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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익스피어전집(1) |  | |
| <세익스피어전집>(1)
역자 : 신정옥 / 출판사 : 전예원 / 출판일 : 1989/6/1 / 페이지수 : 206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능력만이 출세의 비결은 아니며 사교(社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시·서·화(詩·書·畵)에 소양이 있어야 했으며, 일본의 경우는 바둑을 알고 검도나 유도 중 하나를 습득해야 하고 꽃을 얘기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에는 오페라를 감상할 줄 알아야 하고, 파티에서는 품위있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이외에 꼭 갖추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세익스피어의 연극을 감상하고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564년 4월 23일,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에서 태어난 세익스피어는 1616년의 자기 생일날, 세르반테스(M.Cervantes)와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5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모두 11편의 희극(喜劇)과 10편의 사극(史劇), 13편의 비극(悲劇), 그리고 2편의 시를 썼는데, 그 발행 부수에 있어서 성서(聖書) 다음으로 많다고 하는 그의 작품은 그에게 문호(文豪)의 칭호를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세익스피어의 글은 고대 희랍, 로마의 고전 문학과 영국의 역사,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을 문학으로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한편, 그의 생애를 곰곰 생각해 보건대 그 이면에는 세익스피어의 온갖 체험이 문학으로 승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면이 너무나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세익스피어는 본시 유랑극단에서 관객이 타고 온 말들을 보관하는 말지기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맥베스.Macbeth>에 나오는 문지기들의 훌륭한 묘사는 말지기 당시의 체험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 한때, 법률 사무소의 서기로 취직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얻은 지식은 그의 사극(史劇)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살을 도려낸다는 얘기는 그의 아버지가 푸줏간을 할 때 얻은 착상이었고, 샤일록이 그토록 돈에 비상한 두뇌를 가졌던 것은 세익스피어 자신이 고리 대금업을 하던 경험을 재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리어왕.King Lear>이 자식을 잃고 애통해 하는 장면은 필자 자신이 아들 햄네트를 잃었을 때의 감정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볼 때 우리는 세익스피어의 생애에서 문학 이전에, 한 인생의 경험은 모두가 값진 것이요, 자신의 앞날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헤겔(G.Hegel)´의 말처럼 대가가 비싼 것이 탈이지만 이 세상에는 경험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나 자신의 생활이 다소는 어둡고 괴롭다 하더라도 이 고통은 언제인가 나에게 꼭 덕이 된다는 확신 속에 살아간다면 우선 당장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고생이 빛볼 날이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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