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게이샤의 노래 |  | |
| 나카니시 레이 : <게이샤의 노래>
역자: 양윤옥 / 출판사: 문학동네(구) / 출판년월(초판): 2002년 02월 18일 / 면수: 301
<지와 예의 사랑>
에도시대(1603년∼1867년) 유일한 서양과의 무역항이었던 나가사키는 유곽이 크게 발달하였다. 이 시대 아이하치는 나가사키 유곽에 오른 정식 게이샤였고, 이야기는 실존인물인 아이하치와 향토사학자 고가와의 만남, 그리고 어린 게이샤 오이키의 병구환을 하며 죽어가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책을 덮고 나서는 시대를, 장소를, 역사를 통해 흘렀던 망각의 강을 거슬러 흘러나오는 사랑의 노래를 듣는 듯했다.
소설의 주인공 아이하치, 자신의 출생의 역사도 모른 채 평생을 고독 속에서 화려하면서도 세상에서 소외되는, 예(藝)를 익히는 게이샤의 세계에 입문하여 살아가다가 고학자 고가를 만나 연모의 정을 느끼게 된다. 나가사키 유곽을 돌며, 역사자료와 민요를 연구하는 그는 세상에 속해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고 아무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는 아이히치의 청명한 눈을 보고 그녀와 함께 나가사키를 돌며, 민요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평생을 나그네처럼 떠돌아다니는 그에게 일생에 한 번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않으나, 서로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의 교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속 깊은 사랑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헤어진 후, 아이하치는 어린 게이샤 오이키의 병구환을 하며, 자신이 평생에 걸쳐 보았던 민요를 레코드로 취입하여 돈을 벌고, 모든 정성을 들여 그녀의 생명을 구하는데 헌신하며 홀로 죽음의 길에 선다.
한 소설이 이렇게 몇 마디 말과 상황 묘사로서 삶의 진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이야기에는 일본 나가사키 항구의 아름다움, 예를 숭상하는 게이샤와 평생을 걸쳐 이루어도 과녁을 알지 못하는 학문의 길을 삶의 유일한 흔적이라고 믿는 학자의 ˝지와 사랑˝의 혼일된, 너무도 고결하고 날카로운 결정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하다. 일생을 통해, 자신의 것을 모두 남김없이 버리고 태울 줄 아는 사람, 사람은 가도 망각의 강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인간영혼의 노래...
지극한 탐미주의적 아름다움과, 너무나도 처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써 내려간 작가의 예술혼도 그렇고, 사랑의 완성을 가없는 생명의 존중, 영혼의 노래로 흘려보내는 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이야기는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의 노래로 이어진다.
온 생애를 바쳐 이루어 가는 사랑, 단 한번 세상 속의 인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도 흐르는 노래, 가슴 깊은 곳에서 흐르는 영혼의 노래, 그리고 뜨겁게 달구어지는 심장의 온기는 학(學)과 예(藝)의 숭고한 정신을 글로서 형상화하여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작가의 능력과 세계관, 그의 심장이 가슴이 뛰도록 부러운 아름다운 작품이다.
(교보문고 전재)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