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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텐베르크의 가면 |  | |
| 필리프 반덴베르크 : <구텐베르크의 가면>
역자 : 최상안 / 원서명 : Der Spiegelmacher / 원저자명 : Vandenberg,Philipp / 출판사 : 한길사 / 출판일 : 2001/7/25 / 페이지수 : 524
<인쇄술을 둘러싼 음모들>
오랫만에 반덴베르크의 소설을 다시금 집어들었다. 다른 책들보다 조금은 더 두꺼운 두께로 인해 오랜 시간을 망설인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읽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그의 소설을 읽어오면서 그것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 역시도 예전의 그의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액자구성 형태의 소설에서 약간의 변형을 시도했다면 시도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성벽 안에 갇혀있던 누군가에 의해서 적혀져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역사적 부조리와의 관련성 역시도 여전했다. 인쇄술의 전파와 함께 제일 먼저 인쇄된 것이 다름 아닌 면죄부였음을,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그저 약삭빠른 장사꾼 주인공이 엄청난 음모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 감옥에 갇혀 산 40년의 시간동안 그가 겪은 이야기들이 결코 세상에 폭로되지 아니하고 그 혼자만의 비밀이 되어버렸다는 점 역시도 예전의 그의 소설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들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예전 그의 소설들과 다르게 돋보이는 것은 콘스탄티노플에 대한 풍경 묘사였다. 사람들이 가득한 광장과 순간순간 몰려오는 투르크 족의 공격, 사방에 우뚝 솟은 건물에 대한 묘사는 마치 지금 이 순간 콘스탄티노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인간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굵직굵직한 주제들을 잡아 이야기로 끌어내다보니, 가끔씩은 너무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런 것들을 보다 더 평범한 인간의 삶으로 그려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아버지의 딸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신감, 한 여인을 향한 끊임없는 열망, 욕정. 누가 나의 동지이고 누가 나의 적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겪어야만 하는 두려움 등이 절제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너무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유도하기 위해 한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저지른 듯 싶다. 다름 아닌 시점의 흐트러짐이었다. 분명 이 이야기는 제3자가 적어나가는 이야기이고, 처음에는 ´나´라는 시점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그 시점은 중간중간 혼돈되어지고 있었다.
작가가 일종의 관찰자의 입장으로 서술하는 부분으로 인해 소설 안 화자의 딸인 에디타에 대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가끔씩은 그로 인해 이것이 성벽 사나이의 기록, 화자의 이야기, 작가가 바라본 관점들이 계속적으로 혼재되고 있었다.
(교보문고 전재)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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