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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뽈랄라 대행진 |  | |
| 현태준 : <뽈랄라 대행진>
출판사 : 안그라픽스;(주) / 출판년월(초판) : 2001/9/20 / 쪽수 :100
<나는 나를 표현한다>
▶디자인, 디자인이라는거.
회사에서 디자인 감각 제로라는 말까지 들은 내게 있어서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다. 사실 색깔 쓰는 거라든가, 조합, 뭐 기타 등등의 것들은 수학문제 푸는 거만큼 어렵다. 내가 하면 번번히 촌스럽기 그지없고, 뭔가 볼쌍스러워 보인다던가, 불협화음 비스끄무리..... 그게 나의 현 위치이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해선 거리가 멀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괜히 깝죽거리다 무식이 탄로 나면 망신스럽기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지냈다.
▶현태준의 뽈랄라 대행진
난 그저 이 아저씨의 만화가 맘에 들었던 거 뿐이었다. 거짓말로 그럴싸하게 꾸미는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치마입고 생머리를 한 여인네가 코를 후비며 ´아씨! 똥마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만화가 좋았다. 침을 질질질 흘리며 먹을 것에 치사빤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치사빤스해지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나는 그런 내용이 좋았고 그래서 냅따 책을 사 버렸다. 그리고 무지하게 재미있었다.
▶디자인을 다시 생각하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 디자인도 미술의 한 가지이겠지만 디자인이란 순수미술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가만 보니 난 ´순수´가 붙은 것들은 다 싫어하는 거 같다. 순수문학, 순수미술..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것들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난 도저히 모르겠다. 가만 보니 나는 어느 정도 자본주의적이면서 어느 정도 대중적인, 그러면서도 너무 쉬워서 재미 하나도 없는 거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상징성, 해학성이 첨가되어 톡톡 튀면서 재미있는 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디자인 역시 순수하기보다는 뭔가 잘 팔아보려고 하는 심정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나 홀로 생각해 본다. 아, 그렇다면 디자인이라는 거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 물론 나 같은 넘은 디자인의 ´디´자도 못 꺼낸다.
하지만 나도 눈이 있지 않은가? 멀기만 했던 그 디자인이라는 것이 어느덧 일상으로 다가와 앉았다. 다 현태준 아저씨의 덕이다.
▶왜, 하필 현 아저씨 때문인가?
´뽈랄라 대행진´은 현 아저씨의 일상에서 시작되어 자신만의 색깔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자신의 아저씨다운 일상을 아저씨의 시각으로 만화로, 글로, 혹은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바로 ´뽈랄라 대행진´이란 말이다. 그게 디자인일까? 나도 맨 첨엔 그냥 재미있는 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책 전체에 스물스물 녹아들어 있는 것들은 디자인? 그거 어려운 것 아냐? 고귀한 것 아냐?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낀거다. 이 현상을 나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디자인에 대한 생각
디자인에 대한 내 생각이 확 변하면서 주변의 온갖 잡다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하, 이건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구나. 요건 요렇게 표현했음 더 좋았을 텐데... 표현의 방법, 결국 디자인도 표현의 방법 중에 하나다. 그러므로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다. 다만 실력의 차이가 날 뿐이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결심
나도 ´뽈랄라 대행진´ 같은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나의 일상을 나의 시각으로 풀어 나의 잡스런 재능으로 책 한 권을 내고 싶다는 거다. 물론 나는 현 아저씨만큼 끼도 없고 재능도 없으므로 그 아저씨만큼 재미있는 책은 못 만들 거다. 만들어도 안 팔릴 거다. 하지만, 하다 보면 늘지 않겠냐? 어차피 난 디자인감각 제로인데.... 중요한 건 ´나는 나를 표현한다´ 이거 아니겠니?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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