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사반의 십자가 |  | |
| 김동리 : <사반의 십자가>
출판사 : 하서출판사 / 출판일 : 1998/9/25 / 페이지수 : 420
헤르몬과 레바논 두 산에서 발원하는 요단 강물은 동쪽으로 목마른 광야를 끼고 서쪽으로 꿀 흐르는 땅 ´가나안´을 안은 채 북에서 남으로 흘러 죽음의 바다 염해에 이르는데 물살이 빠르고 언덕이 높고, 돌층대가 험하여 일반적으로 뱃길이 좋은 편은 못 되나 상류에 있는 세 개의 호수, 그 가운데에서도 그네들이 보통 갈릴리 호수라 일컫는 게네사렛 호수에만은 고기잡이로, 화물 운송이나 주민의 교통으로 항상 많은 배들이 떠 있었다. 더욱이 우기가 지나고 숨막히는 열풍이 훗훗거리는 잇얏달에서 치슬리달 사이에는 밤낮없이 물위에 떠 있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의 서두부는 지도 같은 것을 보지 않고도 영화나 기행자들의 현지 르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1천여 년 전 갈릴리 바다의 정경을 작가는 작품 서두부에서 완벽하게 묘사하여 꿈 많은 시절의 나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만으로는 이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나로서는 끈질기게 반복해서 읽는 길밖에 없었다. 드디어 세 번째 읽던 날 작은 설렘과 함께 내 텅 빈 가슴을 채워 줄 듯한 무언가가 가슴에 와 닿는 걸 느꼈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런 기분을 이 원고지에 그대로 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이 글은 1천여 년 전 유대 나라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예수나 사반은 같은 시기에 태어난다. 주인공 사반은 대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유대 나라의 젊은이들을 모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혈맹단´이라는 비밀 행동 결사대를 조직한 수령이다. 사반은 언제나 유대 나라의 그의 민족을 위해 싸우는, 말하면 애국투사라 하겠다. 사반이 추구하는 것은 조국의 독립, 바꾸어 말하면 지상의 영광이다.
반면 예수는 오직 하늘 나라의 영광을 구한다. 그러므로 사반과 예수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예수가 하늘을 말하면 사반은 땅을 말하고 사반이 지상이 영광을 구하면 예수는 오직 하늘 나라의 영광을 구한다. 그것은 곧 하늘과 땅, 또는 신과 인간의 대립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예수가 말하는 땅이 아닌 하늘,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 그리고 삶이 아닌 죽음은 현세와 인간을 초월한 세계, 즉 천국이라는 곳을 말하고 있다. 현세와 인간은 유한하지만 내세와 천국은 무한하다. 예수가 구하는 것은 그 무한한 생명이다.
그러면 그 영원한 문을 열고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도밖에 없다고 예수는 말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없애버리고 인간은 텅빈 그릇이 되어 하느님의 뜻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과연 신만을 믿는다고 해서 행복해지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도 신의 이기적 처사이고 생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을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한 마음을 먹으면 선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악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하늘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은 인간은 누르고 신만을 절대적으로 믿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의 마음은 그대의 육신과 함께 땅 위의 모든 죄악에 젖은 채 벗어나지 못하는도다!´
예수와 사반이 결별하게 되는 결정적인 예수의 말이다. 예수는 사반을 딱한 속물로 보았다. 반면 사반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 예수에게 소리친다.
´비겁한 자여, 너는 유대 나라의 너의 생명을 버리고 어디다 낙원을 찾고 있느냐?´
결코 맞닿을 수 없는 하늘과 땅의 영원한 평행선. 그러나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동시에 하늘로 머리를 두고 사는 존재다. 두 갈래 평행선의 어느 한쪽만을 취할 수는 없다. 그 평행선을 조화시켜 지상의 영광을 하늘과 더불어 영원토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 그 조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느님을 위해서인가? 아니다. 바로 인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반이 옳을까, 예수가 옳을까 고민 고민하다 드디어 나는 사반쪽으로 기울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는 인간다움이 좋아서일까? 그러나 사반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다. 그에게 땅만 있고 하늘이 없다. 하늘만 있고 땅은 없는 예수도 물론 불구적 인간이다. 양극에 선 불구적인 인간의 대립, 그것은 바로 오늘날의 문화라고 작가 김동리는 말한다.
개인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사회와 더불어 존재하듯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서로 어울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