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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채 |  | |
| 크로닌 : <성채(The Citadel)>
역자 : 유희명 / 출판사 : 청목사 / 출판일 : 2002/4/10 / 페이지수 : 286
방학이 시작 된지 벌써 한 달... 어느 날 어머니께서 책을 사 오셨다. 여태까지 학교에서 권장도서만을 읽던 나였지만 기껏 사온 책을 놔둘 수는 없어 읽기 시작했다. 이름은 근사했다. 아버지는 간단한 이야기라면서 ´여자가 죽는 이야기야.´라고 말씀하셨다. <노인과 바다>에서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임을 보고 뼈저리게 후회했던 기억이 있는 나에게 이런 내용이 과연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첫날은 40페이지쯤 읽고 그만두었다. 의사가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아버지 직업이다 보니 별로 거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3일 후였다. 설명에는 ´크로닌´의 처녀작으로 되어 있었다. 문장은 간결하고(해석에서 그렇게 변화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의학 용어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해야 했다. 여느 소설처럼 처음은 심심했다.
시골에서 한 의사가 대진을 맞게 되었는데 그 왕진의 내용이나 동네를 둘러보는 모습이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 행동에서 작은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식사의 주인과 대진의 차이 등에서 또는 술주정뱅이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는 좋아하던 만화책에는 없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어지던 부분은 ´크리스틴´이라는 여자가 나온 후부터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나온 것 같았지만 그녀의 직업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묘사에 의하면 그녀는 상당히 아름다운 그리고 애교 있는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항상 이 책에는 ´미인은 아니었지만´이란 말이 꼭 붙었다. 모두에게 이상형이 다르기 때문일까? 인물 중 여자는 한없이 나오는데 ´미인´이란 말은 거의 없었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인 의사 ´앤드루´의 위치에서 사랑 방정식을 풀어 나갔기 때문에 크리스틴의 생각은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연애장면이 영국적이어서 식사며 대화며 모두 틀에 갖추어진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데니´라는 사람이 나온다.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무례하고 재수 없고 끼어 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식과 재치와 우정은 그 것을 모두 뛰어넘는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전체적인 소설에서 앤드루의 중요한 친구로 등장한다.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나중에는 크리스틴과 함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앤드루를 구해주기도 했다. 앤드루는 착하고 부지런하며 인정 많은 의사였다. 아니 의사다. 그는 자신의 뜻을 확실히 했으며 말재간도 보통을 넘었다. 가끔 그를 고용한 전 의사의 아내 ´페이지 부인´이 말을 붙잡고 돈을 뜯을까 시비를 걸었지만 그는 재치 있는 말로 나를 웃음으로 안내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다. 리젠시라는 가구점이 있나보다. 그 가구점은 ´신품 및 중고품 가구 월부판매´를 선전하며 ´50파운드 이상의 물건을 산 잉글랜드 및 웨일즈 고객의 요금 당사 지불´을 주장했다. 그는 그 것을 교묘히 이용해 중고를 55파운드 산후에 한 푼의 손해도 없이 돌아온 것이다. 사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리젠시 주인의 모습은 직접 보고 싶을 정도로 일그러졌을 것이다.
앤드루는 결혼한다. 그 것 또한 재미있다. 그는 ´브라이네리´의 대진(처음의 배경이었다.)을 그만두고 ´어벨라러우´의 의료공제조합이라는 곳의 조수로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그 것은 ´기혼자´에게 주었으면 하는 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애꿎은(읽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크리스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지만) 크리스틴을 자신의 약혼자로 만들었으며 그 기회에 청혼해 결혼에 골인한다. 전까지 상황을 봐서 그렇게 친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만난 지 반년도 안됨에도 불구하고 청혼에 승낙한 걸로 봐서 앤드루는 매우 매력적인 신사였을 것이다. 물론 설정에는 가난하게 되어 있지만 말이다.
