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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낙비 |  | |
| 김유정 : <소낙비>
출판사 : 범우사 / 출판일 : 2001/9/10 / 페이지수 : 256(사르비아총서312)
<소낙비>는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조선일보 1월 29일자부터 2월 4일까지 6회 연재되었다. <산골 나그네>와 <총각과 맹꽁이>의 복합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산골 나그네>에서의 덕돌이 모자와 병든 나그네 부부, <총각과 맹꽁이>에서의 덕만이 모자와 들병이와 뭉태는 <소낙비>에서 유랑농민 부부와 이들 부부 사이에 개입되는 이주사 등과 함께 대응되는 인간형을 보여주고 있다. <소낙비>는 고향을 버리고 유랑하는 1930년대 한국 농민의 슬픈 삶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처음에는 이런 삭막한 분위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주인공은 춘호와 그의 처. 아침부터 춘호는 처를 돈을 해 달라구 조른다. 춘호의 집은 올 봄에 5원을 주고 사서 든 푹 삭은 오막살이로 둘이서 입에 풀칠하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집안이다. 그래서 춘호가 2원을 해달라는 것도 마냥 지켜만 볼 뿐...
주인공 춘호와 그 아내는 3년 전 흉작과 궁핍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고향을 등지고 알 몸 도주를 한 곳이 산골마을이다. 다른 지방에서 온 식구라 일거리도 변변치 못하다.
그런 춘호 부부는 이런 진저리나는 산골지방을 탈출하고 서울로 가는 것이 꿈이다. 서울을 가는 데 30원∼40원 정도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2원도 없는 신세. 춘호는 뒷산에 노름판을 알고 있어 2원을 밑천으로 노름판에 끼여 30원∼40원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2원이 없다. 그래서 아내는 이주사에게 자신의 몸을 판다. 이주사가 평소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이용하여 돈을 마련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남편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이런 매춘을 골백번 당해도 좋다고 생각도 한다. 둘이서 2원 생각을 하며, 그 돈으로 노름판을 갈 생각을 하며, 서울 갈 생각을 하며, 밤새 이야기를 한다. 이튿날 아내는 이주사에게 2원을 받으러 나간다.
▶감상
<소낙비>의 시작에서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장면이라든가, 춘호 아내가 이주사에게 몸을 팔고 있을 그 때, 모진 빗방울이 배추잎에 부딪치는 소리, 바람에 나무 떠는 소리가 요란한 것이 그것이다.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의 분출이 마치 춘호 아내의 매춘이 살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분위기에 휩싸이게 한다.
또한. 춘호는 나물을 캔 다음 그걸 주점에서 돈이나 먹을 것으로 바꿔 가족이 그걸 먹고 산다. 춘호의 처는 남의 집 보리를 찧어주고 보리를 얻어오거나 잡일을 한다. 이로써 춘호의 가족들은 돈을 모으기는커녕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
글 중 ´빗방울은 하나 둘 떨러지기 시작하더니 차차 굵어지며 무더기로 퍼부어 내린다.´ 이 구 절로 기다림→옷이 젖어 몸이 들어남→추워서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빨래가 걷히지 않는 것을 보아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앎→그래서 몸을 허락하고....
여기서 소낙비는 이주사와 춘호의 처를 엮어 주는 매개체이다. 또한 소설의 시작부터 나오는 말 중 춘호가 처에게 2원을 달라고 한다. 이는 나중에 춘호의 처가 이주사에게 몸을 팔고 얻어와 춘호에게 주게 된다. 여기서 2원의 역할은 사이가 안 좋았던 두 부부 사이를 정답게 이어주는 역할이다. 2원으로 인해 가정에 행복이 찾아오고 서로서로 이야기(서울이야기)를 나눈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이 소설은 결말을 맺지 않고 뒤에 있는 일들을 독자를 상상에 맡긴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재미있는 줄은 모르지만..
둘째로 춘호의 처가 꼭 2원 때문에 자신의 몸을 판 것 또한 돈 때문에 매정해지는 우리 사회와 비슷함 점이 많은 것 같다... 김유정의 소설들은 모두 토속적이고 읽기 편하다는 점에서 나에게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매춘은 단지 도덕적 타락을 주인공들이 느낄 수 없었던, 생명의 본능이 왕성한 상황을 내비치는 것이다. 1930년대 당시 농촌 빈민들에게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일지의 판단보다 여기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명에의 본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곧 이것은 삶의 질이 아니라 삶에 대한 욕망, 그 자체뿐이다. 왕성한 생명의 본능은 유랑농민의 유일한 삶의 방편이 되고 있다. <소낙비>에 나타난 춘호 부부의 행동은 인간 본연의 본능에 대한 갈망이며 분출이라고 여겨진다.
이 생명의 장엄한 분출이 <소낙비>에서는 탁월한 자연의 묘사로 형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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