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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 |  | |
| 이광수 : <흙>
출판사 : 대유 / 출판일 : 1995년 3월 1일 / 페이지수 : 536
´환경이 일으키는 힘에 굴복 당하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
허숭이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한 인물이다. 농촌 사업은 환경에 의해 형성되고 좌절되었다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결국 이루어졌다. 흉년이 들어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땅을 강탈당한 까닭이었다. 살여울, 그 오서의 농민들은 대부분이 땅이 없어 지주의 땅세서 품을 팔고 있었고,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곳에 살면서 허숭은 농민들의 어려운 삶을 알았고, 서울에서 공부하다 방학이 되어 살여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유순을 버리고, 삼천 석이상의 재산을 물려받을 정선과의 결혼을 받아들이면서 그는 떳떳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자신이 교우 보통학교를 다녔던 유순과 결혼을 하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논리였다.
그러면 자신이 일생을 바쳐 도와 줄 농민들은 무식하지 않았단 말인가? 자신의 사업의 가장 기초가 될 수 있는 일을 회피하면서,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든 농촌 사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단지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자신을 위한 핑계일 뿐이었다.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정선이가 그녀 집안의 도움으로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허숭의 남편이 되었다 해서 존중할 리가 없었다. 허숭은 물질 문화에 젖어 있는 정선과 생활하면 자신이 생각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각하고 있던 이상을 다시 찾은 허숭은 정선의 인생관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고, 그러자 즉시 집을 나와 살여울로 향했다.
허물이 없는 인간을 찾을 수 없지만 그 허물로 인해 더욱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허숭이 이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었다. 유순에게 못된 짓을 하는 농업 기수를 혼내주었다 해서 잡혀 있는 7명의 농민들을 변호해 주었고, 동네 농민들이 온갖 병으로 고생하는 걸 알고, 의사를 불러오는 등 그들을 생각해서, 순수한 인간 사랑의 정신으로 일했다. 그런 허숭에게 찾아온 것은 그의 아버지를 죽게 한 장질부사(장티푸스)라는 병이었다. 하지만 이병도 사랑의 힘 앞에서는 힘을 읽었다. 오히려 허숭에 대한 정선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사랑의 정신으로 일했던 허숭의 승리였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허숭은 농민을 위해 일했고, 그 결과 살여울 농민들은 삶의 희망을 찾았다. 생활의 나아지면 정신도 살찐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본다. 농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던 살여울에 정근이가 나타나 농민들을 술과 돈으로 유혹했다. 인간의 욕심 은 가난한 생활을 경험하였던 농민들의 마음속에서도 있었다. 자신들의 가난했던 생활을 도와주어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허숭 등의 은혜를 잊었다. 그리하여 그가 경영하던 협동조합이 병 치료비와 도구 사는 값밖에는 일체로 대부하지 않는 것을 농민들은 야속하게 여겼고, 그것이 결국 그들을 굉장히 가난한 생활로 몰아 넣었다. 이것에 대해 허숭은 살여울 사람들이 정말 배고픈 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교육을 받았더라면 정근이의 간사한 꾀에 걸려들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숭을 따르던 작은 갑의 마을을 생각하는 마음에 정근이는 감동하여 농민들을 돕기로 결심했고, 이로써 살여울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은 인간 사랑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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