크리스틴은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한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당연한 것이다.) 묘사 상에서 매우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됐다. 비록 ´미인은 아니었지만´이란 말이 붙었지만 그녀는 외모에서 생활까지 아마도 만능인 이상적인 여자로 나타나 있었다. 안타까운 거라면 앤드루는 그녀를 거의 매일(사실 그런 장면이 많이 글에 묘사되고 있었다.) 설교 대상으로 삼았으며 일자리에서 뿜어내지 못하는 불만을 뿜어댔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듣고 필요할 때 조언했으며 집안 일도 매우 잘했다. 단 한 번도 경제적인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을 정도니 살림도 매우 뛰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남편에게 이끌리는 불쌍한 여자로 묘사될 때가 많았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여자가 죽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여자가 죽음으로 변화되는 남자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까? 정말로 앤드루는 크리스틴을 사랑했다. 크리스틴도 그 것을 알았기에 매일 같이 계속되는 불만을 참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앤드루는 정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았다. 물론 주위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나이 30도 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많은 실연과 고통을 겪었다. 그가 처음 ´어벨라러우´의 의료공제조합에 들어왔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젊고 풋내 나는 그에게 진료 받기를 꺼려했다. 게다가 영향력 높은 집안의 심기를 건드려 권력의 높은 벽과 맞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영국 의학회 회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할 때에 여지없이 드러났다. 약 6개월(정확한지는 모르겠다.)동안 의사일 하랴 공부하랴 고생이 많았다. 4개 국어를 해야만 했고 필기, 실기, 구두시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것을 통과해 노력하는 사람의 성공적인 삶을 직접 보여주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앤드루는 논문을 위해 진애 흡입 문제를 연구했다. 그것은 무연탄 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병 걸릴 확률을 조사해 노동조건의 개선과 합리적인 임금을 즉, 사람들의 건강과 생활개선을 위한 연구였다. 하지만 그 것을 위해서는 임상실험도 중요했다. 무슨 요소가 무슨 병에 원인이 되는 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그는 ´기니피그´를 10마리 가량 사용했다. 그리고 그 논문으로 의학박사의 칭호도 얻었다. 하지만 기니피그를 사용한 것이 교회사람들과 충돌을 일으켜 여러 우연이 겹친 끝에 법정에까지 서게 된 것이다. 우연이란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땅에 떨어진 빨간 약품 때문에 기니피그를 잔혹하게 죽인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것을 잘 막아냈다. 그 일은 아마도 그의 신뢰도와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결과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어벨라러우´를 떠날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감동을 더한 것이다.
모두 4부로 나뉘어 있었다. 1부는 ´브라이네리´의 생활이었고 2부는 ´어벨라러우´에서의 생활이었다. 3부는 광산노무조사위원회라는 웨스트민스터 공원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 배경이었다.(이렇게 이야기하고 묘사해봤자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이 곳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 곳에서는 ´호프(HOPE ? -희망-)´이라는 사람과 만난다. 이 사람은 ´데니´의 두 번째 모습으로 매우 비슷했다. 재능 있고 말주변이 좋고... 특히 젊다고 묘사되어 있다. 데니가 제일 연장자인데 비해 호프는 최연소자인 것이다. 앤드루와의 생활도 좋았다. 그는 장학제도로 인해 3년간 광산노무조사위원회(책에서 ´광무위´라 약칭)에 묶여 있었으므로 앤드루에게 호감을 가지고도 일찍이 그를 따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앤드루에게 ´이유만 생기면 나도 곧 당신 뒤를 쫓을 테요.´라고 말하며 그와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4부는 앤드루가 개업의로 나선 후부터였다. 시작은 힘들었으나 그의 생활은 점차 나아지는 듯했다. 이제부터 정말로 하이라이트였다. 재미없는 진행법이었으나 그의 성공하는 모습이 죽 지나가는 것이다. 작은 손님에서 점차 불려오는 큰손님들... 그리고 동료 의사들. 그는 점차 발을 넓히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 것은 크리스틴의 고통의 시작과 같았다. 처음의 정직한 앤드루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다. 사회의 무서움과 여러 번의 실패를 알게된 앤드루는 권력과 돈의 앞에서는 뭐든지 패배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개업의로 나선 후부터 크리스틴을 돈으로 꺾고 싶어했다. 자신도 혼자서 이만큼 벌 수 있다고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 것은 언젠가 남자의 당연한 심리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앤드루의 심리 상태는 나에게 정확히 받아들여지고 그와 정신을 공유한 듯한 일체감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450페이지쯤의 장편소설이었다. 오후 5시쯤부터 읽기 시작해 식사시간을 빼고도 벌써 4-5시간을 읽은 상태였다. 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하지만 책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너무나 중독성이 강한 책이었다. 아직 150페이지 이상이 남아 있었고 막 어려워지는 내용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도 책을 덮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책을 펴들고 내용을 상기시키며 읽기도 했다.
