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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 |
| 윤흥길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1977/10/1 / 페이지수 : 308
이 소설은 사회적 모순과 그 시대의 상황을 짐작하게 해주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사회의 풍자와 비판이 잘 드러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당하게 누명을 써서 전과자가 된 주인공과 서술자인 나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 사람은 옷은 더럽더라도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두만큼은 누구보다도 깨끗하게 닦아 신고 다닌 그런 인물이었다. 소설은 권씨가 서술자의 집으로 세들어 오면서 시작되는데,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줄거리
『20평 짜리 주택에 세들어 사는 동안, 서술자인 나는 가난한 이웃들이 보여 준 우리 ´선생 댁´에 대한 동경과 지나친 관심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또, 몇 푼 안 되는 과자 부스러기로 가난한 애들에게 못된 일을 시키는 아들의 비뚤어진 행동이 무리하게 성남의 고급 주택가에 집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무리하게 이사를 왔기 때문에 재정상의 무리를 다소나마 메워 볼 생각으로 방을 하나 세놓게 되었는데, 그때 권씨 가족이 이사를 온 것이다. 그것도 전세금 20만원 중 10만원은 아예 내지도 않았고, 게다가 두 명의 자식 외에 뱃속에 또 한 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불만이 다소 없지는 않았지만 형사가 와서 권씨의 얘기를 꺼낼 때는 그 거북함이 절정에 다란다. 출판사에 다니던 권씨는 집 장만을 해 볼 생각에 철거민 입주권을 얻어 광주 대단지에 20평을 분양 받았으나, 땅값, 세금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소요를 일으키게 되었는데 권씨가 이 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징역을 살다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신의 구두만은 소중하고 깨끗하게 닦는 버릇이 있었다. 그의 상황이랑 정말 안 어울리는 그런 모습인 것 같았다. 얼마 후 권씨 아내가 애를 낳게 되었는데 순산하지 못해 수술을 받을 처지가 되었다. 아이가 탯줄을 목에 감고 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권씨가 ´나´에게 10만원이라는 큰 수술 비용을 빌려 달라고 절박하게 부탁했으나 ´나´는 그것을 거절한다. 그러나 뒤늦게 자신의 이중성을 느낀 ´나´는 권씨 아내가 수술을 잘 받도록 해 주었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권씨는 그날 밤 ´나´의 집에 강도로 침입했다. ´나´는 그가 권씨임을 알아차렸고 되도록 그를 안심시키는 쪽으로 행동했으나 정체가 탄로 난 권씨는 ˝그 따위 이웃은 없다는 걸 난 똑똑히 봤어! 난 이제 아무도 안 믿어!˝ 하면서 사라져 버린다. 남은 것은 아홉 켤레의 구두뿐이었다.』
▶감상
중간에 서술자의 아이가 풍선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권씨의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어 했지만 반응이 없자 동준이를(서술자아이) 한 대 쥐어박았는지 해서 울리고는 자기 엄마한테 조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내용을 잊을 수가 없었다. 권씨부인이 풍선을 구해주기는 구해 주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콘돔으로 만든 풍선이었던 것이다. 그때 정말 황당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콘돔풍선을 줄 생각을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동준이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면서 정말 못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예로 과자에 침을 뱉어서 흙을 묻혀 준다든지, 아니면 더러운 하천에 던져 버린다든지, 그런데 그 장면을 서술자인 나가 본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사정없이 쳤다. 여기서 이렇게까지 장면이 그려진 것은 그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면 아이들이 침이 묻은 과자를 좋다고 받아먹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시대의 어렵고 힘듬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권씨는 순경의 감시 비슷한 것을 받고 있는 몸이었다.
어느 날 순경이 찾아오더니 오선생에게 뭐라 하는 것이었다.(오선생=나) 권씨가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만둔 이유는 출판사에서 글쓰는 사람에게 가르치려 한다면서 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선생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항상 아침마다 구두를 닦아 신고는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권씨의 지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권씨가 기억도 못하는데 그 일에 주모자라니, 그리고 사진이라는 증거가 남다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정말 황당했다. 그리고 이해가 잘 안되었다 권씨가 이야기를 들은 것까지는 기억하고 그 뒤로는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며칠 뒤에 경찰들이 그를 잡으러 왔고. 그럼 권씨가 기억 못하는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정말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여기서 난 그 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파로 비인간적, 비윤리적 몰가치 현상도 나타났고 이에 따라 소외되고 병든 변두리 인생의 길을 걷는 인간도 많아졌던 것 같다. 그 전형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인 것 같았다. 오로지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 하나만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권씨야말로 시대적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술자인 나의 자기 반성의 태도이다. 20평 짜리 방에 세들어 사는 동안 가난한 이웃들이 이른바 ´선생댁´인 자신에게 보여 준 지나친 선망과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안식처를 찾아 그들을 떠난 바 있다. 그러나 전세로 입주한 권씨와 같은 소외되고 가난한 인간에 대하여 연민 어린 관심 이외에는 보여 줄 게 없었던 나의 처지는 작가가 시대의 비극적 현실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방안을 탐색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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