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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 <병신과 머저리>

출판사 : 열림원 / 출판일 : 2001/12/20 / 페이지수 : 308

14년 전인 1983년, 대학 2학년 때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를 처음 접했다. 교정에 진주해 있는 무수한 사복경찰의 행렬, 학생회관 옥상에서 비참하게 끌려가던 선배, 가슴을 환하게 밝혀주던 전태일 평전 등 이내의식에 남긴 강렬한 화인에 비교할 때, 그 소설은 나에게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환부를 알 수 없는 아픔 때문에 고뇌하는 동생의 복잡 미묘한 내면과 6·25때 패잔병으로 낙오되어 체험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고뇌를 거듭하는 형의 치열한 지적인 성찰은 만19살의 감동 잘하는 문학도에게는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심연이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전개된 나의 문학적 여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병신과 머저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여,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화가의 ´환부 없는 아픔´, ´밀도 깊은 내면적 성찰´, 그리고 의사인 형의 ´소설쓰기를 통한 상처 다스리기´, ´실존적 아픔에 대한 냉철한 응시´, 아울러 소설 전편을 통해서 은은히 배어 있는 지성의 향취 등을 열린 가슴으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삼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1966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병신과 머저리>는 6·25를 통해 온 인생을 건 체험을 거친 형 세대와 4·19 혁명의 환희와 5·16이라는 배반을 거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 속에서 절망하는 동생 세대 사이에 놓인 ´실존적 감각´의 미묘한 차이를 묘사하고 있다. 6·25라는 확실한 아픔의 원인을 지닌 형에 비할 때,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고 진술되는 동생의 아픔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환부를 알 수 없는 아픔´의 메타포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혁명이 좌절된 세대, 혹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싸울 대상을 발견하지 못한 세대의 나른한 환멸이 아닐까 한다.
1966년, 그 무렵이 바로 그러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6·3사태를 거친 후에 박정희 정권은 적어도 표면적인 차원에서는 탄탄 일로를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지식인들은 경제개발과 선진조국 건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었다(지하조직으로 잠적해 들어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병신과 머저리>에 등장하는 동생의 초상은 겨누어야 할 뚜렷한 과녁(적)을 발견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 시대의 지식인과 닮아 있다. 무척이나 무덥던 1997년의 여름날 나는 <병신과 머저리>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의 지식인은 <병신과 머저리>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었던 그 치열한 자기반성과 냉철한 자기응시를 보여 주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젊은 소설가들은 31년 전, 27세의 이청준이 보여주었던 정밀한 예술가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가?
<권성우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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