크리스틴의 고통이 잘 나타났다. 그녀는 어찌 보면 불행했다. 앤드루는 계속해서 돈을 찾았고 돈을 벌어들였다. 돈을 위해서 뭉친 좋지 않은 세력의 의사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그로 인해 앤드루와 크리스틴의 거리는 점차 멀어졌다. 과거 ´영국 의학회 회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시험을 쳤던 일이 있었다. 그 도중에 눈이 무너져 사람이 다쳤는데 그 것을 앤드루가 치료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다친 사람이 앤드루일까 하여 뛰어나온 일이 있었다. 묘사에 따르면 ´모자도 안 쓰고 잠옷 위에 외투를 걸친 채 맨발에다 가죽 구두를 신은 모습´이라고 하며 ´영락없는 부랑아´라고 쓰고 있다. 그토록 남편을 생각하는 여자였다. 하지만 그 남편이 매일같이 들어오면 ´돈, 돈´ 해대며 신혼 같은 따뜻함이 없으니(요즈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 커플은 4년 동안 사이가 너무 좋았다.) 그녀도 죽을 맛이 아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크리스틴이 맘에 들어서 그녀의 입장에서 이 글을 읽었다. 앤드루의 마음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크리스틴이 안됐다는 마음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앤드루는 아무 병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 약이나 지어서 주며 돈을 받았고 아무 효과 없는 약을 주사하며 돈을 챙겼다. 그 것은 좋지 않은 세력의 의사들도 같았다. 그들은 떵떵거리며 살았고 환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그 중 ´프레디´라는 겉보기에는 멋진 신사이나 속은 시커먼 친구가 있었다. 대학을 함께 나온 친구로 앤드루는 그를 신뢰했다. 그래서 나쁜 길로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자네는 나의 기발한 기술을 못 믿을 거야. 언젠가 혈청주사를 맞으러 여자 환자가 하나 오지 않았겠나. 마침 약을 주문하는 것을 깜빡했지. 그래서 실망시키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서 H2O(물)를 주사해 줬지. 그랬더니 다른 주사보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나? 그래서 그걸 계속 놔주고 있지. 안전하게 끓여서 색깔 넣은 맹물이니. 나는 풋내기가 아니야. 요컨대 머리를 써야하네.˝
나는 섬뜩했다. 요즘 의사도 이럴까? 아버지가 의사다 보니 병원과는 친근히 지냈다. 병원이 이렇다면 문제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한 뒤 자기들끼리 요양원을 짓자는 ´프레디´의 말에 그는 반대했다. 이 일은 그가 자기의 잘못을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느낌으로 알아차리고 있었을 때였다. 친구들의 속셈이 밝혀지고 크리스틴도 멀어져 가자 그는 소외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는 괴로워했다. 그가 자기의 잘못을 알아차리고 모두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된 도화선이 참 재미있다. 그가 처음 크리스틴을 만났을 때에 그는 그녀의 진주색 단추를 세었었다. 그의 버릇은 아니었을 텐데... 하여간 그가 찻집에서 음식을 계산했을 때였다. 그는 멍청히 여자 종업원의 반짝이는 검정 단추를 세었다고 한다. 묘사를 보면 그의 심리에 변화가 생김을 나타내고 있었다. ´프레디´의 제안에 반대한 앤드루는 크리스틴에게 가장 먼저 울먹였다. 가끔씩 그는 크리스틴의 바지 가랑이를 잡고 잘못을 빌 때가 많았다. 그 것은 여태껏 많이 있었던 일이었으므로 별로 이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 것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앤드루가 환자를 등쳐먹는 좋지 않은 의사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것을 위해 크리스틴은 데니와 호프를 한자리에 초대하기도 하고 그에게 소리도 쳐보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과거의 추억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다니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앤드루가 잘못을 깨닫고 변화하는 부분은 재미있게 읽었다. 환자가 왔는데 ´당신은 왜 병원에 다니십니까?´하고 묻는 것이다. 그러며 ´당신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일까? 사실 나는 앤드루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더라도 이 문제에 막힐 것이라 생각했다. 고위급 부인들도 그의 진료를 받는데 ´여태껏 물을 주사한 것이었어요.´나 아니면 ´이 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약을 드시지 않으면 낳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거침없이 해냈다. 이렇게 변화할 수가 있는 것인가? 글에서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그날 밤 병원에서는 엄격한 말로써 만성질환 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곧잘 찾아오는 아름다운 환자들도 가차없이 희생시켰다. 한 시간에 수십 번이나 그는 뚜렷한 선고를 내렸다.´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크리스틴과 다시 좋은 사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프레디´가 말한 요양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데니와 호프와 함께 요양원을 세우기로 했다. 내가 읽어도 부러웠던 친구들과 함께 요양원을 세운다면 그 것은 천국과 같을 것이다. 후반은 요양원에 대한 계획이 많았다. 하지만 그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여자가 죽는 이야기´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행복한 해피엔딩을 앞둔 지금... 그녀는 저녁을 거르고 들어온 앤드루를 위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립타우어 치즈´(매우 맛있는 걸로 묘사되어 있다. 수미트라는 사람의 가게에서 파는 가게인데 간판 식품이었다. 수미트네 치즈라고 표현하고 있다.)를 사러 나갔다. 그리고 서두르다가 버스에 치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에는 ´그녀는 이미 완전히 끝나 있었다.´라고 되어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녀가 죽는 다는 것은 책에 빠져들어서 잊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이야기한 것은 역시 맞았다. ´여자가 죽는 이야기´. 이 말은 머리에서 맴돌았다. 어떻게 이런 비극을 연출해 낼 수 있는 거지? 앤드루의 변화는 역시 엄청났다. 그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여자였다. 고작 몇 줄의 말로 나타낼 수 없이 그녀는 그에게서 모두였다. 자신의 잘못을 그녀와의 추억에서 찾아내는 것만 봐도 알 것이다.
