임금님께서 백성을 위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암,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를 오히려 거꾸로 악용하는 놈들인데….˝
이렇게 백성들은 둘만 모여 앉으면 썩은 관리들에 대한 원망이요, 한숨이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고을 원님이 매를 가지고 꿩 사냥을 나왔습니다. 몰이꾼들이 산골짜기에서 꿩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쁜 몰이꾼들은 민가에서 기르던 닭을 마구 잡아 술안주를 했습니다. 닭 주인은 알고도 모르는 척, 그저 가슴만 태울 뿐이었습니다. 문수는 원님 앞으로 가서 큰절을 올렸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원님의 이름만 들어도 떨었지만, 소년 문수는 달랐습니다.
˝원님, 몰이꾼들 중에 닭을 몰래 훔쳐가는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원님은 닭을 훔친 몰이꾼을 벌주고, 닭 임자에게는 닭 값을 물어주도록 했습니다.
˝그래, 이제는 되었느냐?˝
˝예, 그런데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제민창 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어린 소년의 입에서 제민창 제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원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몹시 난처해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제민창 곡식은 가난한 백성을 구하려는 좋은 제도인데….˝
문수의 이야기는 또박또박 조리 있고 분명했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면 내 돌아가서 조사해 보고 엄중히 다스릴 것이다.˝
다음 날, 원님은 부정한 방법으로 거두어들였던 곡식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린 문수의 용기와 지혜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재능과 식견이 뛰어난, 박문수는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박문수는 착하고 성실하였습니다.
나도 이 사람처럼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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