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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은유쾌하다 |  | |
| 신현림 : <빵은유쾌하다>
출판사 : 샘터사(사) / 출판년월(초판) : 2000/6/21 / 쪽수 : 197
누구에게나 영원한 현재란 존재치 않는다고 난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함께 한 시간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을 잊지 않으려고 자신을 닮은 그림과 조각을 남기고, 자신에 대한 고백들을 글로 써 나가고, 문명이 발달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단편적인 사진을 뛰어넘은 영상까지도 난무하곤 한다. 정말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아주 조금은 퇴색된 빛깔을 간직한 채 쏠쏠이 묻어나는 과거는, 너무도 선명해서 현재인지 과거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보다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녀는 글을 쓴다. 그 글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묻어 있다. 그녀는 의도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던 동시, 그리고 여타 다른 시처럼 형식과 그로부터 베어나는 표면적 운율을 뛰어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산문을 읽는 듯이. 하지만 한눈에 읽어나가기에는 그 길이가 너무도 길다. 중간에 조금은 쉬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의 책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된다. 그 느림이 그녀의 가치를 한층 드높여주고 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다. 전문적인, 사진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그렇다고 하나의 사진만을 위한 작품을 창조해내는 이도 아닌, 그래서 그녀의 사진은 부담이 없다.
그녀의 사진은, 그녀의 글이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한다. 어쩌면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이 꺼려하는 성에 대한, 진실성에 대한 불편치 않는, 도피하지 않는 직선적 표현과 함께, 세상에 대해 견지했던 차가움의 태도를 조금은 녹이기 위한, 그 차가움으로 인해 물러서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찍어나간 한장한장의 사진이 모여 그녀의 글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시는 그녀의 내면이다. 억지로 꾸며낸 것도 없고, 억지로 은폐하거나 지워나간 것도 없다. 모든 시는 그녀의 경험과 감각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각적 효과를 톡톡히 주는 사진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강렬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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