´앤드루는 흠씬 얻어맞은 사람처럼 며칠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때로는 제정신으로 돌아와 베니트 부인이나 데니, 그리고 한두 차례는 호프의 얼굴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치 단순한 기계인형처럼 시키는 대로 행동할 뿐 그의 전존재는 하나의 오랜 절망과 악몽 속에 깊이 파묻혀 있었다.´
라고 묘사되어 있다. 알맞은 묘사라고 생각했다. 옛날에 읽었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에서도 아내가 죽은 슬픔을 나타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단편소설일 뿐. 성채에서는 크리스틴의 소중함을 더욱 강조해 읽었기 때문에(전에도 말했지만 크리스틴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어서 그녀의 입장으로 글을 읽었다.) 그 슬픔을 더 컸다. 간단한 묘사에도 뼈에 사무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앤드루는 장례식 일체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조금도 알지 못했다고 묘사되었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틴이 죽은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곤 하였다. 여태껏 돈만 바라고 환자들을 속여온 것에 대한 죄값이라고 생각했고 크리스틴을 잊지 못했다. 그녀의 유품도 그의 눈을 적셨다.
모든 일이 끝나 보였다. 슬픔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 데니와 호프, 그리고 앤드루의 요양원을 위한 열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슬픔도 어느 정도 가시고 제정신을 찾은 앤드루에게 또다시 위기는 찾아왔다. 책에서는 이같이 설명했다.
´6주 전 같으면 이 같은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크리스틴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 때문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인지라 어쩌면 전혀 무감각하게 치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겨우 일어서 다시금 일을 시작하려던 터여서 잔인할 만큼 가혹한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이 아는 소녀의 폐결핵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 그녀를 입원시켰으나 진전이 없자 그 방면에 최고이나 아직 무면허인 ´리처드 스틸맨´이란 사람과 함께 그녀를 수술한 일을 ´프레디´를 포함한 좋지 않은 의사 여러 명이 그를 고소한 것이다. 그 심리에서 그는 자신의 변호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뜻을 완강히 펼쳤다. 아니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가 포기하고 변호인도 포기했지만 그는 승리했다. 사실 나는 승리할 줄 알았다. 그가 이 심리에서 패배해 의사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말도 안됐다. 너무나 가여웠다. 크로닌이 정말로 최악의 비극을 쓸 작정이었다면 이 심리를 패배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승리했고 마지막은 크리스틴의 묘에서 막을 내렸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에 크리스틴의 묘에 간 부분을 4번인가 다시 읽었다. 나에게는 그만큼 크리스틴의 죽음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매우 재미있었다. 조금씩 나오는 코믹한 장면은 상상을 불허하고 또 스토리도 아름다웠다.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을 봐도 그렇고 오랜만에 읽은 명작이었다. 하지만 처녀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흥미 있고 긴장감 있었다.
여느 소설처럼 심심하고 지루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었고 그것보다 더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있지 않았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아버지께 여쭈어보았지만 성채의 의미를 모르겠단 말이다. 성채. CITADEL. 뜻은 성과 요새이다. 별빛 광채라는 뜻도 보였지만 ´CITADEL´에서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을 보면 ´이윽고 그가 발길을 돌려 (생략) 나가려 할 때 보니 눈앞의 하늘에 성채 모양의 구름이 뭉게뭉게 밝게 피어올랐다.´라고 되어 있었다. 과연 성채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처음에 나는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영어나 뜻을 생각지 않고 그대로 한자로 해석하면 가능할 법한데 아버지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면 영어와 뜻과는 무관하니까. 얼마 생각하지 않았다. 독후감을 쓰며 다시 책을 훑어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양심과 예의를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그 것을 지켜낼 수 있는 성채가 아닐까? 아마도 크로닌은 이 책으로 인하여 우리가 서로를 속이고 권력을 앞세우지 않고 양심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예의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성채는 역시 성채였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면 그 것을 물리쳐 주고 마음속에 작은 심장을 울리며 우리에게 바른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양심을 지키는 그런 성채. 내가 자라나 이 책을 잊어도(사실 아버지는 이 책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냥 여자가 죽는 이야기라고 설명하지 않았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나 자신이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세상의 나쁜 것들을 막아 주는 그런 성채가 마음속에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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