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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네 가게 |  | |
| 박연구 : <바보네 가게>
출판사 : 범우사 / 출판일 : 2000/12/20 / 페이지수 : 160
<애틋한 추억 속으로...>
가끔씩은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현실의 각박함을 잊고, 아련한 기억 속을 헤매이다 보면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선 엄마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간 듯한, 아주 편한 느낌을 받는다. 아주 얇고 작은 크기만으로도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한 권의 책이 나의 손에 꼭 잡힌다. 아주 오래된 듯한 느낌이 절로 나는,.. 책은 그 느낌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인다. 그 오래됨이 한장한장 베어있다.
하지만 그것은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글자 하나하나에 머리를 싸매고 앓아 누울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권위와 억지를 부릴 정도로 야박하진 않다. 책의 너그러움에 푹 빠져 책장을 넘기다보니 나는 어느새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상 속으로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내가 태어나는 것조차 예측할 수 없었던 1970년대의 ´박연구´님이 되어 나에게는 존재치 않는 하나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 속에는 언젠가 우리 부모님 세대, 그 윗세대로부터 들었던 따스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 다 같이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그로 인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았던 사람들... 그들은 어려움이 어려움인지 알지 못했고, 가난도 ´부´로 만들어가며 사는 위대함을 지닌 이들이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팽배해있는 남아 선호 사상이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딸 넷을 낳고서야 비로소 아들을 얻었노라는, 그래서 기뻤노라는 작가의 말이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인다. 하지만 이내 그 문장에서의 집착을 버린다. 그 시대에는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에... 수필은, 때로는 너무도 가볍게 읽힌다. 그리고 가끔씩은 피식, 얌전히 웃는 걸로도 모자라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한번을 웃고 주위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싱긋 미소짓게 만드는 글 안에는 억지로 사람을 웃겨야겠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참 쓰기 쉬울 듯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가장 진솔되게 다가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하나의 부담감이 되어 자리잡기에, 어쩌면 수필은 가장 솔직한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여느 글도 지니지 못한 인내의 고를 포함하고 있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웃음이 터지는, 때론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구절구절을 위해, 작가는 어쩌면 너무도 힘겨운 과정을 이겨냈던 걸지도 모르겠다. 1969년에서 1989년... 이 책에는 20년에 걸친 한 사람의 생각과 삶,... 그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한 권의 책을 펼쳤고, 내가 살지 못한 지난 20년을 그를 통해, 그의 이름을 빌려 다시금 살아 본다. (영풍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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